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윤석 “끝까지 타협 않는, 내 나이에 해볼만한 이야기 극한 촬영 행복했다”

입력 2017-09-28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김윤석은 “내 나이에 해볼 만한 이야기를 해야, 속에 있는 것을 다 토해낼 수 있다”고 했다. 그 무대는 10월3일 개봉하는 영화 ‘남한산성’이다. 그는 “관객은 물론 자녀들에게도 배우로서 자존감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진제공|싸이런픽쳐스

■ ‘남한산성’ 김윤석의 대사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느냐…

20년 넘는 연기 인생, 수많은 시련들
명분과 현실 사이서 늘 갈등
오롯이 배우 자존감으로 만난 ‘남한산성’
두 아이들에게 꼭 하고싶었던 이야기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밀어 붙였다.”

실상 연출자인 감독에 대해 말하는 것이지만, 어쩌면 스스로 그런 사람이라는 걸 우회적으로 드러낸 건 아닐까.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렇게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밀어 붙”일 줄 아는 사람. 인터뷰는 배우 김윤석(49)이 그런 사람일 거라는 진한 인상을 남겼다.

김윤석은 대학을 졸업하고 연극무대에 뛰어들었을 때를 돌이켰다. 연극을 한다는 건 “어마어마한 불효였고 인생의 딜이었”던 시절이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하며 “말도 안 되는 개런티”에도 무대를 지켰다. 스스로 상당한 갈등을 겪었지만 그래도 무대는 떠나지 않았다.

무대는 어느새 스크린으로 확장됐다. 적지 않은 흥행작이 있었고, 또 그렇지 않은 작품도 그만큼 남았다. 하지만 배우가 어디 흥행만을 먹고 사는 직업이었던가. 오롯이 무대에 나서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존재의 의미를 찾는 법. 배우로서 “자존감”을 찾아가는 작업은 그에게도 다르지 않다.

따지고 보면 그것은 명분과 현실 혹은 대의와 실리 사이에 놓인 어떤 한 지점이었을 테다. 인생의 선택이란 늘 그런 것이니까. 중학교 3학년생인 맏이와 초등학교 6학년생인 막내를 둔 그는 “때론 가족을 위해 현실과 실리를 따져보기도 하고, 나만을 봐서는 때로 명분을 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번에는 굳이 “쉬운 길”을 택하지 않았다. “내 나이에 이제 해볼 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끔 한 번씩 이런 걸 해줘야 속에 있는 것도 다 토해낼 수 있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사실은 “연기의 테크닉만으로는 풀어낼 수 없는 이야기. 이 나이가 되고서야 마음으로 이해하며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로 무대를 감당해낼 것을 각오했다.

연극무대에서 그토록 꿈꿨던 셰익스피어의 비장한 비극처럼,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 속에 놓인 인간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었던 터였다. 대신 거기에는 어떤 타협도, 어떤 꼼수도 들어찰 틈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로지 “토씨 하나 다르게 연기하지 말라”는 시나리오에만 온몸을 내맡기고 비타협적으로 “끝까지 밀어 붙여야” 하는 결기만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어떤 선택을 하든 스스로를 믿어라. 선택했으면 발 빼지 말고 끝까지 가라. 그래야 뭔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혹은 자신의 연기를 스크린으로 확인하게 될 젊은 관객에게 이처럼 조언하지만 사실 그 역시 그런 선택과 “발 빼지” 않는 비타협적 시선으로 카메라 앞에 나섰을 터이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타인을 기만하고 속이며 거짓말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질 때 지더라도 속을 솔직히 드러내는 이야기”로서 당당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20년이 훌쩍 넘는 연기 경력 속에서 이런 경험은 또 얼마나 “행운이며 보람”이 될 것인가. 그래서 이제 곧 아빠의 연기를 확인하게 될 두 아이에게도 그는 당당한 명분과 대의로써 다가갈 듯하다. 김윤석은 “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은 이야기, 명분을 제대로 건드리는 자존감”으로서 자신의 무대를 아이들에게 제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당당한 면모를 배우로서 “자존감”으로 드러낼 무대, 10월3일 개봉하는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제작 싸이런픽쳐스)이다.

배우 김윤석.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김윤석은 지난해 11월부터 강원도 평창에 들어선 남한산성 세트 위에서 입김이 솔솔 뱉어내게 하는 추위를 겨우 내내 감당해냈다. 그리고 ‘오랑캐’ 청에 대한 굴복을 거부하고 “죽음이 가볍지 어찌 삶이 가볍겠느냐”며 항전을 주장하는 척화의 대의명분과 논리로써 왕 인조 앞에서 당당한 예조판서 김상헌을 그려냈다. 입김은 현실의 눈과 혹독한 바람 속에서 역사 속 치밀하고 치열한 논리의 말이 되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그의 반대편에서 또 다른 말로써 처절하게 맞선 이조판서 최명길 역의 이병헌과 펼쳐낸 “논리와 논리의 부딪침”이야말로 배우의 “자존감”을 제대로 맛보게 한다.

김윤석은, 그래서 이 명분과 대의의 이야기가 끝내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윤석은, 그래서 좋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