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의 오늘] 1980년 레이프 가렛 내한공연

입력 2011-06-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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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케이팝(K-POP)으로 불리는 우리 대중가요가 세계적으로 이름을 얻고 있지만 1960년대 이래로 1980년대까지 이른바 ‘팝송’은 젊은이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라디오 팝 전문 프로그램도 다양했고, 이어폰을 끼고 이를 들으며 공부를 하는 10대들의 모습도 흔했다. 당연히 팝스타에 대한 열광도 대단했다.

1980년 오늘, 미국의 아이돌 팝스타 레이프 가렛이 서울 숭의음악당에서 내한공연의 마지막 무대를 열었다. 레이프 가렛은 공연 첫날인 14일 오전 한국을 찾았다. 그는 김포공항에 몰려든 소녀팬들에 둘러싸여 인기를 실감했다.

레이프 가렛은 1979년 내놓은 ‘아이 워즈 메이드 포 댄싱(I was made for dancing)’ 등 디스코풍 히트곡으로 소녀팬들을 사로잡았다. 미소년의 이미지는 어두웠던 시대, 10대들에게 더없는 탈출구가 됐고 마치 어디서도 꿈꿀 수 없는 환상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레이프 가렛의 내한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공연장인 숭의음악당의 유리창은 몰려든 소녀 팬들로 인해 매일 깨져나갔다. 주변 꽃밭도 쑥대밭이 되었다. 소녀들은 ‘오빠’에게 줄 꽃을 꺾었다. ‘오빠’가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출 때, 소녀들은 온갖 소지품을 무대로 던져 구애했다. 하루 2∼3명씩 졸도해 실려나가는 일은 뉴스도 아니었다.

당시 ‘어른’들은 이런 열기와 환호에 크게 놀랐다. 그들의 눈에 외국 가수에 열광하는 소녀들은 물정모르는 ‘철부지’로 비쳤다. 1960년대 말 클리프 리처드의 내한공연 당시 ‘사회문제’로 떠올랐던 열기와 환호는 또 다시 ‘철부지들의 광란’으로 낙인찍혔다.

동서고금의 팬덤은 기성세대와 젊은이들의 그런 ‘충돌’ 속에서 성장했나보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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