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영애 10년②] ‘막영애’의 10년 성공 메시지? “을(乙)!”

입력 2016-11-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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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 사진제공|tvN

30대 노처녀 직장인 일상 그대로…시청자들 “내 이야기” 10년째 폭풍공감

나이는 먹어 가는데 시집도 못가고 모아둔 돈도 없다. 전 직장에서 잘려 호기롭게 내 회사를 차렸지만 세상 밖은 더 춥고 배고프다. 게다가 남들보다 예쁘기를 하나, 덩치는 크고 성질까지 괴팍하다. 산소(O)가 아니라 산소(山牛)같은 여자, 이영애의 일상 이야기다.

하루하루를 아등바등하게 살아가는 보잘 것 없는 이 평범한 여자에게 10년째 빠져 있다. ‘막돼먹은 영애씨’가 대한민국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힘, 단 하나다.

‘폭·풍·공·감’!

한 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도 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는 소금 같은 드라마를 두고 시청자는 “내 이야기”라고 말한다.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겁지’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팍팍한 삶과 닮았기 때문이다. 그 흔한 판타지가 1%도 없어 더 리얼하다.

전 직장에서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와 핍박 등으로 월급날만 바라보며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다. 창업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형편에 주름살과 흰머리만 늘어간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텨준 나를 위로하기 위해 동료나 친구들을 만나 음주가무를 즐기고, ‘공공의 적’을 안주로 삼아 스트레스를 푼다. 직장여성들이 겪을 법한 일과 삶에 대한 애환을 현실적으로 그려내 시청자의 마음을 붙잡는다.

집에서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시집 못간 노처녀는 명절이 되면 온 집안사람들의 잔소리를 들어야 하고, 엄마의 찰진 욕은 간식거리다. “인생은 한 번 뿐”이라며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아빠의 든든한 지원이 유일한 힘이 된다.

자, 이 모든 것이 우리네 ‘을’(乙)의 일상과 무엇이 다른가. 전혀 다르다고 생각하는 스스로가 있다면, 당신은 아마도? 그러니, “갑(甲)질은 이제 그만 넣어둬! 넣어둬”!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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