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인권 “음악으로 위로하는 세상, 다시 노래합니다

입력 2017-07-3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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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전인권. 사진제공|다산아이엔지

■ 표절시비 상처 씻어낸 ‘록의 대부’ 전 인 권

‘걱정말아요 그대’ 표절 논란 “인생 최대 상처”
8월 콘서트 이어서 신곡 최소 3곡 발표 계획
“사람들이 꾸준히 날 기억해주니 의욕이 생겨”

3개월 만에 다시 만난 전인권(63)은 수척해보였다. 그는 “몸무게가 8kg 줄었다”고 했다. 지난 몇 달 사이 등락이 심한 롤러코스터를 경험한 ‘후유증’으로 충분히 짐작됐다.

전인권은 작년 연말 국정농단사태가 촉발시킨 촛불집회에서 애국가와 ‘걱정말아요 그대’로 국민들을 위로했다. ‘뜨거운 이름’이던 전인권은 제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4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칭찬한 일이 화근이 돼, 다른 대선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가수’로 공격 받았다. 곧이어 ‘국민 위로곡’으로 추앙받던 ‘걱정말아요 그대’가 독일 밴드 블랙푀스의 노래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

28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전인권은 특유의 느릿한 말투로 “(표절시비는)내 인생에 이렇게 큰 상처는 없었다”고 했다. “과거 마약사건은 내가 죄를 지어서 옥살이를 한 거다. 당시 화는 났지만, 상처는 아니었다. 이거(표절시비)는, 정말 억울하고 울화증도 나고. 노래 일부분이 비슷하게 들리니까 더 답답하더라.”

블랙푀스를 전혀 알지 못했다는 전인권은 “‘걱정말아요 그대’의 ‘지나간 것은’ 부분만 독일 노래와 비슷하게 들리지만, 이후 전개는 전혀 다르다. 더욱이 이후 뒷부분은 내 노래가 훨씬 좋다”고도 했다.

전인권은 “억울한 마음에” 독일로 찾아가겠다고 했지만, 현재는 보류한 상태다. 독일의 한 지인으로부터 ‘표절 논란에 신경 쓰지 않으며, 음악으로 소통하자’ 취지의 블랙푀스 측 메시지를 전해 듣고, 현재 닐 영, 스콜피온스 등과 함께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에서 평화콘서트를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움츠렸던 그가 8월8∼10일, 18∼20일 서울 신수동 서강대 메리홀에서 벌이는 콘서트로 다시 관객을 만난다.

6월의 어느 날,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한 중년 여성이 자신에게 사인을 부탁하고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에서 전인권은 “표절시비의 상처”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마련했고, 노래를 계속할 이유도 찾았다. “음악으로 서로를 위로하는 세상 아닌가. 사람들이 나를 기억해주니, 내가 계속 열심히 해서, 사람들의 애환을 함께 노래하자는 의욕이 생기더라.”

공연 준비에 한창인 전인권은 요즘 오후 8시에 취침해 이튿날 새벽 3시쯤 일어난다. 새벽에 듣는 음악은 그의 청각에 신선한 자극을 준다. “요즘 음악이 잘 들린다”며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내보인다.

전인권은 신곡도 준비 중이다. “올해 적어도 3곡은 나온다”고 했다. 그 중 한 곡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부를 노래다. 또 ‘걱정말아요 그대’를 이을 위로의 노래도 준비하고 있다.

표절 논란 이후 창작활동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그는 “신경은 쓰이지만,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다 죽었어’ 하는 마음으로 곡을 만들고 있다. 하하. 올림픽에 나서는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싶듯, 내 음악으로 대중을 사로잡고 싶다.”

전인권은 4월 만났을 당시 “앞으로 음악은 3년만 더하고 싶다” 했었다. 그는 “이번에 1년 더 늘렸다. 열 받았다”면서 다시 “하하” 웃었다.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음악을 하고 나면 “그림을 그리겠다”는 바람은 변함없었다. 들국화 시절 음반의 속지에 자신의 초상화를 담아 호평 받았던 그는 “3, 4년 정도 그림을 그린 후 평가가 좋으면 전시회도 할지 모른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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