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인터뷰②] 류혜영 “‘응팔’ 후 쏟아진 사랑, 준비 안 돼 있었다”
시작하는 순간만큼 어려운 것이 멈춰야 할 때를 알고 단번에 멈추는 것이다. 소위 물이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지만 노 젓기를 멈추면 주변의 풍광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그럼에도 멈추는 데에는 시작하는 것만큼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최근 ‘은주의 방’으로 돌아온 류혜영에 대한 인상은 용감함과 독특함 그 사이다. ‘응답하라 1988’ 성보라 역으로 단번에 얼굴을 알리고 더 많은 매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대중의 예상과 달리 류혜영은 그 자리에서 과감하게 멈춰 버렸기 때문이다. 아니 속도를 늦춘 건가.
“‘응팔’ 이후에 성보라 캐릭터를 조금 더 이용하고 싶어 하는 작품들이 많아졌어요, 특별히 그런 이유 때문에 그런 건 아니었지만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제가 도전을 할 수 있는 역할이기를 바랬죠.”

이후 류혜영은 영화 ‘특별시민’ 이후 휴식기를 가졌다. 이번 ‘은주의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 드라마는 무려 2년을 쉬었다. 그가 더 몸집을 키우고 도약할 수 있던 시기를 놓아준 것일까.
“‘응팔’이라는 큰 작품을 하고 ‘특별시민’이라는 어려운 작품을 하고 나니까 제 스스로 갈 길을 잃어버렸어요. ‘난 부족한 존재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제가 누군지 알아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시간이 필요했던 거죠.”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순 없지만 류혜영이 그 때 멈추지 않았다면 이득을 봤으면 봤지 손해는 없었을 것이다. ‘응팔’ 직후 류혜영에 대한 관심은 분명히 그 정도였다.
“그 때 일을 계속 할 수도 있었겠죠. 그랬다면 잘하지도 못하고 행복하게 일도 못했을 것 같아요. 제가 느꼈던 신호들을 무시했다면 지쳐서 쓰러졌겠죠. 제가 행복하게 일해야 대중이 보기에도 더 좋아 보일 것 같았어요.”
즉, 류혜영은 ‘응팔’ 이후 쏟아진 관심을 감당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는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고 부담이 컸다.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준비가 부족했다”고 회상했다.
“제 자신을 알고 싶어서 쉬었다지만 아직도 그 해답을 찾고 있고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에요, 다만 쉬는 동안에 크게 깨달은 건 역시 각자 자기만의 시기가 있다는 말을 체감하게 된 거에요. ‘조급해 하지 마라’, ‘너의 시기가 언젠가는 온다’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그걸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됐죠. 저도 이제 언젠가 저의 날이 온다는 걸 믿고 이 길을 쭉 가보려고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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