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윤동주, 달을 쏘다.’ 신상언 “제가 ‘윤동주’라니 믿기지 않아요”

입력 2019-02-25 1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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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윤동주’ 역이라니 믿겨지지 않았어요.”

서울예술단 신인 단원인 신상언은 오디션에서 배역을 따냈다는 것이 실감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2년 전 연습단원으로 들어와 처음 올랐던 ‘윤동주, 달을 쏘다’를 하면서 그의 꿈은 ‘윤동주’를 연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정말 ‘윤동주 하고 싶다’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다”라며 “그런데 그 꿈이 이뤄져서 느낌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하고 싶었던 작품에서 하고 싶은 배역을 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고 귀한 일이죠. 결과가 만족스러웠다면 부담감은 그 이상인 것 같아요.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해요. 그런데 ‘왕관을 쓴 자, 무게를 견뎌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걱정과 부담은 남겨두고 제 할 일을 잘하자고 다짐하고 있어요. 멋지게 잘 해내고 싶은 욕심이 더 커요.”

‘윤동주’ 역을 하고 싶었던 이유는 배우로서 역할을 해내고 싶다는 욕심도 컸지만 인물을 향한 마음이 더 컸다. 캐스팅이 된 후에는 윤동주 문학관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는 “재작년에 작은 역할로 참여를 했는데 배우로서 느낀 점이 많았다. 나라가 억압된 상황에서 조용하지만 강단 있게 저항하는 인물의 인상이 컸다”라며 “나라면 저 시대에 어떻게 살았을지 생각했다. 나도 아마 시인과 닮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윤동주 문학관을 찾은 건 그와 살아왔던 인생을 가깝게 접근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느꼈던 것은 편안함과 차분함이었어요. 그 마음으로 시를 쓰셨겠다고 생각이 들었죠. 가장 쉽지 않았던 것은 그 시대를 이해하는 것이었어요. 평전과 영화 등을 보면서 어느 정도 감으로 익히긴 했지만 그것을 연기로 접목시키고 캐릭터에 접근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았죠. 계속해서 사회적인 배경을 인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다. 모든 단원들이 이 작품을 좋아하고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신인 신상언에게 부담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터. 게다가 전 단원이자 배우 박영수의 대표적인 필모그래피이기에 관객들이 새로운 윤동주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관객들이 이 작품에서 기대하시는 바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나는 나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관객들이 새로운 윤동주를 만나게 해드리고 싶다. 두 사람의 윤동주, 그리고 페어별로 소소한 변화가 관객들이 색다르게 느껴지실 것이다”라고 말했다.

“함께 하는 배우들이 있어서 더 하고자 하는 의욕이 생겨요. 또 저처럼 새롭게 역을 맡은 강상준, 김용한 형들이 제게 채찍과 당근 역할을 제대로 해주고 있어요. 너무 든든한 존재들이죠. 박영수 형 역시 많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저는 빨리 익혀야 하는 입장이라 습득하느라 질문을 많이 못하고 있는데 영수 선배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조언도 해주시죠. 너무 감사해요.”

그에게 ‘윤동주, 달을 쏘다’를 마치면 어떤 기분일지 물어보니 “아직 상상이 되지 않는다”라며 “아쉬움이 가장 크지 않을까. 아무래도 처음이니 다양하게 접근해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가장 클 것 같다”라며 “일단 공연을 무사히 마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신상언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는 언제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을까. 신상언은 처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첫 번째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5살부터 피아노를 쳤던 그는 경제적인 이유로 꿈을 접어야 했다. 그러던 중 중학교에서 특별활동을 골라야 했고 연극 반을 택했다.

“연기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조금씩 재미를 느꼈어요. 마음 한 켠엔 피아니스트의 꿈을 접을 수가 없더라고요. 연기와 음악을 다 할 수 있는 것을 찾기 시작했죠. 그러면서 연극 반 선생님께서 제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연기를 가르쳐 주셨고 청소년 연극제도 나가게 됐어요. 그러면서 연기로 입시까지 준비하게 됐죠.”

대학로에서 활동한 그는 김용한을 통해 서울예술단을 알게 됐고 2017년 연습단원으로 들어왔다. 1년 뒤 정식단원이 됐고 올해 2년차가 됐다. 그가 서울예술단을 선택한 것은 창작 작품을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적인 것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론 라이선스 뮤지컬이나 서양이야기도 좋아한다. 하지만 서울예술단의 작품들이 더 끌렸던 이유는 어떤 이야기든 우리가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막내로서 생활을 묻자 “막내로서 부담감은 있지만 든든한 후배로 있고자 한다”라며 “듬직하고 제 몫을 다하는 단원이 되고 싶다”라며 “배우로서 소원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줄여나가는 것이다. 또 잠재적인 능력을 끌어내 색다른 역으로 꾸준히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어떤 위치에 있더라도 제 역할을 잘 해내는 사람이고 싶어요. 배우로서 지향하는 점이 있다면 사람들이 제 연기를 보고 치유가 되는 것이에요. 그것이 제 우선순위입니다. 연기를 가르쳐주셨던 선생님께서 배우는 단순히 무대 위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의 마음을 연기의 희로애락으로 치유해줘야 한다고 하셨어요. 사람들의 마음을 만질 수 있는 배우가 되라고 알려주셨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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