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낙원을 연기하는 배우 진기주도 한동안 벅찬 과제를 안고 끙끙댔다. 평일 밤 드라마의 주인공으로서의 부담과 동시에 낙원에게 빠져들수록 진가주가 떠안아야 할 과제도 끝을 모르고 커졌다.
“이번 드라마에서 정말 많이 울었어요. 그런데다가 우는 연기에도 정말 다양한 종류가 있더라고요. 하루 종일 운적도 있었는데 그 때는 머리도 아프고 감정적으로도 많이 힘들었어요. 몸 안의 수분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고 해야 하나요? 후반부에 나무(장기용)와 함께 하는 놀이공원 데이트에서도 낙원이의 감정을 이해하니까 조금도 즐겁지가 않더라고요.”
약 한 시간 남짓한 인터뷰 동안 진기주는 자신의 이야기보다 낙원의 감정을 설명하는 것에 집중했다. 그만큼 진기주가 낙원을 얼마나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수용한 상태였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동안 전 제가 촬영할 때만 낙원이에게 빠져있고 퇴근을 하면 바로 해방되어서 진기주로 돌아오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더라고요. 조금씩 제 마음에 감정들이 쌓여 있었던 거죠. 어느 장면에서 서정연 선배님께 ‘너무 애쓰지 말라’는 대사를 듣고 나서 저 스스로 녹아버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낙원을 연기하면서 오히려 제가 단단하지 않다는 걸 알았어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도 이 드라마에서 제일 강한 사람이 낙원이라고 생각했어요. 겉으로는 약해 보이지만 내면이 강한 사람이요. 그런 면에서 전 낙원이보다는 약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역할이 진기주에게 괴로움과 자기 반성(?)만 안긴 건 아니다. 진기주의 안정적인 연기력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줬고 한 드라마의 주인공 감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도 증명했다.
“우리 드라마는 처음부터 이야기가 굉장히 좋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시작할 때 ‘많이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함께 사람들이 이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죠. 시청률 수치가 어느 정도 나와 1위로 마무리 했다니 기뻐요.”
이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과에 대해 그는 파트너인 장기용과 ‘이리와 안아줘’의 연출인 최준배 PD를 향해 고마움을 전했다.
“장기용 씨와는 정말 서로 큰 의지가 됐어요. 힘든 신이 나올 때마다 한숨을 쉬면서도 ‘괜찮아’, ‘할 수 있어’라면서 서로 보듬는 사이가 됐죠. 특히 제가 상상한 채도진 그 모습 그대로 있어줘서 제가 더 낙원이로 있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PD님도 감사해요. 절 가르치기보다 대화를 정말 많이 나눠주셨어요. 그렇게 계속 대화하면서 제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시고 제가 PD님 주장을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장면을 만들어 나갔죠.”
이처럼 진기주는 다시 한 번 다른 이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나간다는 걸 경험했다. 거기에 극을 이끄는 주인공으로서의 경험도 쌓았다. 재능에 경험치도 차곡차곡 쌓이니 자연스레 진기주의 앞날이 기대된다.
“이번에 슬픈 역할을 해서 한동안 하기 싫다는 마음 같은 건 없어요. 빨리 제 안에 뭔가를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에요. 언젠가 의사 역할을 꼭 해보고 싶고 ‘미생’ 같은 작품의 회사원 역할도 맡아보고 싶어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