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냉각·세월호 참사…골든위크 특수도 옛말

입력 2014-05-23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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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관광객 감소로 우울한 관광업계

골든위크 방문객 전년 대비 24% 급감
잇단 안전사고 여파로 한국여행 기피
독도 문제 등 한일관계 악화도 영향

인바운드 여행사들 “문 닫을 판” 울상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거의 한계에 달했다. 구조조정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했지만 이런 상태면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 청계천로 한국관광공사 사옥에서 열린 일본 인바운드(inbound:해외 관광객의 국내여행) 여행사 대표와 관광공사 사장과의 간담회. 한국을 찾는 해외 관광객 전문 여행사와의 간담회는 그동안 정례적으로 가져온 자리였지만 이날 분위기는 이전과 달리 무척 심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 16개사 대표들은 일제히 “일본인 관광객의 감소가 너무 심각해 회사의 존폐를 걱정할 정도”라며 시급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일본인 관광객의 급격한 감소는 요즘 관광업계의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일본의 대표적인 연휴기간인 골든위크(4월25일∼5월6일)는 그동안 일본 인바운드 여행사들이 많은 기대를 하던 대표적인 대목이다. 그런데 올해 골든위크에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8만2000명으로 전년에 비해 무려 24%나 줄었다.

여행업계에서는 일본인 관광객 감소가 시작된 시점을 2012년 9월로 보고 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하고, 한국교원대 연설에서 일본 국왕의 사과를 요구한 이후 한일관계가 급속히 냉각됐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그 전까지 매년 일본 관광객은 꾸준히 늘고 있었는데, 그 때를 기점으로 갑자기 감소세로 돌아섰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2012년 330만명이 넘던 일본인 관광객이 2013년에는 275만명으로 확 줄었고, 올해도 4월까지 전년대비 10%, 한국을 찾던 호조기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줄었다. 특히 여행사의 큰 수입원이라 할 수 있는 수학여행이나 기업 인센티브 여행 같은 단체상품의 감소 폭이 컸다.


● 냉각된 한일관계로 감소세…하반기 대형 한류 이벤트 등 대책 마련 고심

일본 인바운드 여행산업을 지원하는 관광공사 일본팀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 엔저 등 상황을 악화시키는 새로운 변수가 계속 등장했다”며 “올해 들어서는 경주 마리나 리조트 붕괴와 세월호 침몰 등 안전 문제까지 불거져 사원 연수 같은 인센티브 상품에서 한국이 여행지로 거의 거론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본팀 관계자는 “무엇보다 걱정되는 현상은 그동안 일본의 방한 수요를 견고하게 받쳐주던 아줌마 한류팬 층도 이제는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고 걱정했다.

관광공사는 일본인 관광객 수요 회복을 위해 간담회에서 나온 업체 요청을 받아들여 하반기에 대형 한류 이벤트 개최를 검토하고 있다. 마리나리조트와 세월호 사건으로 불거진 한국 여행의 안전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 관광지 안전에 대한 매뉴얼 제작도 준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한 우호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 7월 일본 여행사 대표를 초청하고, 인기 아이돌 그룹을 모델로 세운 새로운 한국관광 광고캠페인을 실시한다. 또 업체들의 경영난 극복을 돕기 위해 긴급 자금 지원을 문화체육관광부에 요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독도영유권, 교과서 왜곡,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인 관광객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한일간의 쟁점들이 그대로 있는 상황에서 이런 정책들이 효과를 볼지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

김재범 전문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kobau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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