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왕초’ ‘은실이’ 동시에 종영

입력 2015-07-06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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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왕초’-‘은실이’(오른쪽)

■ 1999년 7월 6일

방송프로그램에도 특정한 트렌드가 있다. 트렌드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특정한 흥행 키워드가 일정 기간 시청자의 시선을 모으며 엇비슷한 정서를 담은 프로그램의 경쟁을 이끌기도 한다. 최근 이른바 ‘쿡방’이라 불리는 요리프로그램이나 드라마 속 1인2역 캐릭터가 유행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1999년 오늘, MBC ‘왕초’와 SBS ‘은실이’가 나란히 막을 내렸다. 두 프로그램은 1990년대 말이라는 세기말적 분위기와 함께 당대 모든 이의 가슴을 억누르던 IMF체제의 힘겨움 안에서 복고풍의 이야기와 정서로 인기를 모았다.

먼저 방송을 시작한 것은 ‘은실이’. 1998년 11월 초 시청자를 처음 만났다. 당시 거의 모든 드라마 시간대에서 1위를 차지하던 ‘드라마왕국’ MBC의 명성에 흠집을 냈다. 전혜진과 김원희 등이 주연한 ‘은실이’는 1960년대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소녀 은실이가 이복언니와 가정부의 구박 속에서도 꿋꿋한 삶을 이어나가는 모습으로 절망적인 경제 상황 속에 놓인 시청자의 가슴을 따스하게 위로했다. 덕분에 40%가 넘는 시청률로 인기를 모았다. ‘빨간 양말’로 불린 성동일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MBC는 이에 맞불을 놓았다. 1999년 4월5일부터 ‘왕초’를 선보이며 복고풍 드라마의 인기를 이어갔다. 당초 5월 초부터 방송할 예정이었지만 ‘청춘’이 일본드라마를 표절했다는 의혹 속에 조기종영하면서 편성을 앞당겼다.

‘왕초’는 ‘거지왕’ 김춘삼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일제강점기에서 출발해 거친 현대사의 굴곡을 통과한 사내들의 우정과 사랑을 담아냈다. 1994년 ‘사랑을 그대 품안에’ 이후 주춤했던 차인표가 확연한 변신의 힘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되찾은 무대였다. 송윤아와 김남주 등이 그와 함께 주연한 가운데 ‘도끼’ 윤용현, ‘맨발’ 윤태영, ‘날파리’ 홍경인, ‘하마’ 박상면 등 조연들의 활약도 드라마의 인기를 견인했다. 30%대 시청률로 ‘은실이’의 공세를 막아내며 MBC의 ‘드라마왕국’으로서 명성을 이어주었다.

이처럼 ‘왕초’와 ‘은실이’는 시청률 경쟁 또한 엎치락뒤치락하며 치열했다. 때마침 독점적으로 시청률을 조사해왔던 미디어서비스코리아(MSK, 현 AC닐슨코리아)에 TNS미디어코리아(TNS, 현 TNmS)가 도전장을 낸 때였다. 두 드라마의 시청률은 두 조사기관의 집계에서 서로 다른 수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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