'진짜 길라임' "하지원 되려고 한달간 8kg 뺐다"

입력 2011-01-14 14: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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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크릿가든'에서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 분)의 대역을 연기한 유미진씨.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최근 종영을 앞두고 인기몰이 중인 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극 중 하지원이 맡은 스턴트우먼 ‘길라임’의 대역이 주목받고 있다. 스턴트우먼으로 분한 하지원 대역을 맡은 ‘진짜’ 스턴트우먼 유미진(21)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남자가 아닌 여자 액션배우가 여배우의 거친 액션 대역을 맡는 것은 드문 일. 13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액션스쿨 연습실에서 스턴트우먼 유미진 씨를 만났다.

유 씨는 최근 ‘진짜 길라임’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포털 검색어 상위권을 유지했다.

“저는 컴퓨터가 고장난 줄 알았어요. 얼떨떨했죠. 지금은 액션 분야에 대한 연기를 그만큼 배우가 잘해줬기 때문에 스턴트우먼에 집중이 된 것 같아요. 고맙죠.”

예쁘장한 얼굴과 키 163cm 보통 여성의 체구를 갖춘 유 씨. 하지만 도합 12단을 갖춘 그에게선 스턴트우먼만의 다부진 포스가 느껴졌다.

유 씨가 속해있는 액션스쿨의 스턴트맨들은 총 60여명 정도. 그 중 스턴트우먼은 유 씨를 포함해 단 3명이다.

지방의 한 체육관에서 사범으로 일을 해오던 유 씨는 작년 4월 무작정 짐을 싸갖고 서울로 올라와 오디션을 거친 후 액션스쿨에 입학하게 됐다.

“당시 오디션 때 액션스쿨 선배들이 만류를 많이 했어요. 회사처럼 정기월급도 못 주고 생계를 책임져주지 못한다고요. 그래도 전 하고 싶은 일을 찾다보니까 여기까지 왔어요.”

이곳 액션스쿨의 기본 교육과정은 보통 6개월. 교육과정에는 현대액션, 사극액션, 승마, 와이어, 스킨스쿠버 교육 등이 포함되어 있다. 유 씨는 5개월 정도 기본교육을 받았을 무렵 액션스쿨 감독의 제안을 받고 처음 촬영장에 발을 딛게 됐다.

“사실 6개월 과정 졸업 후 스턴트로 남겠다는 지원자들은 추가 3개월 교육을 해요. 이후 실력을 갖춘 사람만 촬영할 수 있는데 저는 운이 좋게도 졸업하기 전 촬영을 나가게 됐죠.”

당시 유 씨는 배우 하지원과의 체형을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한 달 동안 거의 굶어가며 무려 8kg의 살을 뺐다.

유 씨의 첫 촬영인 동시에 드라마 첫 회 촬영은 명동 한복판에서 이루어졌다. 당시 현장에는 정두홍 무술감독이 나와 있었다.

“대장님 앞에서 막내인 제가 액션을 보이려니 많이 긴장됐었죠. 게다가 주말이라 사람들이 가득 차 있어 부담도 많이 됐었어요.”

유 씨는 아파트 2, 3층 높이의 백화점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좀 어려웠다’고 말했다. 한 장면을 위해 4~5번을 뛰었다고 한다. 안전장치는 와이어 없이 밑에 박스와 매트리스를 깔아놓은 것이 전부였다.

스턴트맨 직업 특성상 현장에서 부상을 입더라도 촬영이 끝날 때까지는 전혀 내색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유 씨의 설명이다.

“혹시나 이런 액션에서 누군가 부상을 입게 되면 ‘아, 이 액션에서는 이 배우를 쓰면 안 되겠구나’ 하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촬영 중 부상이 생기더라도 보통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촬영에 임해요. 스턴트맨들의 말 못할 애환이죠.”

국내 인기 여배우의 대역을 한 소감은 어땠을까?

“하지원 씨는 액션 씬을 워낙 많이 촬영해보셔서 그런지 스턴트 맨들의 고충을 잘 알아요.그리고 액션 팀들은 대부분 여배우 누가 이쁘다와 같은 말들을 전혀 안하는데, 하지원 씨와작품을 같이 하고나서는 ‘정말 매력적이고 인간적인 배우다’라고 얘기해요. 스텝들부터 시작해서 막내 액션배우까지 인사를 먼저 건네줬거든요.”

유 씨는 처음으로 출연한 작품이 이제 마지막 2회를 앞두고 있어 아쉬움이 누구보다 커보였다.

“정말 이번 드라마는 몇 년이 지나서도 애착이 많이 갈 것 같아요. 첫 사랑처럼 뭐든지 처음은 기억에 오래 남잖아요. 특히 작품 내용도 우리 액션 배우들 이야기를 다뤄서 너무 영광스러웠어요.”

스턴트맨들의 최고 목표는 보통 국내 무술감독 또는 액션을 연출하는 사람들을 꿈꾼다고 한다. ‘진짜 길라임’ 유 씨는 조금 다르다.

“저도 국내 최초 여성 무술감독을 꿈꾸죠. 하지만 아직 감독보다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할리우드에 진출하고 싶어요. 외국 영화계에서도 대역을 할 수 있을 만큼 실력을 갖춰서 활동해보고 싶어요.”

정주희 동아닷컴 기자 zoo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영상=‘진짜 길라임’이 밝히는 드라마 ‘시크릿가든’ 촬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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