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메이트’ 모르니?… 궁디를 주 차삐까?

입력 2011-12-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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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말은 우리처럼 하면 되는 거 모르니?’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서울메이트’에서 어색한 서울말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는 개그맨 박소라(왼쪽부터), 허경환, 류정남, 양상국.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트위터 @k1isonecut

■ 경상도 사투리로 인기몰이 개콘 ‘서울메이트’

류정남 “‘정남아∼’는 아는데 내 얼굴 왜 모르니?→”
허경환 “난 유행어 제조기…바로 이맛 아닙니까?”
박소라 “사투리 생사는 내 귀에 달렸데이!”
양상국 “연예대상, 집단모욕죄 고소당하면 될까?”


“정남아, 물 함빨띠 갖고 온나. 물 컵이 와이리 해꿉노?”

이 말을 듣고 “정남아 물 한 바가지 갖고 오렴. 물 컵이 왜 이렇게 가볍니?”라고 이해했다면 당신은 이미 경상도 사투리의 달인이다.

요즘 대한민국을 경상도 사투리의 매력에 빠지게 만든 세 남자와 한 여자가 있다.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이하 개콘)의 인기 코너 ‘서울메이트’에 나오는 개그맨 허경환(30), 류정남(31), 양상국(28), 박소라(21). 이들의 고향은 각각 경남 통영, 부산, 경남 진영, 충남 천안으로 서울 태생은 한 명도 없다.

● 6년 만에 코너 부활, 서수민 PD는 은인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들이 인기 코너를 말할 때 기준은 방송 기간 6개월이다. 그런 점에서 ‘서울메이트’는 다음 주 정확히 6개월째 녹화를 맞는다. 지금은 네 명이 호흡을 맞추지만 원래 이 코너는 2005년 양상국과 류정남, 두 사람이 시작했다.

“2005년에 ‘개그사냥’에서 당시 아마추어였던 저와 정남이 형이 사투리 개그를 시작했어요. 그런데 타 방송사에 비슷한 사투리 개그가 등장하면서 저희는 빛을 보지 못하게 됐어요.”(양상국)

당시 ‘개그사냥’의 연출자였던 서수민 PD(현 ‘개콘’ 연출자)는 두 사람의 개그를 다시 ‘개콘’ 무대에 올릴 것을 제안해 ‘서울메이트’가 탄생했다.

류정남은 마시고 있던 커피를 들며 “서수민 PD님이 아니었으면 우린 이런 커피도 못 마셨을 거예요. 우리의 은인이에요”라며 감사를 나타냈다.

● 정남이를 모른다고? ‘궁디를 주 차삐까?’

코너가 인기를 끌면서 ‘궁디를 주 차삐까(엉덩이를 확 차버릴까)’ ‘정남아∼ 정남아’ ‘서울말은 끝만 올리면 되는 거 모르∼니?’ 등 여러 유행어도 나왔다. 특히 류정남은 ‘정남아∼’라는 유행어 덕분에 인기의 최고 수혜자가 됐다.

하지만 정작 그는 “요즘 거리를 걷다가 많은 분들이 ‘정남아∼ 정남아∼’ 해서 돌아보게 되요. 그런데 제 얼굴은 잘 모르시나 봐요. 가발을 쓰고 나와서 그런가? 며칠 전에 포장마차에서도 ‘정남아∼’하길래 일부러 옆에 서 있었는데 역시 모르시더라고요. 이름만 먼저 알렸어요”라며 웃었다.

어설픈 서울말을 구사하며 손을 머리 위로 뻗어 올리는 동작을 유행시킨 허경환은 동료 개그맨들 사이에서 ‘유행어 제조기’로 통한다. 그는 이미 ‘자이자이’ ‘바로 이 맛 아닙니까’ ‘있는데’ 등 몇 개의 유행어를 보유하고 있다.

“처음에 그 동작을 했을 때는 동료들도 어이없어 했죠. 그런데 남는 건 유행어랑 동작 밖에 없어요. ‘1박’하면 ‘2일’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요. 대사 중에 포인트를 잘 집어내는 게 비결이에요.”(허경환)

허경환이 이렇게 말하자, 류정남과 양상국은 “유행어 만들어서 광고 찍자는 심산이에요. 완전 상업주의 개그맨이다”라고 핀잔을 줬다.

● 막내 박소라 “사투리 기준은 나에 달렸다”

팀의 막내 박소라는 ‘서울메이트’에서 유일하게 서울말을 쓰는 캐릭터다. 언뜻 보면 역할이 작아 보이지만 코너 회의에서 그는 아주 중요한 인물이다. 허경환, 류정남, 양상국이 저마다 다른 조금씩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기 때문에 박소라가 중간자 역할을 한다는 것.

“회의를 하다 보니까 서로 모르는 사투리가 많아요. 그래서 (박)소라가 들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사투리를 기준으로 했어요.”(허경환)

박소라는 “천안 출신이라 경상도 사투리를 거의 몰랐는데 선배들하고 생활하다보니 이제 귀가 많이 열렸어요. ‘사투리는 제 2의 외국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이제 부산 가면 거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 연예대상? ‘비대위’랑 ‘애정남’ 등장에…

‘서울메이트’ 팀에게 “2011년 연예대상에서 수상을 기대하느냐” 묻자 “마음을 거의 비웠다”고 했다. 최근 ‘개콘’에 ‘비상대책위원회’와 ‘애정남’ ‘사마귀 유치원’ 등이 인기 코너로 떠올라 수상 가능성이 적다는 것.

“얼마 전만해도 후보는 생각했는데 지금은 후보도 어려울 것 같아요. 워낙 센 코너가 많아서. 지방에 계시는 국회위원이 사투리 때문에 모욕감을 느꼈다고 집단모욕죄로 고소해 이슈가 좀 되면 모를까…”(웃음)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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