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커버스토리]로킥·헛발질?…‘하이킥!’ 3탄에 보내는 애정 어린 조언

입력 2011-10-07 11: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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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일일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포스터. MBC제공


"웃으려고 봤는데, 왜 이렇게 슬플까요?"

시트콤계의 '천재' 김병욱 PD의 신작 MBC '하이킥3: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 3탄)의 시청률이 '미지근'하다.

지난달 19일 방송을 시작한 하이킥 3탄은 캐스팅이 거론될 때마다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수위에 오르는 등 뜨거운 화제를 낳았다. 지난해 인기리에 종영한 '지붕 뚫고 하이킥'(2탄)의 공금가액은 31억6000만원에 불과했으나 하이킥 3탄은 87억10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전작 같은 폭발적인 반응은 나오지 않고 있다. 같은 시간대 방영하는 SBS '당신이 잠든 사이'의 성적이 더 좋은 편.

12%로 시작한 시청률은 매일 조금씩 하락하다가 개천절인 3일 반등했지만 다음날 다시 떨어졌다. 올해 드라마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하향평준화 됐다고는 하나, 시리즈의 마니아들도 "예전만큼 웃기지 않다"라는 평가를 쏟아낸다.

일일 시트콤이지만 쏟아지는 인터넷 기사 량도 많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방영 전에는 하이킥 3탄 뉴스 하나하나에 누리꾼들이 열광했다.

패자들의 마지막 부활전인 하이킥 3탄이 과연 멋지게 하이킥 할 수 있을까.

▶ '웃긴데 슬픈' 사회풍자 시트콤…독해졌지만, 웃음 포인트는 '글쎄'

김 PD는 하이킥 3탄에서도 특유의 한국형 가족 시트콤을 구현했다. 다만, 가족을 둘러싼 상황은 예전보다 더 독해졌고, 가족들은 더 궁핍해졌다. 친구의 배신으로 사업체 부도를 맞은 안내상 가족, 전세 사기를 당한 교사 박하선, 고시원비 두 달 치를 못내 쫓겨난 백수 백진희 등이다.

실제 중산층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자고 일어나면 은행 망한 소식이 들리고, 취업 못한 젊은이들이 다단계에 빠져들어 사회 문제가 되기도 한다. 평범한 직장인은 전세 구하기도 버겁다. 내 집 가진 사람도 어쩌다 동네에 재개발이라도 닥치면 시세보다 못한 표준공시지가를 받고 집을 내줘야 하거나, 수억 추가 분담금을 내야 한다.

이런 시기에, 어쩌면 한순간에 극빈층이 될 수 있는 중산층 가족을 내세워 '웃음'을 소폭 포기해서라도 사회적인 의미를 주고자 한 점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설정이 지나치게 무거운 탓에 "웃자고 틀었는데, 우울하다"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 시청자들이 갖는 시트콤에 대한 가장 큰 기대치가 '웃음'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런 반응이 무리는 아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암울한 현실을 시트콤에서까지 확인하고 싶지 않은 게 시청자들의 심리"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럽게 무리한 개그 코드를 심기도 한다. 백진희 엉덩이 노출, 박하선 속옷 노출, 안내상 전신 누드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B급 화장실 유머가 이따금씩 나오면 문제없으나, 지나치게 자주 나오면 식상하다.

▶ '사공이 많네'…이런저런 캐릭터는 많지만, 리더는 어디로?

시트콤에서는 캐릭터도 중요하다. 전작에서는 11명 남짓한 인물이 등장했지만, 하이킥 3탄은 초반부터 15명이나 대거 등장해 자기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전작의 이순재처럼 극의 중심축이 돼야 할 안내상은 기존의 조강지처 클럽에서 맡았던 한원수 역할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이 많다. 가장 구실을 못하면서 큰 소리만 뻥뻥 치거나, 마초적인 기질이 비슷하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지는 않았다. 게다가 최근에는 아내의 폐경을 동네방네 소문내는 바람에 주부 시청자들에게 '비호감'으로 찍혔다.

배우가 의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웃음을 준 사례는 많다. '순풍산부인과'의 박영규가 그랬고, 하이킥 전작 중 이순재와 정보석 역할이 그랬다. 이들은 모두 정극에서 진지한 연기로 정평이 나있었던 배우였기 때문에 코믹함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하지만 안내상은 기존 이미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다 보니 연기력까지 정체된 인상을 준다.

또한, 1, 2탄은 할아버지, 아들, 손자 3대 구조였다. 3탄은 2대 구조로 할아버지-손자 관계가 없고 마초적인 아버지만 있을 뿐이다. 기존 시리즈에 비해 우리 사회 가부장적 권위에 대한 풍자가 명료하지는 않은 편인 셈이다.

쉽게 말해 하이킥 2탄에서 가장인 정보석은 무능하고 사고뭉치 이었지만 그런 성향을 비난 받지 않았다. 오히려 귀엽다. 독재자 이순재에게 비난의 화살이 분산됨으로 정보석의 캐릭터가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제작진과 안내상이 더 고민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대중문화평론가 이문원 씨는 "아직까지 이미지 파격을 꽤한 캐릭터가 보이지 않는다"라며 "특별한 개성 없이 쏟아져 나온 캐릭터들이 안착하는 게 관건이다. 앞으로 새로운 비밀병기 캐릭터를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시트콤과 가장 맞닿아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와 비교해보면 SBS '패밀리가 떴다'나 MBC '무한도전'등도 처음에는 '비호감'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출연자들이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사랑의 작대기 행방은'…러브 라인이 '짝' 보다 복잡해

일일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이 '불륜 코드'를 욕하면서 계속 보는 것처럼, 시트콤에서도 러브 라인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

'누가 누구와 이어질까' 하는 궁금증은 초반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아 시청자 견인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하이킥 2탄에서도 최 다니엘, 윤시윤, 신세경, 황정음의 사각 관계의 향방이 시청자의 주된 관심사였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누구와 누구를 커플을 이어달라는 협박성(?) 글이 자주 올라왔다.

하이킥 3탄에서는 연인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20~30대 연기자가 참 많다.

우선 고등학생인 김지원이 젊고 특이한 보건소 의사 윤계상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서지석은 박하선의 '명성왕후' 연기에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한다. 9급 공무원 고영욱은 박하선에게 호감을 느끼고, 영어 선생 박지선은 원어민 교사 줄리엔과 이어진다. 여기에 백수 백진희, 이종석, 크리스탈이 있다.

여자 출연자 중에는 극 전체의 화자이자 외과 의사인 이적의 미래 부인도 있다는 내용이 첫 회에 공개되기도 했다. 러브 라인을 너무 꼬는 것도 단순 명료하게 끝내버리는 것도 주의해야 한다.

윤석진 교수는 "착한 것 같지만 알고 보면 아닌 윤계상, 독특한 여고생 김지원이 반전 코드를 감춘 최종 병기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이킥 3탄이 이대로 하이킥 하지 못하고 주저앉지는 않을 것"이라며 "김 PD가 무리한 개그 코드 거품을 빼고, 한국형 가족시트콤이라는 자기 복제의 늪에만 빠지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이슬비 동아닷컴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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