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현우 “30대의 나, 정은지처럼 일하는 것도 좋지만…”

입력 2014-09-01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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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와이트리 미디어

여자들은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와도 며칠만 지나면 제 자리로 돌아온다고 불평하지만 분명 변화하는 것은 있다. 몸이 고된 만큼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어떤 방식으로든 달라진 가치관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바탕으로 군대에 다녀온 남자는 결정을 내린다. 그게 도전일지 아니면 도망이 될지는 결국 그 시간을 겪은 사람 나름이다. 다소 시끄러웠던 군 입대와 제대를 치른 배우 지현우는 지난 시간들을 바탕으로 도전을 택했다.

까마득한 후배 아이돌 출신 배우와의 연기, 트로트라는 생소한 소재, 정극과는 다른 개성 넘치는 캐릭터 등 여러 복잡한 요소들을 이기고 그는 KBS2 드라마 '트로트의 연인' 속 장준현으로 돌아왔다. 국민 연하남으로 추앙 받던 예전이라면 선택하지 않았을 캐릭터였다.

"제대 전에는 정극에 대한 욕심을 부렸었어요. 하지만 그 때 당시에 온 나라가 슬픔에 빠져 있어서 밝은 걸 해보자는 제안에 동의했죠. 그리고 원래 가수였으니까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지현우는 제대 후 첫 작품이니만큼 '트로트의 연인'에 꽤나 공을 들였다. 단순히 복귀작이어서 의욕을 부렸던 것이 아니다. 그의 머릿속에는 '트로트의 연인'이 음악과 연기가 함께 어우러진 드라마가 되는 청사진이 그려져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이 아쉬움이 남아요. 정말 밝은 드라마로 끝났으면 했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어두워지고 원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더라고요. 문제의 기억상실 때도 '이건 아닌 것 같다'고 말씀도 드렸죠. 점점 주말 드라마나 아침 드라마 같은 전개가 펼쳐져서 아쉬웠어요."

이런 지현우의 의욕은 상대역을 정하는데도 반영됐다. 에이핑크의 정은지가 지현우와 함께 하게 된 것도 그의 강력한 추천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 드라마를 들어갈 때 제가 주장했던 건 상대역이 무조건 노래를 잘해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제가 연주를 하고 여자 주인공이 노래를 하는 그런 모습, '원스'같은 드라마였으면 했어요."

사진│와이트리 미디어


비록 기억상실이 시작되면서 지현우의 희망은 부질없는 바람으로 끝났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도 그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달라진 드라마 환경에 적응하면서 변화한 자신의 위치를 깨달았다.

"그동안 저는 저의 연기를 받아줄 수 있는 선배들과 연기를 했었어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반대입장이 된거죠. 이 친구가 어떻게 연기를 할까. 제가 잘 받을 수 있을까 긴장을 많이 했어요."

지현우는 이후 잠깐동안 상대역인 정은지의 가능성에 입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이어 그는 "정은지를 보고 부러웠다"는 의외의 말을 꺼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정은지의 거침없는 매력이나 몰아붙이는 모습들은 분명 부러웠어요. 그리고 드라마 스케줄에 앨범활동, 광고까지 하는 걸 보니 '나도 저 나이 때 저렇게 바빴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안쓰럽다는 느낌도 받았어요."

사진│와이트리 미디어


분명 군 입대 전 지현우는 누나들의 로망이었고 원조 국민 연하남이었다. 그 역시 가수와 배우를 병행하며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이제 군대에서 나와 30대가 된 그는 "다시 예전처럼 바쁘게 하라면 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지금은 그렇게 활동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얼굴을 알리는 게 가장 중요했었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일에 몰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을 해서 앨범을 만들고 그걸 들려주고 연기를 보여주는 과정이 좋아요. 뭔가 알 수 없지만 막연히 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은 갖고 있어요."

"사람들은 왜 제게 발악하지 않느냐고 해요. 더 위로 올라가서 정상에 올라가려는 생각을 안 하느냐고요. 예전부터 1등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정상에 서신 분들은 '그래도 올라가 봐라. 거기서 보이는 풍경은 또 다르다'고 하는데 그냥 꾸준히 음악과 연기를 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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