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존 조 “역주행? 한국의 인터넷 인프라 덕분이죠”

입력 2018-09-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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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서치’의 주인공인 한국계 배우 존 조. 1997년 TV드라마로 데뷔해 21년째 꾸준하게 연기활동을 이어가는 그는 “곧 한국영화에 참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소니픽처스

■ 돌풍의 영화 ‘서치’ 주인공 존 조

한국계 미국 가정에 대한 관심 한몫
온라인 통해 딸 흔적 쫓는 방식 공감
6세 때 미국 이민…21년째 배우 생활
‘서치’, 내 연기인생 가장 어려운 작품
할리우드가 시야 넓히는 계기 됐으면


돌풍이라는 단어는 이럴 때 써야 한다. 영화 ‘서치’가 또 한 번 역주행에 성공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12일 개봉한 ‘물괴’에 이틀간 정상의 자리를 내줬을 뿐, 주말에 다시 1위를 탈환했다. 3주간 모은 관객 250만 여명. 스릴러 장르의 외화로는 최고 성적이다.

‘서치’ 돌풍의 주역은 한국계 배우 존 조(46)이다. 서울에서 태어나 여섯 살 때 부모와 미국으로 이민 간 그는 1997년 TV드라마 ‘보스턴 코먼’으로 데뷔해 21년째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서치’는 탄생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영화의 배경을 한국계 미국인 가정으로 설정한 이유를 두고 “존 조와의 작업을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할리우드에서 단연 성공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가는 존 조를 이메일 인터뷰로 만났다. “내가 태어난 나라에 대한 애정이 깊다”며 “한국에 가기를 손꼽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영화 ‘서치’에서의 존 조. 사진제공|소니픽처스코리아


● “한국계 미국인 가정 이야기가 흥행 이유”

앞으로의 수치를 더 지켜봐야 하지만, ‘서치’의 한국 흥행은 북미의 성적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전 세계 흥행 1위 타이틀을 한국에서 거둘 수 있다는 의미다. 존 조는 ‘서치’ 열풍의 원인으로 “한국계 미국인 가정의 이야기”와 “한국에 구축된 견고한 인터넷 인프라”를 꼽았다.

“한국계 미국인 가정,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주인공이어서 더 좋아해주는 게 아닐까 추측한다. 그랬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또 하나는, 한국은 인터넷 인프라가 오래 전부터 견고하게 구축돼 있다. 온라인에 할애하는 시간도 많고. 한국의 라이프스타일과 우리 영화가 전달하려는 스토리텔링 방식이 공감을 형성한 것 같다.”

‘서치’는 사라진 딸을 찾으려고 SNS 등 온라인 세상에 남은 딸의 흔적을 쫓는 아버지의 이야기다. SNS와 온라인 플랫폼,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로 화면을 구성하면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영화에서 존 조의 모습은 웹캠이나 휴대전화 영상통화, 뉴스 생중계 속 화면으로만 비춰진다.

처음 겪는 생경한 촬영 방식은 그에게 혼란을 안겼다. “촬영 세트에 혼자뿐이고, 대사를 나눌 상대 배우도 눈앞에 없어서 너무 어려웠다”는 그는 “스토리 자체가 워낙 강렬해서 거기에 기댈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껏 출연한 영화 중 가장 어려운 작품이었다”고 돌이켰다.

존 조는 사실 SNS와 친숙한 편은 아니라고 했다. 때문에 1991년생인 젊은 감독이 구현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연기로 펼칠 때는 어려움도 따랐다. 그는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이게 정말 설득력이 있어?’, ‘사람들이 이렇게 인터넷을 많이 한다고?’ ‘이런 걸 구글을 통해 전부 검색해?’ 등등의 질문을 감독에 던졌다. 요즘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건 나에겐 새로운 발견이었다. 어쩌면 난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 존 조가 SNS를 쓸 때는 팬과 소통하거나 떨어져 지내는 부모와 영상통화를 할 때라고 했다. 일본계 배우 케리 히쿠치와 결혼해 슬하에 아들과 딸을 둔 그는 다정한 아빠로도 정평이 나 있다. 할리우드에서 ‘흔한’ 파파라치 사진에서 보이는 그는 늘 아이들을 자상하게 챙기는 아빠의 모습이다.

때문에 사라진 딸을 애타게 찾는 아빠를 연기한 이번 작품은 그에게 더 각별하다. “관객이 사실적으로 느꼈으면 하는 마음으로, 실제 아빠로서의 감정을 녹여냈다”는 존 조는 “실제로 나에게 아이가 생긴 이후부터 ‘걱정 근육’이 생겨나 자라고 있다. 걱정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서치’에서 한국계 미국인 가족으로 출연한 배우들. 메건 리우, 존 조, 사라 손, 조셉 리, 미셸 라(왼쪽부터). 사진제공|소니픽처스


● “할리우드는 그동안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올해 8월 할리우드에서는 아시안 배우들이 주연해 아시안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가 3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주류 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돼 온 아시안 이야기가 만든 돌풍은 곧장 ‘서치’로 이어졌다. 그 한복판에서 열기를 경험한 존 조는 만족을 표하면서도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했다. “다양성을 반영한 영화에 대한 (관객의)지지가 광범위한데도, 할리우드는 이런 시장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짚었다.

“할리우드가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할리우드도 (이런 현상에)더 놀라지 않았을까. 이를 기점으로 할리우드가 작품을 선택하는 시야를 넓혔으면 좋겠다. 이런 질문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답하는 지금 순간이 무척 기쁘다.”

존 조는 이미 ‘스타트렉’ 시리즈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20년 배우활동 가운데 그의 “인생을 바꿔놓은 작품”은 1999년 참여한 영화 ‘아메리칸 파이’다. 그는 “나에게 코미디 연기라는 새로운 챕터를 열게 해줬고, 훗날 나를 불러줄 사람들을 만난 전환점”이라고 부연했다.

스티븐 연, 이기홍 등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들이 최근 한국영화에 적극 참여하는 상황은 그에게도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 있다. 당장 출연 계획이 잡힌 건 아니지만 훗날 한국영화에 참여할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 영화를 한다는 건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 같다. 무엇보다 한국영화에는 뛰어난 영화인이 많고 작품의 수준도 높기 때문에 좋은 경험이 될 거라 확신한다. 다만 걱정되는 건 나의 한국어 실력이다. 하하!”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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