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조권·조성하 여장에 ‘깜짝’ 놀라고, 연기에 한 번 더 ‘깜짝’…뮤지컬 ‘프리실라’

입력 2014-07-08 16: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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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그리고 무대에서 봐왔던 남자배우들이 ‘드래그퀸(Drag Queen․남성이 유희의 목적으로 과장되게 여성처럼 차리고 여성처럼 행동하는 것)으로 변신해 총천연색의 옷을 입고 한껏 끼를 부리니 어찌 놀랍지 아니한가. 하지만 입이 더 다물어지지 않은 것은 극이 주는 흥겨움 때문이다.

스티븐 엘리엇 감독의 1994년 동명 영화를 옮긴 뮤지컬 ‘프리실라’는 성소수자 버나드, 틱, 아담의 이야기로 토니상, 아카데미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메이저 어워즈를 석권하며 ‘브로드웨이의 여왕’이라는 평가를 받은 작품이다.

극의 내용은 이렇다. ‘시드니’의 클럽 쇼에 출연 중인 틱(마이클리․이지훈․이주광)이 별거 중인 아내에게서 그가 일하는 ‘앨리스 스프링스’의 호텔의 출연을 제의받으며 시작된다. 꿈을 좇으며 살다 회의를 느끼며 슬럼프에 빠진 그에게 쇼 레퍼토리 구상과 새로운 멤버의 모집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아직 자신의 존재를 모르는 아들 벤지와의 만남이다. 결국 틱은 왕년의 스타 버나뎃(조성하․고영빈․김다현)과 함께 ‘프리실라’ 버스를 타고 여행을 시작한다. 2876km의 긴 여행을 하며 20대~40대의 드래그퀸들은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프리실라’를 보기 전, 걱정되는 점은 국내에서 다소 금기시되는 ‘성소수자’라는 소재였다. 게다가 여장을 하는 남성이라니, 한국 관객들을 어떻게 사로잡을 수 있을지 우려가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걱정은 잠시였다. 극 중 등장하는 10미터, 무게가 8.5톤에 달하는 은빛의 ‘프리실라’ 버스와 360도 회전을 하며 30000개의 LED조명이 알록달록하게 비추며 화려하게 등장하는 드래그퀸 오빠들(?)의 끼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재미있다.

‘프리실라’로 첫 뮤지컬 도전을 하는 연기파 배우 조성하는 소싯적 잘나갔던 스타 버나뎃으로 분하며 파격적인 여장을 감행했다. 펌 가발에 짙은 눈 화장, 몸매가 드러나는 의상까지…. 몇 개월까지만 해도 택배 아저씨로 나왔던 그 분이 맞나 싶을 정도다. 또한 노래나 춤, 무대 매너까지 수개월 동안 얼마나 땀방울을 흘렸는지 무대에서 증명이 된 듯하다. 같은 역할로 분한 뮤지컬배우 고영빈과 김다현은 날렵한 몸짓으로 요염한 버나뎃을 표현한다. 과거 뮤지컬 ‘라카지’에서 이미 게이 엄마 ‘앨빈’을 연기했던 김다현은 그의 별명다운 ‘꽃다현’만큼 예쁘며 ‘마마, 돈 크라이’에서 ‘프로세서 V’로 분해 빨간 하이힐을 신었던 고영빈도 여성스러움이 넘친다.

‘깝권’으로 대중들에게 사랑받는 조권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에 이어 ‘프리실라’로 뮤지컬 활동을 감행했다. 트러블 메이커 아담 역을 맡은 조권은 그동안 감춰왔던 끼와 에너지를 모두 발산시키며 여심을 공략하며 뮤지컬계의 ‘끼 부림’을 연기하는 김호영, 그리고 신인배우 유승엽은 금방이라도 관객에게 다가와 ‘어머 얘!’하며 살을 꼬집을 것 같은 애교가 넘치는 연기가 눈에 띈다. 이외에도 마이클 리, 이지훈, 이주광 등 탄탄한 실력과 스타성까지 겸비한 배우들이 ‘프리실라’ 무대를 휘어잡는다.

또한 듣는 귀도 즐겁다. 마돈나, 신디로퍼, 티나 터너, 도나 썸머 등의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히트팝으로 이뤄진 ‘프리실라’의 28곡은 국내 관객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할 정도로 신이 난다. ‘It's Raining Men’(잇츠 레이닝 맨), ‘I will Survive’(아이 윌 서바이브), ‘Hot Stuff’(핫 스터프) 등 전 세계 밀리언 히트팝은 중년 관객들을 ‘유혹’하는데 충분하다. 마지막까지 신나는 커튼콜까지 있다고 하니 놓치지 않고 감상하길.

뮤지컬 ‘프리실라’는 7월 8일부터 9월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공연시간 2시간 30분, 만 13세 관람가. 문의 1577-3363.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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