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스타 가운데에는 드러낼 수 없는 가족사를 지닌 이들이 있다. 이들의 가슴 아픈 사연이 훗날 알려졌을 때 스타들이 보낸 힘겨웠던 시간에 대중은 연민의 시선을 보내며 응원의 목소리를 낸다. 그 오랜 세월 감당했을 아픔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1994년 오늘, 오후 1시 서울 동부이촌동 온누리교회에서 배우 최민수(사진)가 캐나다 교포 강주은 씨와 결혼했다. 1993년 5월 강 씨가 미스코리아 캐나다 대표로 출전한 즈음 만난 두 사람은 약 1년 간의 열애 끝에 결혼에 골인했다. 이들의 결혼식에는 최민수의 어머니이자 배우인 강효실을 비롯해 신영균, 고현정, 고소영, 이덕화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석했다. 하지만 최민수의 아버지 최무룡은 보이지 않았다. 아들의 결혼식을 일주일 앞둔 11일, 토지 문제와 관련해 경찰에 구속됐기 때문이다. 최민수는 아버지의 결백을 주장하며 보석을 신청하는 등 백방으로 뛰었다.

최민수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962년 최무룡과 강효실은 이혼했다. 최무룡은 김지미와 결혼했고 최민수에게 아버지의 존재는 없었다. 오랜 세월 아버지의 부재에 힘겹게 살았던 최민수는 그러나 1988년 최무룡이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면서 아버지에게 조금씩 다가갔고 아버지 역시 아들에 대한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1993년 4월 대종상 시상식에서 두 부자가 함께 노래했고 그 다음달에는 MBC 토크쇼 ‘이숙영의 수요스페셜’에 나란히 출연해 쌓였던 감정을 녹여냈다. 최민수는 자신의 결혼식을 연기하려고 했지만 아버지는 그럴 필요 없다면서 아들의 결혼을 축하해줬다. 최민수는 가슴 속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윤여수 기자 (트위터 @tadada11)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