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주혁 “‘1박2일’에서 배운 ‘비움’ 덕에 배우로 성장했죠”

입력 2017-01-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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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주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기대를 했다가 만나서 실망을 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생각보다 괜찮다고 느껴지는 사람이 있다. 배우 김주혁은 후자다. 안경을 쓰고 진지하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 좀처럼 다가갈 수 없는 느낌이다. 그런데 예능프로그램에서 보인 ‘구탱이형’의 면모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는 어리바리한 모습은 아니어도 학교에서 만났을 법한 선배, 길거리에서 마주칠 법한 동네 오빠처럼 친근했다.

그런 그가 요즘 악역으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공조’에서 나라를 배신하고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차기성’ 역을 맡았다. 그런데 김주혁은 처음 ‘차기성’ 역을 맡았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악역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는 “차기성 역시 자기 신념대로 움직이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나라에 충성을 했다가 뭔지 모를 이유로 배신을 당했겠지. 그런 억울함 심정이 쌓여 거기까지 간 사람이 아닐까”라며 “근데 역할을 맡은 나조차 이 사람이 악역이라고 결론을 내버리면 재미없고 막무가내로 무서워만 보였을 것이다. ‘악인’이라는 생각을 싹 지우고 연기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야기를 나누며 김주혁은 ‘내려놓았다’, ‘비워뒀다’라는 말을 자주 꺼냈다. 철저히 연습을 철저히 하더라도 틀에 갇히지 않기 위해, 다른 배우와의 연기 합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 인상적이었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가? 예전보다 역할에 대한 부담감은 줄었어요. 뭔가 막 완벽하게 준비를 해서 연기를 해도 상대방이 어떻게 연기할지 모르니까요. 이제는 약간 들이받는다는 느낌으로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상대방의 감정표현에 따라 대처하는 제 자신도 유연해지고 날 것 같은 게 나오거든요. 계속 분석만 하면 몸만 굳더라고요. 또 예전에 연기에 대해 ‘맞다, 틀리다’였다면 이제는 ‘다르다’라고 생각해요.”

배우 김주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주혁에게 그런 불필요한 힘을 빼게 한 것이 바로 예능이었다. 2013년부터 약 2년간 KBS 2TV ‘1박2일’에서 ‘구탱이형’으로 활약한 김주혁은 “예능을 통해 배우로서 도움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라며 “하지만 2년 했으면 됐다. 이젠 ‘구탱이형’처럼 ‘구탱이’에 있어야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멤버들과 변치 않는 우정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인터뷰를 하며 “오늘 사실 ‘1박 2일’ 멤버들 잠깐 만나고 왔다”라며 “뭘 했는지는 비밀~”이라고 하다 “그냥 애들이랑 잠깐 뭐 찍었어요”라며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감추지 못하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아직도 멤버들과 단체카톡방에서 연락을 주고받아요. 원래 멤버들끼리 이야기하는 곳, 스태프들과 일정을 나누는 곳 두 곳이 있는데 ‘1박 2일’을 하차하고 스태프들과 있는 방에서는 나갔죠. 그러면서 ‘나 진짜 빠지는 거구나’라는 생각에 마음이 좀 시원섭섭하더라고요. 하지만 여전히 ‘1박2일’ 회식을 하면 꼭 불러줘요. 아직까지 생각해주는 게 고마워요.”

예능 출연 이후, 김주혁이라는 배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번 ‘공조’를 비롯해 ‘비밀을 없다’, ‘당신자신과 당신의 것’, ‘좋아해줘’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를 넘나들며 자신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색깔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는 “도전의식이 생긴 건지는 몰라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라며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주저하고 과감하게 내리지 못했던 선택에 후회가 많이 되더라고요. ‘구애 받지 말고 할 걸’, ‘가리지 않고 하는 게 맞는 거였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예전에는 아무래도 투자배급 같은 것을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다. 지금 보면 아무리 투자배급이 빵빵해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잖아요. 비용이 적게 든 영화여도 좋은 평가를 받는 작품도 많고요. 그래서 그냥 내가 끌리고 작품성이 있으면 하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난해 12월에는 이와이 슈운지 감독의 단편영화 ‘편지’와 주아영 감독의 독립 단편영화 ‘온도의 기억’을 촬영했어요. 괜히 신인이 된 기분이 들어서 좋더라고요. (웃음) 뭔가 한 계단, 한 계단 걷는 기분도 들고. 신선했어요.”

로코물에서 다시 볼 수는 없겠냐고 묻자 “아니, 시나리오가 들어와야 하지~”라고 하며“‘공조’로 악역을 했으니 이제 악역만 들어오는 거 아냐?”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배우 김주혁.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과거 ‘아내가 결혼했다’ 인터뷰 당시 김주혁은 “45세가 되면 늙어서도 열정 있는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로 그 나이가 된 그의 마음은 여전히 그러할까. 그는 “당연하다. 열정은 차고도 넘친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예전에는 막 타오르는 열정만 있었다면 지금은 약간 정리가 된 열정? (웃음) 이제는 연기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과연 할 수 있는 건지 정리가 된다. 요즘 드는 생각은 이제는 정말 리얼하게 연기하는,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게 유행이라면 유행이라고 생각한다. 연기도 당연히 유행이 있다. 예전 영화를 지금 보면 약간 어색한 것이 느껴지지 않나. 그렇기 때문에 과거에 내 스타일만 고집해선 안 되고 개봉하는 작품들을 많이 보면서 배우고 익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꼰대정신’을 안 갖겠다는 것과 비슷한지에 묻자 그는 “천성은 죽어도 안 바뀐다. 하지만 이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에 차이인 것 같다”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에 대한 일부분을 털어놨다.

“요즘 신인연기자들 보면 순수함이 부럽다. 물론 연기의 섬세함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순수함을 보면 배우가 왜 철들지 말아야 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순수함을 유지하고 감정 그대로를 가져야 배우인 거니까.”

배우는 계속해서 배워야 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말한 김주혁은 언젠간 내게 또 다른 장벽이 있을 거라고 말했다.

“예능에 출연하면서 연기에 대한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점을 발견했다면 또 다른 장벽이 언젠간 또 올 것이다. 그러니 차근차근 또 연기를 배우고 공부해야지. 요즘 고민이요? 감성을 어떻게 키울지 고민 중이다. 해결책? 아직 찾지 못했다. 큰 꿈이 있다면, 다큐멘터리 속 사람들처럼 진짜로 연기하는 거. 그 사람까지 될 순 없겠지만 그렇게 생생하게 연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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