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성공적 마무리…밀도 높은 GV 성황

입력 2018-09-12 19: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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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6일부터 9일까지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영화제 모습. 사진제공|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6일부터 9일까지 전주 국립무형유산원 일원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영화제 모습. 사진제공|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앞선 세대가 남긴 무형의 유산을 함께 즐기는 영화제가 밀도 높은 관객의 참여 속에 막을 내렸다. 영화를 보고 눈물짓는 백발의 관객부터 가족과 손잡고 감동을 함께 느낀 관객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영화제를 찾았다.

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가 6일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원장 조현중)에서 개막해 나흘간의 축제를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무형유산을 직·간접적으로 담아낸 다양한 영화를 가까이 향유하고, 그 작품을 완성한 감독들과의 대화를 통해 관객 참여까지 이끌어낸 영화축제로 완성됐다.

5회째 맞은 올해 영화제는 특히 예년과 비교해 국제영화제에 걸맞은 내실을 갖추면서 관객의 폭넓은 참여를 이끌어냈다. 아시아 유일의 무형유산 특성화 영화제에 어울리는 상영작 선정과 아카이브 구성, 부대행사를 마련해 관객 참여를 높이면서 앞으로 이어질 영화제를 향한 기대도 갖게 했다.

‘솜씨’라는 주제 아래 무형유산과 관련한 다양한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 애니메이션과 단편을 망라해 상영한 이번 영화제에서 단연 주목받은 섹션은 ‘아리랑 마스터스’ 부분이다. 무형유산을 조명한 영화를 선별해 영화감독과 출연자, 작가 등이 관객이 만나 대화하면서 작품에 대한 이야기와 해석을 나누는 자리로 완성됐다.

이 부분에 초청된 작품은 총 4편.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 수상작인 ‘6호실의 알리사’를 비롯해 한석규 주연의 영화 ‘상의원’, 한국영화로는 처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 대상을 받은 다큐멘터리 ‘다시 태어나도 우리’, 호주의 재즈 드러머가 한국의 소리를 찾는 여정을 담은 ‘땡큐, 마스터 킴’ 등이 상영돼 관객의 큰 호응을 얻었다.

‘아리랑 마스터스’ 섹션은 상영 뒤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통해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가 어떻게 무형문화를 받아들여 느껴야 하는지에 대한 밀도 있는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관객의 호응은 물론 이에 참여한 감독들의 만족도 상당했다.

7일 상영한 ‘다시 태어나도 우리’의 문창용 감독은 “영화 상영이 끝난 뒤 백발 할머니가 다가와 ‘내가 죽을 때가 됐는지 요즘 도통 영화를 봐도 감흥이 없는데 오늘은 펑펑 울었다’면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다”고 밝혔다.

영화제 기간 느낀 다양한 감상 가운데 그 관객과의 만남을 가장 강렬한 기억으로 간직했다는 문창용 감독은 “삶과 죽음의 경계란 너무나 분명한 것이지만 우리는 늘 그 경계 어딘가에 놓여있다”며 “경계에서 이 가을, 다시 태어나는 유산의 의미를 생각하게 됐다”고 영화제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또 다른 상영작인 ‘직지코드’는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을 찾아 유럽으로 간 이들의 여정을 담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다. 이번 영화제에서도 어김없이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다. 연출을 맡은 우광훈 감독은 공식 상영 뒤 한 시간 남짓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에서 10대부터 70대에 이르는 관객들로부터 다양한 질문을 받았다.

우광훈 감독은 “이번 영화제에 참여해보니 앞 세대가 남긴 보이지 않는 자산의 의미를 새겨보고 지역과 한국, 세계의 구성원으로서 나의 정체성과 역할을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이어 “영화들 속에서 무형유산을 조명해 본다는 점이 가장 의미 있었다”며 “관객과의 대화에서 보여준 관객의 열정에서 다음 작업을 위한 에너지를 얻었다”고 했다.

6일부터 9일까지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영화 ‘상의원’의 이원석 감독. 사진제공|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6일부터 9일까지 전주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열린 ‘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영화 ‘상의원’의 이원석 감독. 사진제공|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 “다양하고 수준 높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 행복”

관객과의 대화에는 감독만 참여하지 않았다. 영화의 주인공들도 직접 나서 관객의 궁금증에 답했다. ‘땡큐 마스터 킴’의 주인공이자 전통예술인 김동원 교수(원광디지털대학교)도 그 중 한 명이다.

이 영화는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우연히 우리 무형문화재 82호 김석출 선생의 연주를 듣고 그 뿌리를 찾기 위해 한국에서 보낸 7년간의 여정을 담은 작품이다. 김동원 교수는 사이먼 바커를 도와 우리의 소리를 찾는 여정에 나선다.

영화 상영 뒤 관객과 대화에 동참한 김동원 교수는 “영화의 제작과정, 담겨진 음악과 철학, 출연했던 여러 명인들, 주인공인 사이먼 바커에 대한 다양하고 수준 높은 질문들에 답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무형유산을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 국립무형유산원과 영화제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영화제에는 실제 무형유산을 이어오는 예술가들도 참여해 관객에 특별한 무대를 선사했다. 특히 개막식 공연에 참여한 국악인 오정해는 “우리의 정신을 지키는 분들의 발자취를 따를 수 있었고,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새삼 느끼는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올해 영화제는 아시아를 대표하는 무형유산영화제로서 그 정체성을 확고히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영화제를 이끈 2018 국제무형유산영상축제 김선영 사무국장은 12일 “무형유산이 영화와 전시 공연을 통해 관객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축제로 이뤄졌다”며 “영화제 내내 식사까지 거르고 모든 영화를 관람한 한 노년의 관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짧은 기간영화제를 찾은 관객 모두가 소중한 만남이었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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