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청취자들 곁에 있고, 그들과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신철의 바람이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 신철이 진행하는 ‘DJ처리와 함께 아자아자’가 26일 방송 10주년을 맞는다. 사진제공|신철
“처음엔 놀러가는 이 위해 방송
알고보니 일하는 사람 더 많아…
평일엔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 듣고
주말방송땐 그들의 이름 부르며 응원”
“한해동안 온 문자 357만2434건
비결요? 소통과 논스톱 뮤직쇼
팝·가요·트로트 원하면 다 틀어드리죠”
“주말에만 나타나는 괴물 같은 라디오.” “스티븐 스필버그도 울고 갈 블록버스터 라디오.”
토, 일요일 오후 6시 라디오 주파수를 103.5MHz(수도권)에 맞추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방송 하나가 나온다. 방송인 배칠수의 ‘소개 멘트’가 나오면 ‘전쟁과 같은 라디오’가 시작된다.
2시간 방송이 정석인 보통의 라디오 프로그램과 달리 SBS 러브FM ‘DJ처리와 함께 아자아자’(아자아자)는 4시간 동안 생방송으로 진행된다.
혼성듀오 ‘철이와 미애’ 출신의 신철이 진행하는 ‘아자아자’는 라디오의 ‘상식’을 깬 기상천외한 프로그램이다. 청취자들에게 “사약을 내리라”고 하지 않나, 청취자들은 DJ를 “두목”이라 부른다. 청취자들은 방송 18시간 전, 토∼일요일 오전 12시부터 출석체크를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충성을 다짐하고, ‘두목’은 이들에게 방송 중 이름을 불러주며 애정을 드러낸다.
이렇게 ‘밀고 당기기’를 해온지 10년째다. 26일 방송 10주년을 맞는 ‘아자아자’는 청취자들에게나 DJ에게 삶의 일부가 됐다. 신철은 10년이나 함께 해준 “청취자들이 고마워서” 26일 오후 8시 경기 광주 남종면 공설운동장에서 특집 공개방송 ‘한 여름 밤의 꿈’을 연다.
신철은 “청취자들이 자체적으로 소규모 모임을 만들어 한 달에 한두 번씩 만난다”며 “올해 방송 10주년을 기념해 자리를 크게 만들었다. 25개의 모임 회장이 미리 만나서 게임이나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했다. 공개방송도 중요하지만, 모든 청취자가 오전10시부터 만나서 함께 즐기는 것이 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런 청취자들이 신철에게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들이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는 없었다. 2004년 처음 방송을 시작할 땐 파워FM(1077MHz)에서 1년6개월 정도 진행하다가 잘렸다. 하하! 그 후 6개월 쉬고 다시 시작한 거다. 러브FM으로 주파수도 옮기고 ‘주말에 놀러 가는 청취자들을 위해 신나는 음악을 틀어주자’는 게 콘셉트였다. 다른 라디오와 다르게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라디오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청취자들이 보낸 문자메시지 등을 살펴보니까, 놀러가는 사람보다 일하는 사람들이 더 많더라. 일하는 이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어, 프로그램 방향도 바뀌었다.”
신철은 청취자들을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몇 달 동안 청취자들을 분석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낸 청취자들이 일하는 OO여객, OO운수 등 버스, 화물차, 택시, 공장 등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었다. 그들의 업무 형태를 직접 듣고 나서, 문자메시지를 관리하는 시스템에 청취자들의 개인 신상, 직업 등을 세세하게 입력했다. 라디오는 주말에만 방송하지만, 이 작업을 위해 평일 4일을 모두 쓴다.
“지금은 지역별로 청취자들을 다 외웠다. 그들을 만나고 나니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알 것도 같았다. 라디오는 그들에게 정말 필요한 도구다. 힘이 되어주고 싶었고, 라디오를 통해 대화를 하고 싶었다.”
2013년 한 해 동안 ‘아자아자’에 온 총 문자메시지는 357만2434건이다. 파워FM의 전체 프로그램의 메시지 수는 247만9184건이다.
“비결? 음악이다. 라디오에서 처음 시도하는 논스톱 뮤직쇼 덕분이다. 특정 한 장르만 들려주지 않고 팝, 가요, 트로트 등 정말 다양하게 들려준다. 음악으로 소통하다 보니 청취자들의 공감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문자메시지를 보낸 개수에 따라 등급도 나뉜다. 지부장-위원-상임위원-최고위원-대표위원-중독클럽 대기자-중독클럽-문자의 달인-문자의 신 순이다.
“문자의 신이 8명 정도 된다. 10만개를 보낸 것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700만원이다. 라디오를 위해서 이런 큰돈을 쓰는 사람도 있다. 문자요금이 많이 나오면 부부싸움을 하기도 한다. 한 청취자는 ‘술도 안 먹고 다른 것도 안 할 테니, 이거라도 하겠다’고 했고, 다른 청취자는 가족들에게 ‘나 죽으면 무덤에 라디오 하나 넣어달라’고 했다더라. 라디오는 인생처럼 단거리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그들과 오랫동안 달리고 싶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ngoosta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