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나래                뉴시스

박나래 뉴시스



[스포츠동아 | 양형모 기자] 불법 의료 서비스 의혹에 휘말린 방송인 박나래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관계 확인에서만 시작된 사안이 아니었다. 2023년 11월 해외 일정 중 무면허자로 지목된 인물에게 주사를 맞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대해 ‘의사 면허가 있는 줄 알았고 영양제 주사였다’는 해명이 나왔다. 하지만 이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알려지면 안 된다”는 인식이 담긴 발언과 입단속 정황이 전해지면서 상황은 다른 국면으로 넘어갔다. 이 지점에서 대중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건 자체보다 해명으로 이동했다.

연예인 논란이 반복될수록 이런 장면은 낯설지 않다. 대중이 가장 먼저 의심하는 대상이 점점 ‘사건’이 아니라 ‘해명’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했느냐보다, 왜 그렇게 설명했느냐가 판단의 기준으로 작동하는 시대다.

언론에 보도된 주장이 힘을 얻을 경우 박나래 논란 역시 ‘무슨 주사를 맞았느냐’보다 “몰랐다”는 말의 신뢰성에서 균열이 생길 수 있다. 의사 면허가 있는 줄 알았고 위험한 약물이 아니었다는 설명은 연예계 위기 대응에서 여러 차례 반복돼 온 방식이다. 문제는 이 설명이 끝까지 유지되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후 공개된 정황 속 발언들은 이미 문제 소지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점을 드러냈고, 그 순간 논란의 성격은 불법 여부를 따지는 단계에서 신뢰를 평가하는 단계로 바뀌었다.

대중이 등을 돌리는 지점은 대개 이 대목이다. 정말 몰랐다면 왜 먼저 문제 될 수 있음을 인지했는지, 문제가 될 수 있음을 알았다면 왜 해명은 ‘몰랐다’로 시작했는지라는 질문이 동시에 남는다. 이 질문이 해소되지 않는 순간, 해명의 설득력은 빠르게 약해진다. 사람들은 연예인에게 완벽한 판단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말과 행동, 인식과 설명이 어긋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 균형이 깨질 때 실망은 분노로 바뀐다.

연예인 해명이 자주 2라운드에서 무너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첫 설명이 사실이었는지와 상관없이, 이후 드러난 정황이 그 말을 부정하는 순간 신뢰는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요즘 논란의 승부는 해명의 속도가 아니라 방향에서 갈린다. 빠른 해명이 언제나 해답이 되지는 않는 이유다.

이번 논란이 남긴 질문은 분명하다. 연예인에게 요구되는 책임의 기준은 높아졌고, 해명의 유효기간은 짧아졌다. 이제 논란의 결론은 법정보다 먼저 신뢰의 영역에서 내려진다. “몰랐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된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지나치게 반복돼 왔던 시기가 저물고 있는 것이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