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하 2집 “장기하 독무대, 이젠 잊어도 됩니다”

입력 2011-06-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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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집 내는 ‘장기하와 얼굴들’

다작(多作)은 못한다. 그 대신 한 번 만들면 마음에 들 때까지 ‘깨알같이’ 들여다보고 고친다. 2집을 들고 돌아온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왼쪽부터 정중엽(베이스) 이민기(기타) 장기하(보컬) 김현호(드럼) 이종민(건반). 두루두루amc 제공

“어엇…(이어폰) 양쪽 다 끼세요!”

초여름 날씨가 느껴진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난 멤버들이 동시에 외쳤다. 2집 발매를 이틀 앞둔 ‘장기하와 얼굴들’은 “우리 노래를 재미있게 들으려면 꼭 양쪽 귀를 다 음악에 기울이라”고 권했다. 타이틀곡 ‘그렇고 그런 사이’의 볼륨을 올렸다. ‘디기디기디기’ 하는 기타 소리가 왼쪽 귀에서 들리기 시작하더니 오른쪽으로 휙 옮겨가 사라졌다.

“왼쪽과 오른쪽이 구분돼 재미있는 부분이 많아요. 한쪽으로만 들으면 우리 음악을 절반밖에 못 듣는 게 돼요.”(장기하)

싱글 ‘싸구려 커피’와 1집 ‘별일 없이 산다’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장기하와 얼굴들’이 2집을 내기까지는 2년이 필요했다. 리더 장기하가 뮤직비디오의 연출과 출연을 맡아 화제가 된 더블 타이틀곡 ‘TV를 봤네’와 ‘보고 싶은 사람도 없는데’ ‘마냥 걷는다’ 등 모두 11곡을 담아냈다.

“1집 때 저 혼자 작사 작곡 편곡을 도맡았다면 2집은 합동작업이었어요. 녹음도 악기 하나씩 한 게 아니라 합주하면서 했죠.” 장기하의 말처럼 2집 작업엔 전보다 많은 이의 손길이 갔다. 건반의 이종민이 정식 멤버가 됐고, 김창완밴드의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가 객원멤버로 참여해 프로듀싱을 함께했다. 여러 앨범에서 실력을 입증해온 고현정 엔지니어도 참여했다. 덕분에 멤버들은 녹음 후 ‘이걸 살짝 올리고 이 부분은 옆으로 보내는 깨알 같은 작업’에 몰두할 수 있었다.

“‘날 보고 뭐라 그런 것도 아닌데’는 민기(기타)가 좋게 편곡해서 첫 데모 녹음에 아예 없던 부분이 생겼어요.”(정중엽) “녹음실에서 서로 눈짓을 주고받고 호흡을 맞추니 더 분위기가 좋더라고요.”(김현호)

장기하 혼자 만들던 멜로디와 메트로놈이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박자에서 탈피하니 느낌도 더 살아났다. 포크록에 가까웠던 1집에 비해 2집은 록의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이제 밴드의 면모를 강조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2집의 제목도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무대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데 ‘장기하’ ‘장기하밴드’라고 부르면 ‘필’이 꺾여요. ‘장기하와 얼굴들’이 길어서 불편하면 ‘장얼’로 불러주세요.”

무대 위에선 허술한 듯, 던지는 듯 불러도 그 이전에 발음 하나, 음정의 높낮이 하나도 깐깐하게 골라 음악을 ‘깨알같이’ 다듬는 장얼의 섬세함은 17일부터 3일간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열리는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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