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나 극적인 변신을 꿈꾸지만 이를 현실화 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동안 굳어진 습관과 생각 그리고 외모까지 이를 바꾸는 작업은 결코 하루 이틀 변신을 결심한다고 해서 뚝딱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4일 새 앨범 ‘DEEP INSIDE’를 들고 돌아온 한희준은 이토록 어려운 변신을 이뤄냈다. 15kg 체중 감량으로 이뤄낸 외모 변화는 물론 어반 알앤비(R&B) 장르에 도전하며 음악적인 변화까지 시도했다.
“그동안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얼굴을 비춰왔었죠. 그 일들은 정말 제가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었어요. 어느 방송이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에요. 하지만 그럴수록 제 뿌리가 깊지 않다는 걸 깨달았어요. 다른 패널들은 다 하나의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저만 그 부분이 희미했으니까요. 그러면서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하게 지녀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한희준은 미국의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은 물론 국내의 ‘K팝스타 시즌3’ 등을 거쳐 다양한 국내 예능 프로그램 패널로서 활동해 왔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질 때쯤 그가 갈망했던 것은 더 큰 유명세가 아니라 음악이었다.
“방송을 한참 할 때는 ‘앨범이라는 것이 꼭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맞아요. 하지만 방송을 하면 할수록 가수로서의 모습을 더 많이 보여드리고 그 부분을 확실하게 굳혀야 겠다는 생각이 커졌죠.”
이런 한희준의 갈증에 응답하듯 그의 주변이 변하기 시작했다. 새로운 스태프들이 들어오고 한희준에게 어반 알앤비 장르의 음악을 권유했다. 가수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싶었던 그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동안 전 착한 슬픔을 보여드리기 위해 발라드를 불렀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제가 늘 미국에서 듣고 자랐던 어반 알앤비 장르의 앨범을 내게 돼 정말 좋았어요. 늘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감히 용기를 낼 수 없던 장르였기에 주변의 권유를 거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죠.”
한희준은 미국에서 자라면서 알앤비 장르의 음악을 수도 없이 들으며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부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흑인 음악을 어설프게 따라한다는 비판이 따라올 수도 있었고, 발라드를 불러온 그가 이 장르를 얼마나 잘 소화할지도 미지수였다.
“그래서 ‘DEEP INSIDE’ 이 한 곡을 녹음하는데 두 달이 걸렸어요. 한 달 동안 녹음을 하고 남은 한 달은 수정 녹음을 하는데 시간을 할애했죠. 늘 이 장르를 해 온 사람같은 그루브와 바이브를 보여주려고 노력했어요. 생활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를 줬죠.”

이런 노력을 거쳐 그는 외모 변화는 물론 생각까지 바꿨다. 둥글둥글하고 편안했던 청년에서 자신의 노래에 예민하게 몰두하고 그를 도와주는 스태프들에 대한 책임감도 함께 짊어졌다. 한희준은 “둥그런 모습에서 약간 세모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한다.
“‘아메리칸 아이돌’ 때를 생각해 보면 정말 좋은 호텔에서 묵고 좋은 환경에서 공연을 했었음에도 늘 돌아오면 한국 뉴스와 예능 프로그램 등을 봤어요. 마치 연어가 강을 거슬러 고향을 찾는 것처럼요. 그래서 제 노래로 한국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공감을 얻고 싶다는 바람이 제일 커요. 이번 앨범은 굳이 따지면 책의 머리말 같다고 생각해요. 많은 분들이 제가 보여드릴 본문과 엔딩까지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일광 폴라리스 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