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으로라도 떠야 하는 가수들

입력 2015-07-08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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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예능 프로그램 ‘복면가왕’-‘무한도전’(아래)의 한장면. 사진출처|MBC 방송화면 캡쳐

방송 무대 한정…가요계 포화 상태
신인들 노래보다 얼굴부터 알려야

“‘무한도전’이 아닌 다른 프로그램이었더라도 밴드 혁오가 이렇게 주목 받았을까요?”

MBC ‘무한도전’ 출연 이후 혁오를 향한 뜨거운 관심에 대한 가요관계자들의 반가움과 아쉬움이 섞인 목소리다. 최근 노래가 본업인 가수들이 무대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을 알리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이는 실력을 인정받을 기회가 그만큼 턱없이 부족하다는 방증이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준비된 방송 무대는 지극히 한정돼 있다. 그나마 KBS 2TV ‘뮤직뱅크’, SBS ‘인기가요’, MBC ‘쇼! 음악중심’ 등 음악프로그램이 있지만 이마저도 철저히 10대 성향에 맞춘 아이돌 그룹 위주의 라인업으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인지도가 낮은 신인이나 중소 기획사 가수들은 경쟁에 밀려 앨범을 발표하고도 무대에 오를 수 없는 환경이다.

아이돌을 제외한 기성가수들을 위한 무대는 더욱 열악하다. KBS만이 ‘가요무대’나 ‘유희열의 스케치북’, ‘열린음악회’ 등을 유지하며 중견가수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하지만 타 방송사들은 대부분 시청률과 광고 판매 저조 등 상업적 논리로 음악프로그램 편성을 기피하고 있다.

한 가요기획사 관계자는 “SBS ‘K팝스타’나 엠넷 ‘슈퍼스타K’처럼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전히 건재하고, 각 기획사 신인들까지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능력을 펼쳐 보일 무대는 지나치게 한정적인 상황이 참 아이러니하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KBS 2TV ‘불후의 명곡’이나 MBC ‘일밤-복면가왕’ 등 예능프로그램의 성격을 접목한 무대의 존재가 그나마 다행이라는 분위기마저 형성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력과 끼를 갖춘 가수들을 발굴하는 건 아주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무한도전’처럼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일부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편승하지 않고는 얼굴을 알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상황은 씁쓸하다”면서 “가수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능감각부터 갖춰야 할 시대가 오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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