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참깨와 솜사탕, 먹지 말고 귀에 양보해 주세요

입력 2013-05-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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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참깨와 솜사탕

“우린 구질구질해요.’

자신들이 감성을 표현하는 이 말 한마디가 그들의 모든 것을 대변했다. 존재감마저 빛났다. 그들에겐 ‘정형화되지 않은 슬픔 혹은 어두운 감성’이 곧 ‘구질구질함’이다. 슬픔을 오로지 슬픔 하나만으로 표현하는 이들은 인간 본연의 감성에 충실한 듯 보였다.

마음속 무언가를 특별하고 참신하게 꺼내놓을 줄 아는 청년 인디밴드 참깨와 솜사탕(최기덕 박현수 유지수, 이하 참솜)을 만났다.

참솜은 관리되지 않은 정원 같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소극적인 모습이지만, 그 이면에 ‘초록’을 담고 있다. 말투와 외모, 처절하고 슬픈 감성까지, 참솜은 백 마디의 말보다 음악으로 설명되어야 할 친구들이다.

“우리는 참깨와 솜사탕입니다. 우리는 ‘참솜’이라고 부르죠. 우리에게 음악은 즐거움이에요. 음악 철학도 ‘재미있게 하자’입니다. 즐겁게 음악을 하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음악은 어두워요. 우리가 어둡거든요. 하하.” (유지수, 박현수)

참솜은 고등학교 3년 내내 같은 반 단짝이었던 최기덕과 박현수가 20살 때 다시 만나 결성한 팀이다. 최기덕이 산 빵에 곰팡이가 생긴 걸 박현수가 보고 “요즘은 빵에 참깨와 솜사탕도 들어있느냐”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 되어 팀명이 ‘참깨와 솜사탕’이 됐다.

이름만큼이나 팀 결성도 독특하다. 음악을 하겠다고 다짐하고 음악학원에 갔지만, 천편일률적인 창법이 싫어 2일 만에 그만두고 산에 들어가 기타와 발성 연습을 했다는 최기덕과 노래방에 갔다가 마음이 맞아 돈을 반반씩 지불해서 젬베(Djembe)를 산 뒤에야 완벽한 팀이 됐다는 박현수의 조화는 흥미롭다. 두 사람은 MBC ‘무한도전’의 하하와 노홍철과 같다. ‘네가 하면 나도 한다’라는 라이벌 관계로 시작된 두 사람은 결국 경쟁을 초월한 식구가 됐다.

최기덕과 박현수는 홍대에서 십센치 등과 길거리 음악을 시작하다 갈증을 해소해줄 여성 보컬을 찾았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유지수가 합류하며 지금의 참솜이 됐다. 유지수 역시 두 남자의 자작곡에 반해 오디션에 참가했다.

인디밴드 참깨와 솜사탕


전혀 달랐던 세 사람은 제이슨 므라즈(Jason Mraz)와 데미안 라이스(Damien Rice)의 음악을 공통분모로 하나가 됐다. 그렇게 탄생한 결과물이 2010년 발매한 ‘참깨와 솜사탕’이다. 그 후 두 남자는 국방의 의무를 마쳤고 유지수는 대학생이 됐다. 첫 앨범 발매일로부터 약 3년이 지난 2013년 3월 참솜은 첫 번째 EP ‘속마음’을 발표했다. 참솜은 3년 전, 날 것 그대로의 감성에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만들어진 새로운 곡을 가득 담았다.

“우리는 화려한 음악을 하는 팀은 아니에요. 멤버 개개인의 실력을 키우되 노래 하는 이와 듣는 이 모두가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참깨와 솜사탕의 발전을 앨범으로 보여 드리고 싶었고 이 앨범이 그 시작입니다.” (최기덕, 유지수)

‘속마음’에는 타이틀곡 ‘속마음’과 이 시대 젊은 백수들을 위한 헌정 곡 ‘없잖아’, 이별을 노래한 ‘이즐께’, 극강의 닭살송 ‘키스미’ 등 10개의 트랙이 담겨 있다.

타이틀콕 ‘속마음’은 기타의 선율이 돋보이는 어쿠스틱 곡으로 경쾌한 멜로디 라인과는 달리 헤어짐을 앞둔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참솜은 “이별 현장송”이라고 설명했다.

멤버들은 앨범을 통해 다양한 20대 밴드다운 풋풋함과 참신함을 뽐냈다. 이들은 다양한 음악을 하길 원했고, 도전을 즐기는 듯 보였다. 박현수는 “지금은 밴드 음악을 하지만 나중에 일렉트로닉과 힙합 음악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유지수 역시 “사운드와 가사에서 더 많은 도전을 해보고 싶다”며 “사랑 이야기도 좋지만, 나중엔 당시 감정에 충실한 일상적인 이야기를 노래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제 막 꿈을 향해 출발선에 선 기분이 어떨까. 참솜은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이 크다”면서도 “아직은 보여 드릴 게 많이 남았다. 그래서 행복하다”고 속마음을 밝혔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대중성을 배제하고 싶진 않아요. ‘음악이 우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거든요. 인디음악도 대중에게 충분히 사랑받고 공감대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희는 그런 멜로디를 만들고 싶어요.” (최기덕)

“곡을 쓰다 보면 꼭 슬픈 멜로디와 가사가 떠오른다”는 참솜은 음악 자체에는 무한 긍정의 에너지를 자랑했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딛는 젊은이들의 패기마저 느껴졌다. 그들은 틀에 얽매이지 않은 음악으로 “대중이 우리가 어떤 음악을 낼지 궁금해하고 기대하는, 그런 팀이 됐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마지막으로 참솜은 팀 명 때문에 자칫 이미지가 고착되어 음악을 듣기도 전에 그들을 판단하게 되지는 않을까 염려했다.

“참깨와 솜사탕이란 이름이 어떻게 보면 오글오글 하다고 느끼실 수 있어요. 음악은 전혀 달라요. 판단하기 전에 먼저 참솜을 들어봐 주세요.” (모두)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파스텔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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