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이슈] 황교익 논란, 결국 내로남불의 오만

입력 2018-10-04 10: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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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익 논란, 결국 내로남불의 오만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 중 ‘막걸리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가운데 온라인에서는 황교익의 개인적인 의견을 두고 연일 설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그가 1일 ‘골목식당’에 대해 글을 남기면서다.

황교익은 이미 자신의 의견을 게재하는 창구로 활용하는 페이스북 계정에 ‘골목식당’ 대전 청년구단 편 중 ‘막걸리 테스트’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적었다. 그는 “아무리 예능이어도 이건…. 전국에 막걸리 양조장 수가 얼마나 되나. 나도 꽤 마셔봤지만 분별의 지점을 찾는다는 게 정말 어렵다. 무엇보다 한 양조장의 막걸리도 유통과 보관 상태에 따라 맛이 제각각이다. 12개의 막걸리 브랜드를 미리 알려주고 찾아내기를 했어도 ‘신의 입’이 아니고서는 정확히 맞힐 확률은 매우 낮다. 이 막걸리들을 챙겨 가져온 사람은 다를 수 있지 않나”라고 썼다.

그러면서 ‘사족’이라며 “막걸리 맛을 잘 안다고 잘 팔리는 막걸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구의 대박 떡볶이 가게 할머니는 떡볶이를 싫어하셔서 맛도 안 보신다는 거, 다들 알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황교익은 방송(지난달 12일 방송분)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칼럼니스트의 글만 보고 자신의 생각을 적었다. 자신이 적은 글이 외부로 퍼져 나갈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는 설전이 시작됐다. 그중에서도 일부 누리꾼은 황교익에게 방송을 봤는지 물었다.

이에 황교익은 “내가 전국에서 12종의 막걸리를 선해 가져오겠다. 이를 맛보고 브랜드를 모두 맞힐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라. 내기를 걸어도 된다”면서도 “방송은 보지 않았다. ‘이 기사’(한 칼럼니스트의 글)를 봤다. 기사에 방송 내용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나온다. 그리고 다시 보기를 해서 방송 봤다. 방송 보니 더 가관이었다”고 응수했다.

반면 제작진은 방송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 ‘골목식당’ 한 관계자는 동아닷컴에 “대전 청년구단 편 막걸리 테스트는 촬영과 방송 과정에 있어서 문제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다. 테스트 목적이 막걸리 맛을 정확하게 맞히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의 막걸리 맛을 비교해보자는 취지다. 그 자리에서 맛을 보고 느끼는 점을 이야기해보자는 취지였다. 그래서 방송에서도 맛을 맞히는 것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장사하는 방법, 기존 음식 맛에서의 변화, 개선점을 이야기하자는 취지다. 함께하는 솔루션이다. 문제를 맞히는 과정을 다루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물맛’ 논쟁에 대해서는 “그것 역시 ‘물맛’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기보다는 누룩을 연구한 사장님에게 다른 방법을 권하는 하나의 방향이다. 맛의 변화는 다양하다. 그중 하나가 물인데, 이를 제안해본 것인데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런 제작진의 입장에도 황교익은 해당 방송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는 “골목상권 살리자는 취지 이해 못 하는 사람 없다. 음식장사 아무렇게나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 것 문제삼을 사람 없다. 이를 예능으로 다루어 흥미롭게 전달하자는 것 좋은 일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비상식적인 상황을 연출하면 안 된다. 그 비상식적인 상황 연출이 출연자의 권위나 굴욕을 위한 것이면 더더욱 안 된다. 12종의 막걸리를 아무 정보 없이 맛만 보고 브랜드를 알아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을 지적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상식적으로 살자”고 적었다.

이런 그의 주장에 누리꾼들은 과거 MBC ‘능력자들’ 막걸리 덕후 편을 꼽았다. 같은 예능프로그램이고 황교익의 주장처럼 비상식적인 방법으로 블라인드 테스트를 했다. 그런데도 막걸리 덕후는 10개의 제품을 모두 맞혔다. 일부 제품은 시음도 하지 않은 채 시향으로만 제품을 알아냈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황교익은 말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매체가 온라인에서 제기된 그의 과거 발언을 보도하자, 언론 종사자들을 ‘쓰레기’로 매도하기 시작했다. 황교익은 ‘기자는 악플러’라고 주장했다.

또 3일 밤 장문의 글로 자신의 심경을 피력했다. 황교익은 “나는 음식 전문 작가다. 내 글과 말은 실명으로 공개된 상태에서 대중에게 전달된다. 방송과 신문, 잡지, 포털 등이 내 공개 무대다. 내 말과 글은 따라서 내 전문 영역의 다른 작가와 연구자 등에게도 직접 전달된다. 공개된 지식시장에서 내 말과 글은 해당 전문 인력에 의해 수없이 검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 말과 글에 오류가 있으면 즉시 견제가 들어오게 되는데, 전문 작가들이면 나와 사정이 똑같다. 이 공개 지식시장에서 전문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말과 글에 오류가 없게끔 공부하고 관찰하고 사색해야 한다”고 썼다.

