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韓 관객 200만 돌파, 영광스러워”…’캣츠’가 전하는 마지막 인사

입력 2018-01-27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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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29일 김해를 시작해 서울, 광주, 대전, 울산 등 한국에서 긴 여정을 보낸 ‘캣츠’가 서울로 돌아와 앙코르 공연을 펼친다. 이들이 공연하는 사이 ‘캣츠’는 누적관객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낳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 최초의 기록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약 7개월간 전국을 돌아다니며 공연한 배우들에겐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지난해 여름, 서울 공연 전 만났던 배우들은 여전히 활기가 넘쳤다. “무척 덥고 습한 여름에 한국에 왔는데 어느새 너무 추운 겨울이 됐다”라고 말하며 “이젠 한국 생활에 익숙해진 것 같다”라고 한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하 배우들과의 인터뷰)


- 배우들이 공연을 하는 동안 누적관객 200만을 넘었다.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데. 또 7개월간 한국을 다니며 인상적인 도시가 있었나.


로라 에밋(이하 ‘에밋’·그리자벨라 역) : 굉장히 놀랍고 영광스럽다. 가장 유명한 뮤지컬의 역사에 함께 참여하게 된 것 같다. 또 최초의 기록이라고 들었는데, ‘캣츠’가 한국 관객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 작품이라는 걸 또 다시 느끼게 했다.

윌 리차드슨(이하 ‘리차드슨’·럼 텀 터거 역) : 나는 부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바닷가 주변에서 자랐기 때문에 고향 생각이 많이 나게 하는 도시였다.

크리스토퍼 파발로로(이하 ‘파발로로’·미스토펠리스 역) : 나도 부산이 인상적이었다. 해변가와 그 지방의 분위기가 참 좋았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 공연이 끝난 뒤 ‘퇴근길’(공연 종료 후 기다리는 팬들과의 만남)도 있을 만큼 배우들이 관심을 받았다고 들었다.

에밋 : 기다리시는 분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를 기다리시는 분은 많지 않던데.(웃음) 여성 팬들이 많은 것 같다.

리차드슨 : 대부분 여성 팬들이셔서 그랬을 거다. 놀라웠던 것은 각 배우를 향한 한국 관객의 관심이었다. 다른 나라의 관객들은 대부분 공연 전체에 대한 관심이 크다면 한국 관객들은 배우들을 응원하는 편 같더라. 게다가 그 관심이 끈끈하다. 정이 있다고 해야 할까.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문화이다.

파발로로 : 나는 올해가 세 번째 방문이라서 그런지 두 배우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예전에는 고등학생인 팬이 어머니와 함께 ‘캣츠’를 보러 왔는데 올해는 대학생이 돼서 다시 ‘캣츠’를 보러 왔더라. 그 느낌이 되게 묘했다. 마치 몇 년간 나와의 여정을 함께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7개월이란 시간 동안 한국에서 지내며 배우들도 변한 점이 있나. 개인적으로든 배우로서 연기를 하는 것으로든 말이다.

리차드슨 : 예전에는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고민을 했다면 지금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기반으로 해서 ‘럼 텀 터거’를 연기하고 있다. 공연을 하는 동안 캐릭터를 체화시켰기에 이제 내가 표현하는 ‘럼 텀 터거’를 보여드리려 한다.

에밋 : 우선, 한국에 사는 것이 익숙해졌다. 사실 처음에 도착했을 때는 문화나 생활양식 그리고 음식도 다르다 보니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살기 편해졌다. 연기하는 것은 리차드슨과 비슷하다. 예전에는 ‘그리자벨라’가 어떤 생각을 할까 고민했다면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그리자벨라’를 표현하는 것 같다.

파발로로 : 한국을 방문하면 이제는 예전에 왔던 한국이 기억이 난다. 어디를 가야 하는지,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다 알고 있는 곳 중 하나가 한국이다.


- 예전 인터뷰에서 에밋은 ‘그리자벨라’를 연기하며 에이미 와인하우스에게 영감을 받았다고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는지 궁금하다. 또 다른 배우들 역시 영감을 받은 배우나 가수가 있었나.

