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희 “‘내일 그대와’ 속 내 연기, 부족한 것 투성이”

tvN 드라마 ‘내일 그대와’는 이제훈과 신민아의 안방 컴백작, 시간여행 소재 로맨스라는 점 외에도 많은 장점을 가진 작품이었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혹은 눈에 띄지 않았던 배우들을 곳곳에 배치해 신선함을 더했다. 그리고 이들은 유제원 PD의 손길에 호응하듯 최선을 다해 자기 몫을 다했다.

‘내일 그대와’ 속 신세영 역의 박주희도 유제원 PD의 파격 발탁(?)에 의해 혜택을 본 인물이다. 2009년부터 독립영화, 저예산 영화 등에 출연하며 꾸준히 연기 활동을 해온 이 배우는 ‘내일 그대와’를 통해 이제야 대중의 눈에 들게 됐다.

“이전에도 드라마를 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고정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비중이 있는 역할을 맡아본 건 ‘내일 그대와’가 처음이에요. 유제원 PD님도 영화처럼 롱 테이크로 한 번에 찍는 걸 좋아하다 보니 특별히 드라마 현장과 영화 현장이 다르다는 느낌은 못 받았어요. 하지만 역시 처음이다 보니 겁을 조금 먹긴 했죠.”

앞서 밝힌 것처럼 박주희는 독립영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그런 그가 어째서 첫 드라마 현장에서 겁을 집어 먹었던 걸까.

“아무래도 TV에 처음 나오는 것이기도 하고 유제원 PD님이 절 캐스팅한 것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었다는 걸 아니까요. 주연 배우 빼고는 다들 저예산 영화나 공연을 했던 사람들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여기에 민폐 끼치면 안 된다는 부담을 크게 느꼈어요.”

이런 부담에 불구하고 박주희는 “‘내일 그대와’ 촬영장 가는 길이 그토록 즐거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나중에는 이렇게 편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할 정도.

“아무래도 PD님의 보는 눈이 비슷했는지 출연자 모두가 다들 순둥이 같은 분들이었어요. 특히 이제훈 오빠 같은 경우는 저 뿐만 아니라 모두를 위해 굉장한 노력을 했어요. 친절하고 장난도 많이 치고 정말 촬영장 분위기를 잘 풀어줬어요.”

그렇게 마친 ‘내일 그대와’지만 박주희의 이 작품 속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지 못했다. 오히려 혹평에 가까운 말들로 자신을 굉장히 냉정하게 돌아봤다.

“원래 제가 저의 연기에 만족하는 스타일을 아니지만 이번에는 적잖게 충격을 받았어요. 영화에서는 저의 장점이었던 담백함이 드라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더라고요. 좀 더 저 장면을 살릴 수 있었고 저 감정을 더 표출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그동안 박주희는 다수의 작품에서 냉소적이면서 현실적인 역할들을 해 왔다. 그는 이런 경험들이 지금도 박주희라는 배우를 설명하는 가장 큰 장점인 동시에 좀 더 폭넓은 연기를 위해 변화가 필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파이란’을 보고 ‘이런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일원이고 싶다’는 생각에 영화과로 진학을 했고 그렇게 한 작품씩 찍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당장 어떤 거창한 목표보다 눈앞에 주어진 것, 절 믿고 맡겨주신 걸 잘 완수해야 겠다는 생각 뿐 이었죠. 하지만 이제 저를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진 만큼 저도 조금 변해야 할 것 같아요.”

비록 박주희가 ‘내일 그대와’를 통해 눈에 보이는 결실을 맺었다고는 볼 수 없다. 그럼에도 그에게 이 작품은 조금 더 드라마를 해야 한다는 결심과 자신의 연기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작품이다. 그렇게 이 작품은 배우 박주희에게 또 다른 배움을 안겼다.

“그동안 제가 너무 리얼하게 연기를 하려고만 한 건 아닌가 돌이켜 봤어요. 별 거 아닌 것 같은 장면에도 이유가 있고 더 재밌게 표현해야 하는 건데 그걸 잘 못했던 것도 반성했고요. 앞으로 좀 더 드라마를 해서 제 연기 안에 건조함이나 방어적인 면 대신 사랑과 따뜻함을 채워 넣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