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 ②] 아이유 혹은 이지은, 성장 가능성은 확실한 연기 영재

입력 2016-11-01 15: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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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연인’ ②] 아이유 혹은 이지은, 성장 가능성은 확실한 연기 영재

SBS 월화 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려’에서 해수 역을 맡은 배우 이지은은 이 작품이 방송 되는 내내 일종의 시달림을 겪어야 했다. 그는 방송이 시작되기 전 가수 출신 연기자가 주인공을 맡은 것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물론 첫 방송 이후 그의 연기에 대한 혹평까지 견뎌야 했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데는 이지은을 배우가 아닌 ‘가수 아이유’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대진운, 연출, 전개 등 다른 요소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달의연인’ 시청률 저조의 원인으로 이지은을 지목한 것.

물론 한 작품의 여주인공으로서 해수 역을 맡은 이지은의 책임이 아예 없을 수는 없다. 그는 초반 고려 시대에 떨어진 현대 여성인 해수 캐릭터를 맡아 여러 황자들과 접점을 만들기 위해 등장 빈도가 유독 많았다. 이는 현대 여성의 가치관을 가지로 현대 말투를 쓰는 해수에게 황자들이 호기심을 보인다는 이야기를 전개시키기 위해서였다.

그러면서 해수는 황자 왕은(백현)을 때리거나 자신을 막 대하는 왕소(이준기)에게 당돌하게 맞서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때 드라마 속 해수의 모습은 말투와 발성은 영락없는 아이유였을 것이다. 고려 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에서 분명히 이질적인 연기였던 것.


이로 인해 그의 연기가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나 이 전개는 원작 드라마에서도 진행된 전개이니만큼 결코 이지은의 탓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이후 이지은은 극중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안정적인 연기를 보여줬다. 황실의 권력 다툼에 희생당할 뻔하고 자신을 돌봐주던 오상궁(우희진)이 억울하게 죽은 뒤 이지은은 연기 색깔을 완전히 바꾼다. 특히 비를 맞으며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석고대죄를 하는 장면은 이지은의 표정 연기가 빛을 발했다.

뿐만 아니라 이지은은 황보연화(강한나)와의 신경전, 왕소와의 로맨스 등 ‘달의 연인’ 속 흐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이지은의 연기를 두고 “소름이 끼쳤다”는 할 수 없지만 “발연기였다”고 평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지은이 ‘달의 연인’ 김규태 PD의 말처럼 ‘연기천재’ 소리를 들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연기자인 것만은 분명하다. 천재라는 표현은 좀 과한 것 같으니 ‘연기영재’로 합의를 보자.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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