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연희 “파리지엥 꿈 연기 통해 대리만족…진짜 ‘땡’ 잡았죠”

입력 2017-11-30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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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희는 데뷔 17년 차다. 분명 좋아서 시작한 연기지만, 최근 2년 전까지만 해도 “이 일을 계속해도 되나” 할 정도로 고민했다. “재능이 없다”고 포기하려고 했던 혼돈의 시간을 지나 지금은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연기에 대한 자세까지 달라졌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드라마 ‘더 패키지’ 마친 이연희

스물여섯 첫 해외 배낭여행지였던 파리
한 달 반 현지 촬영…그때 경험 큰 도움
연기? 이제 습관 버리고 작품에만 집중


연기자 이연희(29)는 “나이를 먹는 게 이런 거구나”란 말을 실감 중이다. 2001년 연예계에 데뷔하고 2006년 MBC ‘어느 멋진 날’을 통해 첫 주인공을 맡았던 이연희는 “질풍노도의 20대”를 보내고 “유연해진 서른”을 맞아 몸과 마음이 편안해졌다. 정신적으로 안정을 찾다보니 연기에 임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2015년 MBC 드라마 ‘화정’을 끝내고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이 부쳐 (연기자라는)직업을 계속 해야 하는지 고민했던 일”도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하지만 “2015년부터 약 1년간”은 분명 이연희가 처음으로 겪는 인생 최고의 시련이었다.

“만약 내가 연기를 하지 않는다면, 과연 뭘 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뚜렷한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마다 슬프더라. 그런데 저를 (연기자로서)찾아주는 분들이 계셨다. 그렇다면 ‘나는 완전히 재능이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고 생각을 고쳐먹으니 매 순간이 감사하더라. 그동안 불평과 불만만 있었지, 진심으로 노력을 해봤는지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면서 마음을 다시 잡게 됐다.”

이를 기점으로 스스로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고, 욕심도 내려놓기 시작했다. 한 드라마에서 터득한 연기적 기술을 다음 작품에서 펼쳐 보이려는 “무의식적인 습관”도 버리게 됐다. 경험에 의존하는 연기는 불편하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다.

“연기는 참 어렵다. 하지만 매 작품마다 상황이 다르고, 상대역도 다르기에 이전 드라마의 좋았던 기억은 잊고 순간에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이 부분은 지금도 연기 선생님의 조언을 받고 있다.”

마음가짐만 바꿨을 뿐인데 일상생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그는 “현장에서 동료들과 얘기를 잘 나누지 않았지만 이제는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며 웃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굴레에 갇혀있다 벗어난 느낌”이다.

“혈액형이 B형인데 다들 안 믿는다. 하하! 사람들에게 잘 다가가지 못해 새침하고 차가울 것이라는 오해를 많이 받았다. 하지만 일일이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러한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연기자 이연희.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그렇게 새롭게 태어난 이연희다. 이 과정에는 이달 초 종영한 JTBC ‘더 패키지’에 출연한 것이 큰 힘이 됐다. 드라마가 사전제작 방식이어서 이연희는 지난해 8월부터 한 달 반 동안 프랑스 파리에서 살다시피하며 모든 장면을 촬영했다. 그에게 파리는 특별한 장소여서 출연 제의를 망설일 이유는 전혀 없었다.

“진짜 ‘땡’ 잡은 것이다. 하하! 파리는 스물여섯 살 때에 처음으로 배낭 메고 떠난 해외여행지다. 힘들었을 때 파리에서 몇 달간 살고 싶었을 정도로 좋은 기억을 안긴 도시이다. 그 다음 계획했던 파리 여행은 테러가 발생해 무산되긴 했지만, 그런 저에게 ‘더 패키지’는 운명이었다.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이연희는 4년 전 파리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드라마 속 여행가이드 역할에 도움을 얻었다. 또 당시 함께 한 여행가이드의 이야기를 통해 더욱 사실적인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공을 들였다. 휴식시간에도 동료들과 대화할 때도 가이드처럼 상대했다. 그는 “가이드는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다니며 접대하는 일이기도 하다. 너무 가까워도, 멀어도 안 되는 관계를 만드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또 이연희만의 가이드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패션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가이드는 손동작이 많아 시선을 주목시키기 위해 많은 개수의 반지를 끼고, 쉴 여유가 없는 일정을 고려해 비니를 착용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의상은 두 명의 친언니와 자신의 것을 활용하기도 했다.

이연희는 “(파리 여행의)꿈이 이렇게도 이루어진다”며 만면에 미소를 짓는다.

“파리에서 살고 싶었는데 연기를 통해 대리만족했다. 또 여행지에서 오고가며 만난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마음 맞는 상대를 찾기는 어렵다. 게다가 처음 파리를 여행했을 때 만났던 사람들과 지금까지 연락을 하고 지낸다는 것 자체도 놀랍다. 인연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2017년은 이연희가 연기자로서 자신감 있게 한 발을 내딛도록 밀어준 해이다. 그래서 한 달 뒤면 2017년을 떠나보내야 하지만, 아쉽지 않다. ‘생각의 전환’ 하나로, 데뷔하고 처음으로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과 단단한 마음가짐을 얻었기에 2018년이 더욱 기다려진다.

“나이 먹는 건 두렵지 않다. 하하! 지금과 큰 변화는 없겠지만 올해 그랬듯, 내년에도 조금은 달라지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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