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스테이지] ‘미션’ 리콜…팬 사랑도 리콜 될까?

입력 2011-02-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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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억원의 제작비를 들인 초대형 뮤지컬 야심작 ‘미션’은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랐지만 배우들의 조악한 가창력과 엉성한 극 구성으로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리콜(재관람)을 시행했다.

조악한 가창력·엉성한 무대
여론 뭇매에 리콜 백기투항
들어간 돈만 무려 120억여 원. 미국 브로드웨이 진출을 겨냥했다는 ‘미션’은 1986년 칸 영화제 대상 수상작 ‘미션’을 뮤지컬로 제작한 작품이다.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 엔니오 모리코네가 참여한다고 해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이 초대형 야심작은 2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오르자마자 언론과 팬들로부터 뭇매를 맞았다. 상상을 초월하는 조악한 가창력의 배우들, 녹음 반주, 엉성하고 전환도 느려터진 무대 세트 등에 관객은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 관객을 모독한 작품”, “재앙 수준” 등의 악평이 쏟아져 제작사가 인터넷 게시판을 한 동안 폐쇄했을 정도였다.

결국 제작사는 공연계에서 보기 드문 ‘리콜’로 백기를 들었다. 초반에 관람한 관객에게 재관람의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었다. 여주인공을 교체하고, ‘립싱크’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인천 오페라합창단원 15명을 긴급 투입했다. 현재 제작사 측은 “수정된 ‘미션’이 관객에게 호응을 얻으며 공연이 정상궤도에 진입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직접 ‘미션’을 관람하니 확실히 교체된 여주인공의 노래는 수준급이었다. 일부 조연들의 하품을 유발시키는 가창력, 느린 세트 전환은 여전했지만 전체적으로 변화는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리콜’은 ‘리모델링’이 아닌 만큼 확 달라진 뭔가를 기대하긴 어려운 일이다.

사실 ‘미션’이 국내 공연 리콜의 첫 사례는 아니다. 지난 해 뮤지컬 ‘코러스라인’도 관객의 반응이 시원치 않자 대사, 스토리, 음악을 수정해 재관람을 시행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리콜은 공연계에서 매우 드문 일이다. 뮤지컬 연출가 이지나씨는 “외국의 경우 악평을 받은 공연이 조기에 내려지는 경우는 있지만 리콜은 드물다”라고 했다.

‘미션’ 사태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우리 현실상 브로드웨이처럼 무대에 올리기 전에 실험적으로 공연을 선보이며 수정을 하는 프리뷰나 트라이아웃 기간을 충분히 갖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정식 오픈에 앞서 일주일 정도의 약식 프리뷰는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미션’의 경우 공연에 임박해 무대 세트가 완성되는 바람에 배우들의 연습이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미션 리콜’은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이제 ‘외국 오리지널 캐스팅’, ‘어마어마한 제작비’, ‘거장의 입김’ 등의 수사로 만족시키기엔 관객의 눈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공연은 ‘리콜’의 대상이 아니다. 공연은 배우와 관객이 나누는 일종의 교감이자 사랑이다. 한 번 돌아선 사랑이 ‘리콜’한다고 쉽게 돌아올 리 없다.

사진제공|상상뮤지컬컴퍼니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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