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려원 “‘드라마의 제왕’ 통해 깨달았다…내가 가야할 배우·연기의 길을”

입력 2013-01-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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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제왕’을 끝낸 연기자 정려원. 화사한 웃음을 짓는 이유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가 가져야 할 기본을 느낀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드라마의 제왕’을 끝낸 연기자 정려원. 화사한 웃음을 짓는 이유는 “이번 작품을 통해 배우가 가져야 할 기본을 느낀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 시청률 낮아도 방긋…정려원, 그녀가 당당한 이유

‘드라마의 제왕’ 시청률 낮았지만 만족
작가 역 하면서 배우의 책임감 느껴
자기관리 철저한 김명민선배 큰 도움
아이돌출신 배우에 편견 안가졌으면

한파에 쪽대본, 살인적인 스케줄 등으로 촬영이 끝나기만 기다렸던 배우들은 막상 드라마가 끝나고 나면 “시원섭섭하다”라는 말을 자주한다. 작품에 대한 애착이 없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마음 한켠에 있던, 답답했던 마음이 싹 풀려 시원하면서도 아쉬워서 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려원은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주연을 맡았던 SBS 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끝난 지 2주일이 넘었지만 그런 마음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다른 드라마보다 쉽게 촬영했다는 건 아닌데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시간에 쫓기지도 않았고. 예전에는 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바쁘게 뭘 먹었다면, 이제는 어떤 걸 먹고 있는지 또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 알았으니까 여유가 생긴 것이다.”

이런 여유는 ‘드라마의 제왕’에서 호흡을 맞춘 김명민에게 배웠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김명민을 옆에서 보니 자연스럽게 자신도 습관이 됐다.

“선배님이 밤새는 걸 싫어한다. 대신 지각도 안하고 NG도 안낸다. 촬영 전 모든 준비를 해오니 자투리 시간이 생기질 않는다. 그러니 새벽에 나와서 밤샘 촬영하고 또 새벽까지 촬영하는 ‘디졸브’(쉬지 않고 계속 촬영하는 현장)가 없었다. 또 스태프들도 긴장해서 찍으니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딱딱 맞았다. 마음이 맞으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쓸데없는 시간이 생기지 않으니 결국 전체 촬영 일정에서 하루가 남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배우들과 스태프들의 끈끈함은 넘쳤고 주변의 반응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사실 ‘드라마의 제왕’은 화제와 달리 시청률은 낮았다.



“(시청률이)배우들의 힘을 빼놓는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출연한 ‘샐러리맨 초한지’는 시청률은 높았지만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드라마 갤러리’가 없었다. ‘샐러리맨 초한지’는 몸과 마음이 힘들어도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줘서 위안을 얻었다면, 이번엔 드라마 자체가 내게 위안이었다. 이고은이라는 캐릭터가 성장하는걸 보면서 만족하고 기뻤다. 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느끼니,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고 편안하게 했던 것 같다. 한 동료배우가 ‘너희도 미친 듯이 촬영할 텐데 피부 트러블이 안 생기는 게 이상하다’고 하더라. 하하하.”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정려원이 연기한 이고은은 드라마 대본을 쓰는 작가다. 배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중요 인물이다. 현실에선 자신의 입맛에 따라 대본 수정을 요구하는 일부 배우가 있어 작가와 트러블이 있기도 한다. 정려원은 이를 연기하며 제작진의 입장이 되어 재미와 애환을 간접적으로 느꼈다. 그동안 연기하면서 작가를 힘들게 한 경험이 있느냐는 질문에 정려원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전혀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가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작가가 어떤 눈으로 대사를 썼는지 자세히 알게 됐다고 할까. 주연배우로서 책임감이 더 생겼다. 무엇보다 작가의 소중함도 느꼈다.”

2000년 여성그룹 샤크라로 데뷔한 정려원은 ‘성공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 꼽힌다. 현재 안방극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후배 연기자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요즘 아이돌은 정말 대단하다. 우리 때와는 비교도 하지 못할 만큼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 같다. 곡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어떤 분야에서도 제몫을 다 해낸다. 그런 자생력이 있는 분들이 다른 분야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건 박수 받을 일이다. 그런데 왜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를 떼야하는지 묻고 싶다. 굳이 본인들이 수식어를 떼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편견을 가지고 그들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들은 별을 두개 달고 있는 거다. 그런 후배 중에 박유천이 빛나는 것 같다. 정말 잘하더라.”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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