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기억의 밤’ 장항준 감독 “강하늘-김무열 주연, 다들 걱정했지만…”

입력 2017-12-05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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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준 감독에게는 여러 얼굴이 있다. 1996년 영화 ‘박봉곤 가출 사건’의 각본가로 데뷔한 장항준은 2000년 드라마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연기에도 입문했다. 연출 데뷔작은 2002년 ‘라이터를 켜라’. 장항준 감독이 연출과 동시에 단역으로 출연도 한 작품이다.

이후 장항준 감독은 연출가, 각본가, 배우를 오가며 왕성하게 활동했다. 유쾌한 이미지와 재치 넘치는 입담 덕에 라디오에서도 게스트로 많이 찾았다. ‘무한도전’ 등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종종 비춘 영향으로 예능인으로 아는 사람들도 있다. 혹자는 장항준 감독을 ‘유령’, ‘시그널’ 등을 집필한 스타 작가 김은희의 남편으로 부르기도 한다.

연출작보다 카메오 출연작이 더 많은, 독특한 필모그래피를 자랑하는 장항준 감독. 그렇기에 이번 영화 ‘기억의 밤’에 대한 기대와 관심도 더없이 높았다. 장항준 감독이 무려 9년 만에 선보이는 연출작이기 때문이다. “1년에 화를 내는 날이 많아야 사흘”이라는 명랑한 성격의 장항준 감독과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조합이라니. 이상하리만큼 화창한 겨울날, 장항준 감독을 만나 ‘기억의 밤’의 A to Z를 들었다.


Q. 강하늘과 김무열을 캐스팅한 이유와 과정이 궁금해요.

A. 연기 잘하는 배우이면서 많이 소비되지 않은 이미지였으면 했어요. 신선한 조합을 바랐죠. 강하늘은 ‘동주’를 보고 정말 좋았어요. 강하늘이 진석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영화 설정상 진석의 형 유석은 25살이어야 하지만 20대 초반의 알려진 배우가 정말 없어요. 그래서 그냥 강하늘 형 같은 사람을 찾자고 마음먹었죠. 나이대보다는 연기 잘하는 배우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했어요.

제작사와 이야기하다가 김무열에게 제안하게 됐어요. 저도 참 괜찮다고 생각했죠. 사실 처음에 두 사람이 캐스팅됐을 때 주위에서는 ‘강하늘로 투자가 됐어?’라고 우려했어요. 저예산 영화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두 사람의 캐스팅이 만족스러웠어요. 배우의 인기에 기대는 게 아니라 연기 잘하는 배우들과 재밌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Q. 두 배우와 호흡을 맞춘 만족도는요.

A. 정말 좋았어요. 영화 현장에 어디든 이상한 사람들이 꼭 있거든요. 술 마시면 병을 막 깨거나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들을 정말 많이 봤어요. 그런데 우리 배우들은 정말 양반이더라고요. 김무열은 양반이고 강하늘은 되게 맑았어요. 문성근 선배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걱정과 달리 저를 되게 존중해주셨어요. 나영희 선배도 저를 많이 좋아해주셨고요. 관계에 에너지를 소비할 필요 없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Q. 9년 만에 연출한 영화로 주목받고 있어요.

A. 그동안 놀진 않았어요. 드라마도 몇 편 했죠. 다른 영화를 준비하다가 엎기도 하고 나름 바빴어요. 이제는 돈이 필요하지 않게 됐어요. 전에 많이 벌었거든요. 내 가족과 친구들에게 나눠줘야겠다 싶더라고요. 사람들에게 돈을 쓰는 게 이렇게 기분 좋은지 예전에는 몰랐어요. 이제 웬만한 건 돈을 안 받고 하곤 해요. ‘기억의 밤’ 흥행 수익도 연출부에 나눠주기로 결정했어요. 진짜로 재밌게 사는 법을 알게 된 거죠.


Q. 그 9년 사이 아내 김은희 작가의 위상이 많이 올라갔죠. 어느새 ‘김은희 남편’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아쉬움은 없나요.

A. 아내가 10여년을 ‘장항준 아내’로 불렸으니까 이제는 그럴 차례라고 생각해요. 둘 다 침체되진 않았으니 다행이죠. 저도 벌고 아내도 버니까요. 돈의 개념이 없어져서 ‘돈 되는 것을 하지 말아야겠다’ 싶어요.



Q.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감독님의 직업을 스스로 정의한다면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A. 재밌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 예능을 즐겨하진 않아요. 돈이나 홍보 때문에 혹은 부탁받아서 종종 해왔죠. 예능 작가 출신이라서 친한 형들이 국장이고 왕고참이거든요. 부탁받으면 하게 되는데 그거 다 하면 제 일을 못해요.


Q. ‘기억의 밤’ 이후 다음 작품은 언제 또 볼 수 있을까요.

A. 후보들은 있는데 뭘 할지 안 정해졌어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 같은데 또 모르죠. 다만, 이번에 ‘기억의 밤’에서 한 것처럼 힘 빼고 할 거예요. 만드는 과정을 즐기고 싶어요. 저는 행복하게 사는 게 목표지 성공하면서 사는 게 목표는 아니니까요. 차근차근 검증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해나가려고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메가박스 플러스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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