에밋 : 이번 버전은 젊은 그리자벨라였다. 그래서 연출가가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연상시키며 해보는 것이 어떤지 제안을 주더라. 와인하우스는 정말 톱 가수였다 한 순간에 추락했던 사람이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볼 때 그리자벨라를 표현하기에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리차드슨 : 일단 럼 텀 터거가 록 음악을 부르기 때문에 믹 재거나 엘비스 프레슬리를 생각했다. 여기에 브루노 마스나 저스틴 비버 같은 여성 팬들을 끌고 다니는 상징적인 팝스타들을 참고하며 내 캐릭터에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파발로로 : ‘미스토펠리스’를 위해 참고한 특별히 없었다. 남자발레무용수 ‘웨인 슬립’ 정도? 그 나머지는 스스로 캐릭터를 개발했다. 이유는 그리자벨라나 럼 텀 터거는 사람의 면모를 강조하는 캐릭터라면 미스토펠리스는 고양이다운 고양이를 표현하는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 ‘캣츠’는 어느 배우나 한 번쯤 해보고 싶은 작품이다. 공연을 하는 배우로서, ‘캣츠’를 공연하기 위해서 갖춰야 하는 요건은 무엇이 있다고 생각하나.

에밋 : 우선 본인의 체격조건이 맞아야 한다. 작은 체구의 아담한 배우라면 새끼 고양이 역할이 어울릴 것이고 그 반대라면 성묘(成猫)를 해야겠지. 또 체력을 요하는 공연이기 때문에 몸 관리도 잘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양이 연기 하는 것을 부끄럽지 않게 여겨야 하는 것이다. 스스로 고양이를 연기하는 게 바보같이 보인다고 생각하면 관객들에게도 충분한 믿음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연기에 확신을 갖고 있어야 한다.

리차드슨·파발로로 : 에밋이 말했다시피, 체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품이다. 나이 든 고양이도 움직임이 있다. 운동을 따로 하는 것도 좋지만 연습 자체로도 충분히 훈련이 된다.(웃음) 일주일 8회를 공연하기 때문에 쉬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쉬는 날에는 생각을 비우고 푹 쉬는 방법을 아는 것도 ‘캣츠’ 배우들에겐 필요한 요건 중 하나인 것 같다.



- 몸을 많이 쓰는 작품이니 부상 위험도 있지 않나.

에밋 : 그리자벨라는 몸의 움직임이 크게 없기 때문에 부상을 당한 적이 없지만 움직임이 많은 배우들은 종종 다칠 때가 있다. 무대 자체가 일단 경사가 있고 극장이 바뀔 때마다 무대도 조금씩 변화가 되기 때문에 계단의 높이 등이 달라져 부상을 당할 때가 있다. 또 반복적으로 사용하던 근육을 사용하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이 있다. 그래서 공연 전 충분히 준비 운동을 하든지, 고도의 집중을 해서 공연을 하는 것이 하나의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 만약 성별을 떠나 다른 역할을 맡을 수 있다면, 어떤 고양이를 해보고 싶나?

파발로로 : 나는 몽고 제리! 연출가가 나는 미스토펠리스를 꼭 해야 한다고 해서 선택권이 없었지만 다른 캐릭터를 할 수 있다면 몽고 제리를 해보고 싶다. 하지만 미스토펠리스는 고양이들 중 가장 어려운 동작이 많아서 나이를 먹으면 더는 못 할 수도 있으니 지금도 만족하고 있다. 지금 이 시간을 그저 즐기고 있다.

에밋 : 나는 ‘봄발루리나’를 해보고 싶다. 봄발루리나는 정말 섹시하다. 정말 재미있고 섹시한 캐릭터다. 매력적인 메이크업에 ‘맥캐버티’를 부를 때는 무대에서 빛나는 것 같다.

리차드슨 : 성별에 관계없다면 봄발루리나를 하고 싶다. 하지만 럼 텀 터거가 가장 좋다. ‘캣츠’ 중 유일무이하게 하고 싶은 녀석이다.


- 지난번 인터뷰에서는 ‘고양이 카페’에 가보고 싶다고 했었다. 공연 중에 가봤나.

