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판단력, 끝내준 통찰력…‘경마 예술가’라 불리는 사나이

입력 2018-02-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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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흥 조교사는 “잠재력을 놓치지 않고 좋은 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 조교사로서의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예술가 꿈꾸던 섬세한 성격의 소유자
말 잠재력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탁월
“승수보다 말의 가치 찾는 일에 매진”


박대흥 조교사(59)가 통산 800승을 돌파했다. 1월28일 열린 서울 제10경주에서 ‘청담대로’가 문세영 기수와 함께 우승하며 박 조교사에게 800승을 안겼다. 데뷔 21년 만에 세운 기록이다. 렛츠런파크 서울 현역 조교사 중 800승 달성은 4번째다. 박 조교사의 최근 1년 전적(2018년 1월28일 기준)은 승률 19.5%, 복승률 33.1%로 렛츠런파크 서울 랭킹 1위다.


● 세밀한 판단력과 통찰력을 가진 경마 예술가

박대흥 조교사는 우연히 지인의 소개로 경마 관리사로 첫 발을 내딛었다. 이후 조교보를 거쳐 1997년 조교사로 데뷔했다. 원래 그의 꿈은 예술가였다. 그러나 ‘말’(馬)이라는 생명체는 섬세하고 예민한 그에게 새로운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경주마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이를 키워가는 작업이 그의 예술적인 기질과 만나면서 상승작용을 했다.

특히 이러한 성격은 말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육성하는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말을 구매할 때 ‘생김새’, ‘자라온 환경’ 등을 꼼꼼하게 보고 예민한 감각과 경험으로 남들은 쉽게 보지 못하는 부분을 발견한다. 경기마다 변화무쌍한 경주마의 기용을 통해 좀처럼 어떤 경주마가 출전할지 예상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그의 장점이다.

800승 달성의 주역인 ‘청담대로’ 역시 경주 대진표를 철저히 분석하고 잠재역량을 살펴서 결정을 했다. 1800m 출전은 처음이었지만, 말의 습성과 성격을 보고 해볼 만 한 경주라 판단했다.

박 조교사는 세계일보배 대상경주에서도 경주마 ‘시티스타’의 역량을 재입증했다. 박 조교사는 시티스타가 순발력과 폐활량도 우수하지만, 승부사 기질이 있어 강자와의 대결에서 진면목을 발휘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의 예상대로 ‘시티스타’는 ‘올웨이즈위너’, ‘파이널보스’ 등 유명 경주마를 제치고 2위를 기록했다. 우승마와 ‘목차’의 접전이었기에 아쉬움이 남기도 했지만 말을 보는 그의 통찰력이 뛰어남을 증명했던 경주였다.

조교사로서 박대흥의 최종 목표는 “좋은 말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굴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말을 훌륭한 경주마로 육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재력을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것이 조교사 역할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

‘경마 예술가’ 박대흥 조교사는 퇴직할 때까지 승수보다는 말의 가치를 찾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밝혔다. 서울랭킹 1위의 조교사가 되기까지 승수에도 연연하진 않았다. 다만, 우수한 말을 찾기 위해 열심히 돌아다니고, 매 경주에 출전할 경주마들의 역량을 살피며 최적의 대진표를 작성했다. 이것이 800승 조교사의 힘이다.

정용운 기자 sadzo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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