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 사진|DSP미디어
개인적으로 ‘솔로가수’ 구하라의 ‘초코칩쿠키’를 처음 접한 건 음원이 아닌 뮤직비디오였다.
코사무이를 배경으로 촬영된 시원하고 아름다운 영상에 취해서인지 정작 노래는 제대로 듣지 못한 채 지나갔지만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선배 기자의 SNS 추천글을 보고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됐다.
평소 미학적인 안목이 높은 이 선배는 코사무이의 아름다운 배경과 그보다 더 아름다운 구하라의 비주얼이 아닌 가사의 은밀한 아름다움에 주목했고, 이를 ‘말초신경을 자극한다’고 평했다.
그제야 ‘초코칩쿠키’에 담긴 은밀하고 은근한 성적 판타지와 로맨스가 자극하는 은유와 비유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오해를 할까봐 미리 말해두면 ‘초코칩쿠키’에 내포된 섹슈얼리티는 절대로 선정적이거나 노골적이지 않다. 오히려 아름답다는 표현이 잘 어울릴정도로 예쁘고 사랑스럽다.
은근하고 은밀하게, 야한 듯 야하지 않게 비유와 은유가 이어지며 아름다운 로맨스 소설의 절정을 떼어다 놓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이를 부르는 사람이 구하라라는 점이다. 그룹 카라의 멤버로 귀여운 외모와 발랄하고 명랑한 이미지로 각인돼 있던 구하라인 만큼 머릿속에서는 ‘초코칩쿠키’와 잘 매치가 되지 않기도 하지만, 무대 위(또 뮤직비디오에서)에서 수줍은 소녀와 매혹적인 숙녀를 오가는 그녀의 모습은 이를 곧 ‘구하라가 아니면 누가 이를 표현하겠나’라는 생각으로 바꿔놓았다.
이에 ‘초코칩쿠키’의 이런 성적인 판타지와 로망에 대해 구하라의 생각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 KBS2 ‘뮤직뱅크’를 찾았지만 막상 이 질문을 꺼내기는 상당히 힘이 들었다.
구하라, 사진|DSP미디어
그도 그럴 것이 청순하고 귀여운 아이돌 그룹의 멤버에게 대뜸 성(性)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스스로 생각해도 변태로 몰리기 딱 좋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고민을 하다 결국 던진 첫 질문이 “노래가 너무 야하지 않나”였다. 사실 ‘초코칩쿠키’에 담긴 내용을 단순히 ‘야하다’라고 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그리 적절한 질문은 아니었지만 구하라는 바로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안다는 듯이 “그래요? 아닌데, 야한 거 아닌데요”라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다.
이에 당황하고 있는 기자에게 구하라는 여전히 장난스러운 미소를 띄며 “전혀 아니에요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초코칩쿠키 만들어먹는 그런 표현을 한 건데요”라고 ‘야하다’는 표현을 거듭 부정했다.
이대로라면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런 평이 있다”라고 물었고, 그제야 구하라는 “조금 있긴 있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구하라는 “처음에는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들은 게 아니라 멜로디의 흐름을 듣고 마음에 들어했던 곡이다”라며 “그런데 나중에 타이틀곡이 ‘하라구’에서 ‘초코칩쿠키’로 바뀌면서 많이 들으니까 그렇게 들리긴 하더라”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구하라는 “처음에는 오히려 굉장히 유치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자꾸 들으니 갑자기 야해져서 ‘이건 뭘까’ 했다. ‘내가 음란마귀가 씌웠나’라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웃었다.
사실 ‘초코칩쿠키’가 구하라가 직접 작사를 한 곡이 아닌 만큼 그녀에게 그 안에 담긴 진짜 의미를 듣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적어도 구하라가 이 곡을 얼마나 마음에 들어 하는 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구하라는 “원래 타이틀은 ‘하라구’였는데, 카라 이미지와 겹치는 부분도 있고 그런 이미지를 바꾸고 싶기도 했다”며 “‘초코칩쿠키’가 호불호가 갈리는 것 같다. 예전에 발표한 솔로곡 ‘시크릿 러브’처럼 상큼발랄한 곡으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분도 있고, ‘하라구’를 왜 타이틀로 안했냐는 분도 있다. 그래도 난 꿋꿋이 ‘초코칩 쿠키’를 타이틀로 하고 싶었다”라고 자신의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더불어 구하라는 “또 이 곡이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 감긴다. 사실 그걸 노린 거다”라며 웃었다.
●그리고 진심
구하라와 이야기하면서 또 한가지 놀란 점은 예쁘고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상당히 강단이 있는 성격이라는 것이다.
물론 365일 24시간 누군가의 주목을 받는 아이돌 중 강단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구하라의 신념과 의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튼튼하고 또 단단한 것이었다.
더욱 대단한건 이미 톱아이돌이라 불릴 만한 위치에 올라섰지만 스스로를 과대평가하지 않고 주위의 평가를 인정하면서, 가장 빛나는 모습을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구하라가 솔로가수로서 보컬적인 능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점은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며, 구하라 본인도 예외는 아니다. 또 이로 인해 솔로 앨범의 발표 계획을 밝혔을 때 상당수의 누리꾼들의 비아냥거림을 들어야 했던 것도 사실이다.
구하라, 사진|DSP미디어
숨길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니더라도 굳이 앞에서 꺼내기는 거북한 이야기이지만 구하라는 이를 깔끔하게 인정했다.
구하라는 “그런 평을 의식을 안 한건 아니다. 혼자 한다는 부담도 되고 마음이 무겁기도 한데, 그래도 꾸준히 솔로 가수 활동을 하고 싶다. 내가 노래를 못 부른다고 해서 연기를 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다”라며 누가 뭐라고 해도 자신은 가수임을 분명히 했다.
(여담으로 구하라는 여러 드라마에서 출연 제의를 받아 왔으며, 심지어 아예 구하라를 염두에 두고 캐릭터를 쓴 작품까지 있었지만 출연을 고사하고 있다. 구하라가 출연한 드라마는 2011년 ‘시티헌터’와 2014년 이벤트성으로 제작된 단편드라마 ‘시크릿 러브’가 유이하다)
이어 “내가 잘하는 모습이 뭔지, 꼭 솔로가 아니더라도 무대 위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그런 모습을 알기 때문에 못한다고, 해보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 조금씩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또 그런 소리를 들으면 오히려 나에게 자극이 되는 것 같다”라고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을 보였다.
자신에 대한 댓글들을 거의 다 확인한다는 구하라는 “앞으로 어떤 모습이 될지 모르겠지만 꾸준히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보여주겠다. 지금 솔로로 나왔는데 되게 욕을 많이 먹는다. 그래도 무플보다 악플이 더 낫다고, 그런 아픔을 바탕으로 조금씩 발전하면 되니까 많이 지켜봐 달라”라고 덧붙였다.
자존심이 상할 만한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구하라는 아쉬워하지도 억울해 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여유 있고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이어나갔고, 이는 오히려 그녀의 진심이 전해지게 했다.
끝으로 구하라는 “솔로를 준비하면서 ‘대박이다’, ‘구하라는 솔로감이다’ 그런 평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 ‘이런 모습도 있었네? 다음 솔로도 궁금하다’라는 그런 궁금함과 기대감을 주고 싶었다”며 “이번 앨범은 다음 앨범을 준비하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다”라고 말해 앞으로 (더 발전하는)솔로 구하라의 모습은 계속 될 것을 예고했다.
구하라, 사진|DSP미디어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rn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