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김나영. 사진제공|네버랜드엔터테인먼트
단 한 명이라도 들어주는 팬 위해 노래
해외 버스킹 계획…현지인 반응 궁금해
2016년 새해를 하루 앞뒀던 지난달 31일. 가수로서는 생소한 이름의 김나영(25)이 ‘어땠을까’란 노래로 멜론 등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면서 가요계에 ‘소동’이 일었다. 듣도 보도 못한 가수가, 특별한 계기도 없이 음원강자들을 제치는, 꽤 ‘느닷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주일 동안 1위를 이어가면서 히트메이커에게 곡을 받고, 큰돈을 들여 온갖 홍보를 한 기획사들은 충격을 받았다. “차트가 해킹 당했다”는 말부터, “발표 시기를 잘 골랐다”는 폄훼도 등장했다. ‘사재기’ 의심까지, 별의별 이야기들이 나왔다. 그만큼 파장은 컸다.
최근 만난 김나영은 “저의 1위를 분석하는 일들이 어리둥절했다”면서 “한순간 운이 좋았던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찰나의 1위가 아니라, 일주일간 1위를 차지하고 3주차인 17일에도 5위권에 머문다는 건 그만큼 그의 노래가 대중의 감성에 응답했다는 방증이다. ‘좋은 음악은 통한다’는 걸 보여줬고, 많은 무명가수에게도 희망이 됐다.
음악계에도 소중한 메시지를 남겼다. 1위를 하기 위해 유명 작곡가를 찾아가기보다 좋은 노래를 부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나영 역시 “1위 하려고 노래를 만든다면, 그것은 음악의 순수한 목적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순위도 중요하지만, 코앞만 보기는 싫다”면서 “1위를 향해 달려온 게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었을 뿐이다. 100위를 하더라도 내 노래를 듣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위해 더 진중하고 깊이 있게 노래하고 싶다”며 겸손해 했다.
사실 김나영은 차분히 마니아 팬을 확보해온 가수다. 2012년 프로듀서 정키의 ‘홀로’를 피처링하면서 팬들의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2014년 12월 데뷔곡 ‘니 말대로’는 30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신곡 ‘어땠을까’는 네 번째 싱글로, SNS에 퍼진 그의 라이브 동영상이 이번 1위의 도화선이 됐다.
김나영은 서울예대 졸업반이던 2013년, “너무 학교생활에 안주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인생의 새로운 공기”를 위해 엠넷 ‘슈퍼스타K5’에 출전했다 톱10의 문턱에서 탈락했다. 그는 “당시 나에 대한 많은 혹평을 들으며 마음 단단히 먹었다. 나를 돌아보며 발전의 계기로 삼았다”고 말했다.
김나영은 그래도 이번 1위가 또 다른 도약의 기회를 주는 것도 사실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 이전부터 저를 알던 팬들이 실망하지 않을 음반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는 여전하다.
“앞으로 소극장 공연은 물론 해외 버스킹도 꿈꾸고 있다. 외국 길거리에서 우리말로 공연했을 때 현지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지 확인해보고 싶다. 과연 내 음악에 진정성이 있느냐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새해 가요계를 놀라게 한 김나영에 대한 관심이 잠시의 돌풍으로 그칠지라도, 음악에 대한 진실한 마음만큼은 1위 자격이 확실해보였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