그러면서 “근래에 익명의 악플러가 나와 관련한 가짜 정보를 만들어 퍼뜨렸다. 내 말과 글이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내용을 보니 중졸 정도 지적 수준에 있는 자가 인터넷 여기저기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이를 내버려뒀다. 토론할 가치도 없는 내용인데다 이름도 얼굴도 직업도 모르는 자와 전문 지식을 두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일부 언론이 이 익명의 악플러가 올린 가짜 정보를 마치 신뢰할 만한 것인 양 다루고 있다. 가짜 정보를 공식화하여 내 신뢰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실망하고 있다. 실명의 전문 작가가 공개된 지식시장에서 한 말과 글에 대해 익명의 악플러가 던진 가짜 정보를 근거로 하여 의심과 불신의 기사를 쓴다는 것이 어찌 가능하다는 말인가. 공개된 지식시장에 ‘똥물’을 끼얹는 짓”이라고 적었다.

처음에는 전체를 매도하다가 이제는 일부라고 축소해서 말하는 황교익. “기자는 쓰레기다”, “기자는 악플러다” 등으로 글을 써놓고 이제와서 언론 종사자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황교익이 시작했다. 애초 황교익은 방송을 보지 않은 채 한 칼럼니스트의 글만 가지고 생각을 적었다. 당연히 한 개인으로, 시청자로 의견을 게재할 수 있지만, 그가 음식프로그램에서 정보를 전달하는 패널이라는 점에서 방송을 먼저 보고 의견을 게재하는 것이 순서다. 그의 의견이 옳은 것이라도 말이다. 비평가가 아닌가. 방송을 보지도 않고 의견을 게재한 뒤에 그걸 관철시키기 위해 대다수 누리꾼이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귀닫고 입을 막으면서, 자신을 몰아가는 상황에는 불편함을 드러내는 과정은 옳지 않다. 먼저 오해가 있음을 인정하고 그런데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걸 문제 제기하는 게 비평가의 덕목이 아닐까. ‘골목식당’의 취지를 이해한다면 말이다.

시쳇말로 ‘황교익 사태’는 어쩌면 자신이 만든 과정일지 모른다. 누리꾼과 언론 대다수를 매도하기에는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음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다른 이들도 잘못을 인정할테니 말이다.

<다음은 3일 밤 황교익 SNS 전문>

나는 음식 전문 작가이다. 내 글과 말은 실명으로 공개된 상태에서 대중에게 전달된다. 방송과 신문, 잡지, 포털 등이 내 공개 무대이다. 내 말과 글은 따라서 내 전문 영역의 다른 작가와 연구자 등에게도 직접 전달이 된다. 공개된 지식시장에서 내 말과 글은 해당 전문 인력에 의해 수없이 검증을 받고 있는 것이다. 내 말과 글에 오류가 있으면 즉시 견제가 들어오게 되는데, 전문 작가들이면 나와 사정이 똑같다. 이 공개 지식시장에서 전문 작가로 살아남으려면 자신의 말과 글에 오류가 없게끔 공부하고 관찰하고 사색해야 한다.

불고기의 어원, 멸치육수의 이식, 한정식의 탄생 등등 한국음식문화와 관련한 말과 글을 나는 수도 없이 뱉었고 또 썼다. 내 말과 글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의견을 나눈 전문 작가와 연구자 들도 수없이 많다. 그들은 공개된 지식시장에서 내가 한 말과 글에 대해 오류를 지적한 적이 없다. 이 판이 호락호락하지 않아 허튼소리하면 금방 씹히고 뒤로 밀려난다. 그렇게 20년이 넘게 이 일을 하고 있다.

근래에 익명의 악플러가 나와 관련한 가짜 정보를 만들어 퍼뜨렸다. 내 말과 글이 오류투성이라는 것이다. 내용을 보니 중졸 정도 지적 수준에 있는 자가 인터넷 여기저기 떠도는 정보를 짜깁기한 것으로 보였다. 나는 이를 내버려두었다. 토론할 가치도 없는 내용인데다 이름도 얼굴도 직업도 모르는 자와 전문 지식을 두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제부터 일부 언론이 이 익명의 악플러가 올린 가짜 정보를 마치 신뢰할 만한 것인 양 다루고 있다. 가짜 정보를 공식화하여 내 신뢰에 흠집을 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런 일이 대한민국에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크게 놀라고 실망하고 있다. 실명의 전문 작가가 공개된 지식시장에서 한 말과 글에 대해 익명의 악플러가 던진 가짜 정보를 근거로 하여 의심과 불신의 기사를 쓴다는 것이 어찌 가능하다는 말인가. 공개된 지식시장에 똥물을 끼얹는 짓이다.

언론 종사자에게 당부한다. 익명의 악플러가 쓴 글은 기사로 다루지 마라. 그러는 순간 언론은 더 이상 언론이라 할 수 없다. 악플러일 뿐이다. 언론에서 익명으로 기사를 다루는 것은 취재원의 신분이 노출되면 취재원이 여러 불이익이 당할 수 있을 때뿐이다. 이도 기자가 익명 취재원의 신상을 확인한 상태였을 때에나 하는 것이다.

인터넷에 의도적으로 가짜 정보를 뿌리고 이를 다시 언론에 올리는 식으로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가짜뉴스’가 그런 것이다. 언론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기자는 악플러가 아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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