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 송강호·유아인만으로 꽉 찬다

입력 2015-09-04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사도’ 언론시사회에서 출연진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 영화 ‘사도’ 베일을 벗다

영조의 고뇌·사도세자의 운명 격돌
소지섭, 성인이 된 정조로 출연 눈길

드러낼 수 없었던 아비의 슬픔과 운명에 맞선 아들의 비극. 역사가 가려버린 부자(父子)의 세밀한 감정을 훑는 동안 배우들과 감독은 여타의 수식을 버린 채 오로지 가슴의 울림으로 밀고 나간 듯했다.

추석 시즌을 앞두고 16일 개봉하는 영화 ‘사도’(제작 타이거픽쳐스)가 3일 오후 서울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첫 시사회를 열고 베일을 벗었다. ‘사도’는 추석 시즌 흥행을 노리며 이준익 감독과 송강호, 유아인이 의기투합한 무대로 더 특별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특히 ‘왕의 남자’ 이후 9년 만에 정통사극으로 돌아온 이준익 감독과 명실상부한 한국영화계 대표 배우 송강호, 최근 ‘베테랑’으로 화제를 모으며 절정에 오른 연기력을 과시하고 있는 유아인의 이름값이 어떤 성과를 낼지 영화계 안팎의 시선이 쏠려 있다.

영화 ‘사도’의 한 장면. 사진제공|타이거픽쳐스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그래서 새로운…

영화는 조선 영조 38년(1762년), 영조가 아들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8일 만에 죽게 한 ‘임오화변’을 소재 삼았다. 이는 이미 숱한 영화와 드라마로 널리 알려진 이야기. 하지만 이준익 감독은 그 역사적 사실 뒤에 숨은 그러나 가려진, 3대(사도의 아들 정조까지)에 걸친 가족의 비극적 운명과 슬픔을 전면에 담아냈다.

“이것은 나랏일이 아니라 집안일이다”는 극중 영조의 대사는 바로 그 기획의도를 확연히 드러낸다. 그리고 영화는, ‘황산벌’로부터 흥행작 ‘왕의 남자’ 그리고 최근작 ‘소원’에 이르기까지 굳이 에둘러 하고픈 말을 전하려 하지 않는, 곧은 직선으로 주의주장을 펼쳐온 이준익 감독의 색깔이 고스란히 펼쳐낸다.

다만, 감성은 웅숭깊다. 자칫 투박해 보이는 일부 장면이 없지 않지만, 그것은 감성의 깊이를 메울 정도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는 한 많은 가족사, 그 속에 놓인 왕과 왕의 아들, 그 아내들의 신산한 역사적 혹은 개인적 삶의 와중에 또 다른 비극사를 구현해냈다. 이준익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 그들을 둘러싼 어머니와 아내 등 가족들의 갈등을 메워가려는 노력이 끝내 비껴갔을 때 드러나는 비극성의 보편적 슬픔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명불허전’…송강호·유아인

이 같은 슬픔과 비극을 떠안은 이는 영조 역의 송강호와 그 아들 세도, 유아인이다.

두 사람은 감독의 의도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충실한 연기로 스크린을 꽉 채웠다. 52년의 재임 기간을 거의 관통하는 임금으로서 영조의 인간적 아니, 아버지로서 고뇌는 송강호의 몫이다. 아들을 키워내려는 숱한 아비들을 대표하는 그의 속울음이 관객에 가 닿는다면 ‘사도’는 상당한 파괴력을 과시할 터이다.

“주어진 운명에 질문을 던지는 기질”을 지닌 아들 유아인은 “세자의 무게에 짓눌려 도망가고자 하는” 사도, 왕세자로서 강한 임금이 되어야 하는 운명 아닌 운명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채 아버지를 향한 원망을 품고 뒤주에 갇히며 피울음을 운다. 그 피울음이 이 시대 젊은 관객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영화 ‘사도’는 또 한 번 정통 사극영화의 흐름을 이어갈 터이다.

여기에 소지섭이 성인이 된 정조로 나서는데, ‘특별출연’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는 연기로 또 다른 볼거리의 주인공이 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