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그날들’ 오종혁 “해병대 생활보다 더 힘들었던 건…”

입력 2013-05-31 09: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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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오종혁.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해병대 생활을 하며 죽을 뻔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힘든 고민이 있었어요.”

올 2월 제대와 동시에 뮤지컬 ‘그날들’로 복귀한 가수 겸 배우 오종혁을 만났다. 그는 각 잡힌 인사를 수차례 하며 이전과 사뭇 다른 남자다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인터뷰는 해도 해도 어색하다”며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지만, 이내 군 생활을 묻는 질문에 신이 나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원래 수영을 못 했어요. 입대해서 수영을 배웠죠. 맨몸으로 바다에 뛰어 수심 10m까지 들어가고, 잠영으로 50m를 헤엄쳤어요. 한겨울에 종일 찬물에 떠 있어 온몸이 파랗게 되기도 하고요. 소금물을 계속 잘못 들이켜 폐에 출혈이 생긴 적도 있어요. 기침을 하는데 피가 한가득 나오더라고요. 놀라서 ‘대원님! 피가 나왔습니다!’라고 했더니 ‘인마, 네 선배들도 다 나왔어!’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웃음)”

이 외에도 못 자고 굶는 등 죽음의 한계에 도전하는 훈련이 계속됐지만, 오종혁을 괴롭힌 것은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었다. ‘사회에 나가 연예인 생활을 계속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게 더 힘들었다.

“‘일을 계속해야 하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죠. 제 성격이 연예인과 안 맞거든요. 감정을 숨기는 게 너무 힘들어요. 팬들한테 웃어주는 것조차 잘 못 해요.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면서까지 연예인을 고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도 음악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오종혁이 복귀작으로 뮤지컬을 선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는 군대에서 우연히 ‘그날들’의 대본을 받았다. 고 김광석의 노래, 경호원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그가 맡은 무영이라는 인물의 캐릭터까지 모두 마음에 들었다. 제대가 늦춰져 합류가 늦었지만 그는 “절대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관계자들을 설득했다. 오종혁은 “이 뮤지컬이 나에게 남달랐던 이유가 있다”며 복무 중 김광석의 노래를 접한 일화를 털어놨다.

“제가 서른 살에 입대했어요. 선임이 저를 놀린다고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를 불러줬어요. ‘이 노래, 왜 이렇게 우울하냐’라고 물었더니 ‘네 노래잖아’라며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부르는데 가사가 정말 와 닿더라고요. 이래서 명곡이구나 싶었죠. 결국 울컥하다 눈물을 흘렸어요.”

단순히 그가 서른이라는 이유로 노래에 공감한 것은 아니다. 그는 입대 전 힘든 성장통을 겪었다. 그룹 클릭비와 개인 활동이 여러 사건들에 휘말려 순탄치 않았던 것.

“잘나갔던 때도 있고, 바닥까지 간 적도 있죠. 좋은 관계라고 생각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며 ‘연예계의 생태가 이렇구나. 어쩔 수 없는 곳인가’ 하는 환멸을 느끼기도 했고요.”

하지만 오종혁은 힘든 시간을 일찍 겪은 것이 정말 행운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그만큼 단단해졌다. 아직 젊기에 재기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라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배우 오종혁.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특히 오종혁에게는 클릭비로 활동하던 시절부터 변함없이 곁을 지켜준 팬들이 있어 더욱 힘이 난다. 인터뷰가 있던 날도 팬들이 찾아와 그를 응원했다.

“50명 정도 꾸준히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어요. 결혼해 아이가 있는 팬도 생겼죠. 이제는 서로 가족 같아요. 군대까지 찾아온 팬에게는 ‘좀 쉬라니까 왜 또 왔느냐’고 잔소리를 하고, 짧은 치마를 입고 다니면 ‘지금이 몇 시인데 이렇게 입고 다녀? 빨리 집에 가’라고 해요.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걱정돼서요. 팬들도 마찬가지예요. ‘오빠, 대사 좀 정확하게 해. 돈 내고 보러 오는 사람들이야. 완벽하게 해야지’라고 냉정하게 혼내요.(웃음)”

무대와 팬들이 있어 모든 시련을 극복해 왔다는 오종혁. 그의 꿈은 좋은 사람들과 평생 뮤지컬을 하는 것이다.

“삶에 지칠 때면 뮤지컬이 제게 힘을 줘요. 배우들과 호흡하며 순수한 열정을 얻고, 관객들과 감정을 공유하며 행복을 얻죠. 나를 찾는 사람이 없고 내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뮤지컬을 쭉∼ 하고 싶어요.”

원수연 동아닷컴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국경원 동아닷컴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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