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침묵’ 최민식 “주연만 고집 NO…써주는 것만으로도 감사”

입력 2017-11-03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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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식어가 필요 없는 배우, 최민식이 돌아왔다. 가을에 어울리는 영화 ‘침묵’과 함께.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해피엔드’(1999) 정지우 감독과 무려 18년 만에 작품에서 재회했다.

최민식을 필두로 박신혜 이하늬 박해준 류준열 이수경 등 많은 배우가 함께했지만 ‘침묵’을 이끄는 힘은 최민식에 있다. 정지우 감독도 “최민식이 곧 장르”라고 밝혔을 정도다. 임태산을 맡은 최민식은 냉철한 사업가이자 아버지 그리고 뜨거운 가슴을 가진 한 남자의 감정과 고뇌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침묵’을 봐야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그건 바로 ‘최민식’이 아닐까.


Q. ‘침묵’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A. 첫 번째 이유는 정지우 감독과 임승용 대표였어요. 옛 전우를 다시 만나는 느낌이었죠. 두 사람이 작업한다는데 이상한 작품을 저에게 같이 하자고 하겠어요? 하하. 정 감독과 임 대표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있어서 믿고 하겠다고 했죠. 오랜만에 한 번 만났는데 그럴 듯 한 거 한 번 해보자 싶었죠. 그렇게 고른 게 중국 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리메이크한 ‘침묵’이었어요.


Q. 원작 영화를 본 적 있나요.

A. 원작을 한 번 봤는데 임태산이 대중에게 설득력 있는 캐릭터가 될 수 있는지 고민했어요. 임태산은 돈과 정재계 인맥에 권력까지 쥔, 다 가진 사람이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범법행위들이고요. ‘성공한 남자의 불행’을 다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상황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어요. 굳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을 하느냐고 이야기하기도 했죠.

이야기가 현실성과 거리가 있을 수는 있어요. 하지만 극단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도 임태산의 마음가짐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전달된다면 괜찮을 것 같았어요. 한 남자로서,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간의 회한 참회 등 인간적인 면을 증폭시키려고 했죠. 그것만이 우리가 살 길이니까.


Q. 정지우 감독과 18년 만에 만났는데 이번 작업은 어땠나요.

A. 기본은 그대로 가지고 있되 더 영글었고 단단해졌어요. 논리적이고 명확하게 이야기하더라고요. 반면에 되게 유연해지기도 했어요. 배우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수용도 많이 하고요. 편집할 때도 몇 번이나 불러서 보라고 하더라고요. 대부분 감독님들은 안 부르는데 (편집본이) 나올 때마다 같이 보재요. 매번 제 생각과 의견을 묻고요.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귀찮기도 했어요. 하하하. 작품을 같이 만들어가는 기분을 심어준다는 것에서 배우로서 참 고맙죠. 감독이 본인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있어야 그렇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더 유연해지고 여유가 생겼구나 싶었어요.

같은 업계에서 꾸준히 해오다 만났잖아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짠함이 있어요. ‘너나 나나 참 징글징글하다. 이렇게 침묵으로 머리를 맞대고 또 하는구나’ 싶죠. 이렇게 다시 만난 상황 자체에 감사할 따름이에요.



Q. 또 18년 후에 작품을 하면 더 의미가 깊겠네요.

A. 그때는 제가 살아있으면 하겠죠. 정지우 감독과 ‘작품의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 또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고 이야기했어요. 설사 제가 조연이래도 상관없어요. 정지우 감독은 아무리 작은 역할이라도 휘뚜루마뚜루 쓰지 않는 감독이니까요.


Q. 조연을 할 수도 있다고도 생각하나요.

A. 그럼요. 써주는 것만 해도 감사하죠. 하하. 극 중에서 존재감이 있고 정확하게 기능할 수 있는 역할이라면 조연도 좋아요. ‘죽을 때까지 대장만 하겠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사나요. 웃기는 이야기죠. 어떤 존재감을 가지고 작업에 참여하는 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분량이 적으면 더 좋아요. 주인공은 ‘개고생’하잖아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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