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연정훈 “착한 역할=고구마? 힐링 되지 않나요”

입력 2019-03-15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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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연정훈 “착한 역할=고구마? 힐링 되지 않나요”

시간이 흘러 강산이 변화하듯 배우의 연기도 변한다. 때로는 깊이를 보여주기도 하고 폭 넒은 캐릭터 소화력을 보여주며 배우라는 이름값을 보여준다. 그러나 연기는 강산이 변하듯 저절로 깊어지거나 넓어지지 않는다. 모두 스스로 계속 쌓아가는 경험치 때문이다. 연정훈의 배우 타이틀도 그렇게 빛을 발했다.

“‘내사랑 치유기’는 굉장히 긴 호흡의 드라마였어요. 이 정도의 작품을 찍고 나면 시원섭섭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제겐 너무 즐거웠던 작업이었고 헤어지는 것이 아쉽기만 한 작품이었어요. 저희가 할 수 있는 한에서 모든 것을 전달한 작품이죠.”

연정훈은 MBC 주말드라마 ‘내사랑 치유기’에서 임치유(소유진)를 뒤에서 지켜주는 최진유 역을 맡았다. 극중 키다리 아저씨에서 피가 섞이지 않은 남매임을 알게 되기까지 이들의 러브라인은 시청자들에게 궁금증을 남긴채 일종의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이 결말은 원래 시놉시스의 결말 그대로였어요. 저도 보면서 진유와 치유가 이 손을 잡게 되면 어떤 후폭풍이 불게 될지 걱정했죠. 앞으로 어떻게 견뎌낼지 그래서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래서 더 이 작품이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이처럼 시청자들 사이에서 말이 나온 엔딩과는 별개로, 연정훈은 이 작품을 통해 아직 멜로에서도 통하는 배우라는 걸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함께 연기한 소유진은 그를 ‘멜로장인’으로 치켜세울 정도.

“제가 보기엔 소유진 씨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늘 본인이 ‘오글거린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표현력이 좋은 배우인데 자기가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요. 드라마 안에서 제가 소유진 씨 다리에 반창고를 붙이는 부분에서 자꾸 움찔거리더라고요. 아마 그 때 제가 이렇게 해보자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 말을 한 것 같아요.”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역시 연정훈은 멜로연기에 특화된 장점을 보여준다. 그러나 멜로 연기 역시 연기의 일부, 부드러운 외모와 말투, 따뜻한 눈빛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제 결혼도 하고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의 멜로 연기는 분명히 달랐죠. 예전에 멋 모르고 했던 그 때와는 다른 깊이가 생겼다 정도의 차이인 것 같아요. ‘내 사랑 치유기’에서는 그런 선들을 지키면서 연기했어요. 치유와 진유의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기존 주말극의 느낌을 탈피해보고 싶었어요.”

소위 ‘주말극=막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된 요즘이다. ‘내사랑 치유기’가 일부 자극적인 요소들에도 불구하고 착한 가족극으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은 데는 키다리 아저씨인 동시에 고구마 같은 답답함을 아낌없이 전한 연정훈의 공이 컸다.

“출연 결정 전에 감독님, 작가님과 많은 미팅을 했어요. 이전 작품도 주말 드라마여서 부담감이 있었거든요. 그 때 해주신 말씀이 예전 모습처럼 밝고 스마트한 모습을 담고 싶다는 거였죠. 비록 주말극 안에서 이런 역할을 두고 ‘고구마 같다’고들 하시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역을 하면서 저도 힐링 받고 사람들에게도 힐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연정훈은 그동안 부드럽고 선한 이미지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왔다. 악역은 물론 인간이 아닌 뱀파이어까지 연기한 그다. 그래서 이번 ‘내사랑 치유기’의 최진유가 더 빛을 낼 수 있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제가 부족한 걸 알고 있으니 그걸 채우려고 했던거죠, 한 작품에서 히트를 치는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중을 위해 연기의 폭을 늘려보고 싶었어요. 이제 저에게 선한 역 뿐만 아니라 악한 역할도 제안해 주시는 상황이 되어서 정말 감사해요.”

연정훈의 말대로 이제 그는 소위 믿고 쓸 수 있고, 시청자 입장에선 믿고 보는 배우가 됐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해야 할 숙제가 많다”고 말한다.

“그동안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로서 시스템의 변화를 직접 봐 왔어요. 테이프 시대를 지나 디지털로 넘어오고 화질도 점점 좋아지고요. 그래서 이런 시스템을 이해하고 적응하는 데는 베테랑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연기자로서 제 위치를 생각하면 많이 부족해요. 오히려 절 보는 후배들이 생겨서 더 긴장을 하죠. 테크닉으로야 선수가 됐을지 몰라고 감정적으로는 아직 해야 할 숙제가 많아요.”

사진=몽필리에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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