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클립] ‘나의 아저씨’ 징글징글해도 가족, 삶의 원동력입니다

입력 2018-03-30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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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징글징글해도 가족, 삶의 원동력입니다

입으로는 징글징글하다 말하지만, 몰래 따뜻한 보온도시락을 챙겨주는 게 엄마의 마음이고, 내편이 돼주는 게 형제의 마음이다. tvN 수목드라마 ‘나의 아저씨’(극본 박해영, 연출 김원석) 속 노모 고두심의 도시락과 이선균, 박호산, 송새벽의 끈끈한 형제애가 안방극장을 울렸다.

‘나의 아저씨’에는 아주 현실적이고 그래서 때로는 가슴 한구석을 찌릿하게 하는 가족이 존재한다. 바로 아저씨 삼형제 동훈(이선균), 상훈(박호산), 기훈(송새벽)과 이들의 노모 요순(고두심)이다. 지난 29일 방송된 4회는 자식의 자존심, 형제의 상처, 엄마의 슬픔을 감싸 안은 먹먹한 가족 이야기가 진한 여운을 남겼다.

돈 없고 능력 없어 중년의 나이가 돼서도 칠십 넘은 노모가 챙겨주는 삼시세끼를 먹던 상훈과 기훈. 대학 공부까지 하고도 ‘고학력 삼식이’로 남아 요순의 울화통을 터뜨리던 두 사람이 ‘형제 청소방’이라는 이름으로 드디어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런데 시작부터 일이 꼬였다. 건물 청소를 하던 상훈이 취객과 시비가 붙은 것. 청소하면서 자신에게 먼지를 뒤집어쓰게 했다면서 노발대발하며 “제대로 사과하라”고 길길이 뛰는 취객의 정체는 하필이면 상훈이 청소하던 건물을 지었다는 남자 강용우였다. 청소업체를 바꿔버리겠다는 강용우에 상훈은 자존심을 모두 내려놓고 무릎을 꿇었다. 간신히 시작한 청소일 마저 놓치면 일흔이 넘어서도 삼시 세끼 챙기느라 마음 편할 날이 없는 노모를 볼 면목이 없을 터.

몰래 눈물을 삼키며 돌아서 발견한 것은 바로 요순의 보온도시락. 설마하는 마음에 집으로 간 상훈을 요순은 미소로 맞았다. 상훈은 그때 알았다. “노인네가 날 보고 웃어, 다 본거야.” 하필이면 그 시간에 아들의 점심 도시락을 들고 찾아왔던 요순은 맏아들의 비참한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했던 것. 상훈은 노모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듯한 미안함에 결국 형제들을 앞에 두고 남자의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언제나 허허롭던 상훈의 눈물을 본 기훈은 “그 자식 죽여 버리겠다”면서 길길이 뛰었다. 철없는 맏형을 보고 “아무도 모르게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은 게 가족”이라고 구박하고, “징글징글하다”면서 삼형제 관두자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지만 실은 누구보다 속깊은 의리가 가득한 기훈이였다.

기훈을 조용히 말렸던 동훈은 홀로 강용우를 찾아갔다. “나도 무릎 꿇어본 적 있다. 뺨도 맞고, 욕도 먹고”라면서 말문을 뗀 동훈. “내가 무슨 모욕을 당해도 우리 식구만 모르면, 아무 일도 아냐. 어떤 일이 있어도, 식구가 보는 데서 그러면 안 돼”라는 말했다. 그리고 그가 지은 건물의 허술한 안전, 그로 인해 부과될 벌금으로 그를 밀어붙였다. 내가 가져온 과일바구니 들고 우리 가족 찾아가 사과하라고. 그렇게 다시 거리로 나온 뒤 동훈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든든한 가족의 울타리로 살아오기까지 보이지 않게 묻어둔 그의 고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나이 칠십이 넘어서도 자식을 위해 따뜻한 도시락을 싸는 요순, 무릎 꿇었던 자존심보다 노모가 받을 상처가 더 슬펐던 상훈, 걸걸한 입버릇으로 “삼형제 같은 거 그만두자”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은 누구보다 형제를 아끼는 기훈, 그리고 가족의 울타리가 되어 ‘성실한 무기징역수’처럼 살아가는 동훈. 이들이 각기 주어진 삶을 무게를 버텨가는 이유, 그것은 어쩌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지켜내고 싶은 가족이 있기 때문일지 모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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