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현 “극 초반 이성계 중심 전개…‘정도전’ 제목 원망했었다”

입력 2014-07-04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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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하사극 ‘정도전’에서 대업을 채 이루지 못하고 스러진 정도전을 연기한 조재현. 현실에서는 배우로서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남우조연상을 받고 싶다”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 중이다.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트위터@seven7sola

■ 인기리 종영 ‘정도전’ 조재현이 말하는 비하인드 스토리

‘미스 캐스팅’ 지적에 심한 속앓이도
예민한 A형이라 링거 맞으며 열연

처음 시놉시스 읽었을땐 감동과 전율
다른 사람에겐 주지 마라 당부했었죠

배우로서 나만의 대업?
해외영화제 대한민국 첫 남우주연상


“연극을 오래하면서 가끔 몸살을 앓고는 했는데 드라마를 하면서 몸살이 난 건 처음이다.”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이 6월29일 막을 내린 뒤 서울 대학로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조재현(49)은 팔에 ‘뽀로로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링거를 맞아가며 6개월 동안 정도전으로 살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거니와 이제야 말할 수 있는 적지 않은 마음고생의 흔적이었다.

조재현은 “내가 극소심한 A형이라 온라인 반응을 다 읽어보는 편이다”고 말문을 연 뒤 “정도전은 진보적인 성향의 정치인인데 왜 보수 성향이 짙은 조재현이 그 역할을 하느냐며 ‘미스 캐스팅’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었다.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경기영상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취임 당시 경기도지사가 새누리당 소속(김문수)이라는 사실 등이 그를 보수 성향의 배우로 바라보게 했다.

극 초반 이인임, 이성계, 최영, 정몽주 등 다른 캐릭터 위주의 전개에도 속이 상했다. 그는 “이럴 거면 왜 제목을 ‘정도전’으로 했을까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다”면서도 “앞서 주목받은 인물들이 다 한 골씩을 넣었다면 전체적인 게임 운영을 한 것은 정도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뒤늦게 이런저런 속상함을 털어놨지만 그래도 ‘정도전’에 대한 애정만큼은 남달랐다. 조재현은 “처음 시놉시스를 읽고 나서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왜 이런 인물이 후세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 것일까 궁금했다. 연출자 강병택 PD에게 ‘다른 사람에게는 시놉시스 주지 마라. 내가 할 거다’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그는 정도전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조선을 세웠음에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유일한 인물, 정도전”이라는 도올 김용옥의 말에 공감하며 캐릭터를 잡아 나갔다.

정도전과 자신의 공통점을 “실천주의자”라고 표현한 조재현은 정도전의 대업이 민본정치였다면, 본인에게도 대업이 있다고 했다.

“10년 전 쯤 ‘10년 후 나의 모습’에 대해서 글을 쓴 적이 있다. 10개의 목표 중 1∼2개를 빼고는 다 이뤘다. 그 중 하나가 수현재 씨어터와 같은 공연장을 만드는 것이었고, 연극 제작을 하는 것이었는데 모두 다 실천했다.”

아직 이루지 못한 대업도 조심스럽게 공개했다.

그는 “9일 영화 ‘연꽃버스’ 촬영차 프랑스로 간다. 좋은 예술영화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싶다. 김기덕, 홍상수, 이창동 같은 이미 세계에서 인정받은 이들의 다음을 이을 감독들과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여 개인적인 욕심이 있다면 그런 작업을 통해서 베를린, 칸, 베니스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싶다. 그게 배우 조재현의 인생에 남은 대업 중 하나다”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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