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싶다’ 드라마같은 사건 고발…1000회 방송의 마력

입력 2015-09-04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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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 1000회를 맞는다. 김상중은 이 프로그램을 8년째 이끌고 있는 최장수 진행자다. 사진제공|SBS

■ 그것이 알고싶다1000회방송의 비밀


미제 사건 스토리텔링 보도 인기 비결
호소력 짙은 전달 위해 배우 MC 고집
최고의 시청률은 ‘세모자 성폭행 사건’


토요일 밤 11시가 되면 중후한 목소리의 한 남자가 실제 사건의 미스터리한 뒷이야기를 들려준다. 집중도가 높아, 한 번 보면 눈을 떼지 못한다. 그렇게 시청자들을 끌어들인 지 23년째다. 1992년 방송을 시작한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5일 방송으로 1000회를 맞는다. 단순하게 사건만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그 이면이나 간과됐던 문제를 파헤치고 조명하면서 대중적 관심을 일으켜왔다.

인기 원동력…“미스터리 추리방식 이용한 스토리텔링형 탐사보도”

‘그것이 알고 싶다’가 최장수 시사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시청자들이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그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민인식 교양국장은 “시사이면서 휴먼프로그램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룬 것이 폭넓은 관심의 요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세 모자 성폭행 사건’이나 ‘세월호 참사’ ‘땅콩회항’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 등은 사회적으로 반향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사건을 접근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미스터리로 시작해 흡인력을 높이고, 스토리텔링을 통한 재연으로 장르 드라마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배우를 MC로 내세운 것도 일종의 전략이다. 민 국장은 “초기엔 배우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가 파격이었다”면서 “초대MC 문성근을 비롯해 현재 MC인 김상중까지 역대 MC가 대부분 배우들인 이유가 있다. 이야기를 감정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색 기록…23년간 MC 6명·PD 80명 거쳐 가

23년 방송동안 문성근, 박원홍, 오세훈, 정진영, 박상원, 김상중 등 총 6명의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시간에 비해 비교적 적은 인원이지만 각각 짧게는 3년, 길게는 7년씩 인연을 맺었다. 이들은 또 저마다 유행어를 만들어냈다. 초대와 4대 MC를 각각 맡은 문성근은 특유의 사각 금테안경을 쓰고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2008년부터 8년째, 최장수 진행자인 김상중이 분위기 전환을 하기 위해 사용했던 “그런데 말입니다”는 개그프로그램에서 사용될 정도로 유행어가 됐다. 이와 달리 진행 기간이 가장 짧은 정진영은 서민적인 이미지로 사회적 약자를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춘 PD들도 80명에 달한다. 민 국장은 “시사 고발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남다른 고충이 있다. PD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면서 예능프로그램 뿐만 아니라 타 방송사와 싸워야 하는 등 부담이 많다”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 초반 화제를 모은 후 내부 사정 등으로 1996년 1년간 잠정적으로 폐지됐을 당시 일어난 일이다. KBS 1TV에서 ‘이것이 궁금하다’라는 제목으로 시사프로그램을 신설해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당시 KBS 측은 문성근을 진행자로 내세웠다.

시청자 관심 가장 많이 끈 사건은 ‘세모자 성폭행 사건’

매주 충격적인 사회 문제들을 들추지만, 그 가운데 압권은 7월25일 방송한 ‘세모자 성폭행 사건의 진실-누가 그들을 폭로자로 만드나’ 편이다. 40대 여성이 남편과 시아버지에게 지속적으로 성학대를 당했고, 두 아들도 피해자라고 주장한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던 만큼, 이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도 올해 가장 높은 자체시청률(11.1%·닐슨코리아)을 기록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2회에 걸쳐 방송하면서 한 무속인과 관련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 큰 주목을 받았다. 김상중은 최근 ‘힐링캠프’에 출연해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진행하다보면 감이라는 게 생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방송에서는 모자이크로 나갔지만, 모자이크가 되지 않은 화면을 보고 거짓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뒷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이외 2008년 4월12일 ‘인간의 조건2 자식만을 믿은 죄-해외 고려장’(17.2%), 2009년 2월21일 ‘죽이고 싶어서 죽였다-강호순 연쇄살인 미스터리’(15,3%), 2010년 1월16일 ‘대해부-H정신수련원 사건의 진실’(14.2%), 2011년 1월15일 ‘UFO는 오고 있는가’(16.8%), 2012년 6월16일 ‘사냥꾼과 두 여인’(15.4%), 2013년 1월12일 ‘지워진 이름-그녀는 누구인가’(13.9%) 편 등이 시청자들의 높은 관심을 끌었다. 대부분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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