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놀라운 변화는 영화 ‘상의원’(감독 이원석·제작 영화사 비단길)에서도 드러났다. 그동안 반듯한 외모와 연기로 여성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사로잡았던 그가 방정맞고 왁자지껄한 조선시대의 의상 디자이너가 됐기 때문이다. 전작 ‘황금의 제국’에서 야망가 ‘장태주’를 연기했던 그가 능청스러움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왔다. 데뷔 15년 차에 이른 그가 사극에 처음으로 도전했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해야 할 숙제를 마친 것 같다”고 첫 사극을 소화해낸 그는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비극이 떠오르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머릿속에 잘 그려지진 않았지만 돌석이나 왕, 왕비가 모두 화가 나 있는 것 같았다. 서로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면 될 텐데 왜 반복하며 악순환을 만드는 건지 궁금했다. 또 ‘공진’ 캐릭터도 밝고 남과 다른 성격을 갖고 있어서 욕심이 났다.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 사극과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수염을 붙이고 한복을 입었더니 사람들이 ‘정말 옛날 사람 같다’,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는 고수는 ‘사극’연기에 더 욕심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조선시대를 살긴 했지만 ‘상의원’은 ‘정통’과는 거리가 있었다. 다음에 사극을 다시 하게 된다면 왕이나 장군 같은 근엄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진’은 비교할 대상이 없을 정도로 준비할 것이 상당했어요. 또 한복을 입는 것도 어색했고요. 허리가 훤히 드러나는 한복이라 뱃살도 보이고 춥기도 하고…. 화장실 갈 때마다 벗어야 하는 옷이 많아서 나중에는 (남성을 위해) 바지에 구멍을 뚫어달라고 했어요. 근데 실용성을 중시했던 공진이라면 그 때도 한복에 구멍을 뚫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근데 영화에서 보이는 건 아니죠? (웃음)”
고수는 ‘상의원’을 찍으며 ‘배우’라는 세계에 스스로 발을 디뎠다는 기분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연기는 하고 있었지만 ‘배우’는 다른 세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막연하게 스스로 벽을 쌓아두고 넘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요즘은 그게 아닌 것 같아요. 누군가가 ‘배우의 피는 분홍색’이라고 하는데 그 말을 가장 싫어해요. 예전에 한석규 선배께서 말씀하셨듯 누구나 배우의 재능은 갖고 있다고 생각해요. 명연기는 끊임없는 작업의 결과를 통해 나오는 말을 믿어요. 좋은 배우를 결정짓는 것은 노력이고 자기 감정을 통제할 수 있을 때 좋은 배우가 된다고 생각해요. 저도 차분하게, 묵묵히 그 길을 걸어야죠.”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