파발로로 : 나는 고양이 카페를 가봤다. 원래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 고양이 카페가 있다고 해서 꼭 가보고 싶었다. 호주에는 그런 애완동물과 함께 하는 커피가 없다. 종종 가는 고양이 카페에서는 나와 친한 고양이가 있었는데 이름이 ‘스노우’였다. 내가 계단에서 샌드위치를 먹고 있으면 옆에서 놀고 그랬다. 고양이 카페 뿐아니라 미어캣 카페도 가봤다.

리차드슨 : 나는 김해에서 ‘워터파크’를 가봤다. 정말 신기한 건 다들 말끔히 차려입고 구명조끼를 한 채 수영장에 있다는 거였다. 그런 경험이 없었고 수영을 잘 하기 때문에 그냥 파도풀장에 들어갔더니 안전요원 몇 분이 오셔서 ‘구명조끼 없이는 못 들어간다’라고 하더라. 그래서 구명조끼를 입고 그냥 풀장에 둥둥 떠 있었다.(웃음)


- 배우들이 계속해서 무대에 오른다는 건 좋은 일이다. 심지어 투어 공연을 하는 것은 배우들의 특권이 아닐까. 그럼에도 분명 힘들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계속 다른 나라를 오가며 반복된 생활을 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에밋 : 물론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타지 생활의 적응은 어렵긴 하지만 공연을 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프로덕션에서 마련해주기 때문에 불편하지는 않다. 게다가 투어를 하면 충분한 휴식기간을 주기 때문에 지치거나 힘들지는 않다.

파발로로 : 월드투어를 하는 것은 배우에게 굉장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타국을 다니며 그 나라의 전통, 그리고 현대적인 모습까지 볼 수 있는 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다른 나라에서 활동하는 배우들을 만날 수도 있지 않나. 세계 곳곳에 연락할 수 있는 동료가 생긴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다.



- 각자 집으로 간다면 무엇을 가장 먼저 하고 싶은가, 또 한국의 어떤 것이 가장 그리울 것 같은가.

에밋 : 친구들을 만나야지.(웃음) 집으로 가면 한국의 삼겹살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 너무 맛있다. 그리고 등산? 한국에는 정말 멋진 산이 많다. 자연과 어우러져 산다는 것은 멋진 일인 것 같다.

리차드슨 : 나는 쌈장이 가장 그리울 것 같다. 정말 맛있다. 삼겹살, 갈비도 너무 그리울 것 같고. 집에 가면 가족들과 집밥을 먹고 싶다. 로스트 비프가 가장 먹고 싶다.

파발로로 : 나는 밤에도 문을 닫지 않는 카페가 가장 그리울 것 같다. 밤에도 커피를 마실 수 있다니! 너무 좋았다. 그리고 한국 음식이 가장 생각날 것 같다. 디저트 카페도 정말 훌륭하고 편의점 음식도 정말 맛있다. 특히 삼각김밥! 그리고 나도 에밋처럼 한국의 자연이 정말 좋았다. 투어를 다니면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는 곳 중에 하나가 한국이다.


- 한국 투어를 마치면 대만으로 간다. 기대하는 점이 있다면.

에밋·리차드슨·파발로로 : 서울 생활이 익숙해져서 대만으로 가면 또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해서 걱정이 들긴 하지만 마지막 투어이자 3주의 공연이다. ‘캣츠’를 기분 좋게 정리하는 3주를 보낼 것 같다. 또 대만 관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매우 궁금하다.


- 마지막으로, 서울 공연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인사를 전해달라.

에밋·리차드슨·파발로로 : 우선, 지난해 와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 분들이 많은 사랑을 주셨기에 우리가 다시 전국을 돌아 서울로 오게 된 것 같다. 관객이 없으면 작품의 존재의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우리를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를 꼭 전해드리고 싶다. 그리고 이번이 첫 관람이신 관객에게는 기대해달라는 말을 드리고 싶다. 이전과 다른 연출로 새로운 ‘캣츠’의 모습을 보실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추억을 만드실 수 있으실 것 같다.

한편, 뮤지컬 ‘캣츠’는 1월 27일부터 2월 18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클립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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