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유성의 시작점은 사실 개그맨이 아닌 정극 배우였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고 우연히 방송 원고를 쓰면서 연예계 생활을 시작했다. 전유성은 개그맨 활동과 더불어 공연 연출, 작가, 극단 운영, 저서 집필 등 다방면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도전해왔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곧 전유성의 ‘길’이었다.
“한 뿌리의 다른 가지라고 생각해요. 제가 해온 것들은 여러 종류지만 모두 같은 뿌리의 가지들이죠. 남들이 안 하는 것을 해볼 때의 즐거움이 있어요. 기획의 즐거움, 그게 제일 큰 것 같아요.”
“선배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신봉선 황현희 박휘순 김민경 김대범 조세호 등 방송국에 가서 스타가 된 친구들이 꽤 많죠. 스타가 되기 전이었지 다들 끼가 있는 친구들이었어요. 내가 발굴했다기보다 그런 가능성이 있는 친구들이 온 거고 제가 먼저 봤을 뿐이죠. 단순히 기회의 장을 열어준 거고요. 매니지먼트는 못하겠더라고요. 제가 잘 하지도 못하고요. 후배들이 얼마나 고생해서 버는지 다 아는데 선배인 제가 그들의 수입을 몇 퍼센트 떼어서 가진다는 건 스스로 용납할 수 없었어요.”
“시대가 바뀌면서 흐름도 바뀌어가는 거죠. 새로운 무대가 생겨나지만 ‘웃음을 준다’는 건 똑같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든 팟캐스트든 개그맨들은 언제 어디서나 지금도 ‘웃기는 일’을 다 하고 있잖아요. 무대가 다를 뿐이죠.”
“데뷔한 지 50년이나 된지 몰랐어요. 나도 놀랐죠. 저는 처음에 할 생각이 없었는데 후배들이 공연을 하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저는 집안 정리도 잘 안 하는 사람인데 끌려서 하게 됐네요. 하하. ‘설마’하고 태국 여행을 떠났는데 다녀왔더니 추진을 다 해놨더라고요. 후배들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덕분에 하게 됐습니다. 정말 고맙게 생각해요. 무대에 서도 연기를 못해서 늘 받쳐주는 역할만 했는데 제가 스탠딩코미디라니. 너무 떨리네요.”
전유성의 공연에는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함께한다. 이홍렬 전영록 이영자 임하룡 최양락 등 든든한 후배들이 함께 무대를 장식할 예정이다. “길치였고 박치였고 또한 삶치였다”며 “때로는 틀린 길을 가기도 했고 후회가 남는 순간도 많았다”는 전유성. 하지만 그의 곁에 남은 사람들과 그가 남긴 행보들을 볼 때 전유성의 50년은 값진 시간이지 않았을까.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