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고·유튜브서 역대급 존재감…‘중견배우’ 김영철이 다시 뜨는 이유
‘모욕감을 줬어’ ‘누가 기침소리를…’
수십년전 명대사들 SNS서 재생산
재미로 승화시킨 팬들에 한수 배웠죠
한쪽 눈을 가린 ‘태조왕건’의 궁예는 “누구인가,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어?!”라며 신하들을 다그친다. 그리고 ‘야인시대’의 김두한은 ‘무대뽀’ 정신으로 “오케이! 사 딸라(4달러)!”라고 외치며 임금 협상에 성공한다. 또 ‘달콤한 인생’ 강 사장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길게는 19년, 짧으면 14년 전 각 작품 속 김영철(66)의 대사들이다.
이 명대사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유튜브와 각종 광고 등을 통해 ‘재생산’되며 온오프라인에서 ‘인싸템’으로 통한다.
배우 김영철은 몰라도 ‘사 딸라 아저씨’는 안다는 그 열풍의 주역을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만났다. 그는 “시대의 흐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허허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철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를 움찔하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과 어조가 돋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다. 근엄하고 위압적인 모습이 최근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지난해 7월 파일럿으로 선보이고 11월 정규 편성된 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출연하면서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이 어느새 그를 대표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렇게 회자될지 누가 알았겠나. 하하! 작가님들이 써준 대로 저 나름 연구해서 표현했는데 어린 친구들까지 좋아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재미로 승화시키는 젊은이들의 기발함에 놀랄 뿐이다. 좋은 의미로 활용해 웃음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김영철은 길에서 자신을 본 시민들의 외침은 “궁예다!”와 “사 딸라 아저씨다!” 그리고 “‘동네 한 바퀴’”로 나뉜다고 했다. 여전히 드라마 속 모습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더 많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감사하다고 거듭 표했다.
“화면 속에서나 연기자이지, 밖에서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그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삶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고 공감한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제가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고 머쓱해 했다.
김영철은 매주 목요일이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동네 기행”을 떠난다. 서울·경기·인천·포항·목포·군산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화·수요일은 목요일 촬영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을 축적하는 데 집중하는 날이다. “좋아하던 술은 아주 적게” 마시고 “등산”으로 체력 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온종일 걷는 건 힘들지 않다. 걷다가 힘들면 멈추면 되니깐.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보통 에너지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항상 긴장해야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상대 기분 나쁘지 않게 정리해야하는 등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 같아도 뇌는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하하! 말재주 없는 제가 짜여진 틀 안에서 하다 열린 공간으로 나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영철은 “부족한 게 많은 ‘놈’인데 가는 곳마다 반갑게 맞아준다”며 “TV 속 이미지가 좋게 ‘포장’되어 예전처럼 편하게 걸어 다니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좋으면 좋은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솔직한 감정으로 방송에 임하고 싶다”고 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모욕감을 줬어’ ‘누가 기침소리를…’
수십년전 명대사들 SNS서 재생산
재미로 승화시킨 팬들에 한수 배웠죠
한쪽 눈을 가린 ‘태조왕건’의 궁예는 “누구인가, 누가 기침소리를 내었어?!”라며 신하들을 다그친다. 그리고 ‘야인시대’의 김두한은 ‘무대뽀’ 정신으로 “오케이! 사 딸라(4달러)!”라고 외치며 임금 협상에 성공한다. 또 ‘달콤한 인생’ 강 사장은 “넌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라고 나지막이 말한다. 길게는 19년, 짧으면 14년 전 각 작품 속 김영철(66)의 대사들이다.
이 명대사들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유튜브와 각종 광고 등을 통해 ‘재생산’되며 온오프라인에서 ‘인싸템’으로 통한다.
배우 김영철은 몰라도 ‘사 딸라 아저씨’는 안다는 그 열풍의 주역을 2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서 만났다. 그는 “시대의 흐름은 알다가도 모르겠다”며 허허 웃는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철의 가장 큰 매력은 상대를 움찔하게 만드는 강렬한 눈빛과 어조가 돋보이는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다. 근엄하고 위압적인 모습이 최근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지난해 7월 파일럿으로 선보이고 11월 정규 편성된 KBS 1TV ‘김영철의 동네 한 바퀴’에 출연하면서 친근하고 푸근한 인상이 어느새 그를 대표하고 있다.
“오랜 세월이 흘러 이렇게 회자될지 누가 알았겠나. 하하! 작가님들이 써준 대로 저 나름 연구해서 표현했는데 어린 친구들까지 좋아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재미로 승화시키는 젊은이들의 기발함에 놀랄 뿐이다. 좋은 의미로 활용해 웃음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
사실 김영철은 처음부터 패러디 광고 등을 동의하지는 않았다. “희화화”되는 자신의 모습이 자칫 원작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망설였지만, 남녀노소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 마음이 놓인다. 또 ‘선배’로서 최근 후배들이 잇달아 사건사고를 일으켜 흉흉해진 분위기와 연예인을 향한 대중의 불신이 조금이나마 정화되고 희석되길 바라고 있다.
김영철은 길에서 자신을 본 시민들의 외침은 “궁예다!”와 “사 딸라 아저씨다!” 그리고 “‘동네 한 바퀴’”로 나뉜다고 했다. 여전히 드라마 속 모습을 기억해주는 팬들이 더 많지만,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감사하다고 거듭 표했다.
“화면 속에서나 연기자이지, 밖에서는 평범한 시민”이라는 그는 “다양한 시민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 삶을 들여다보며 어루만지고 공감한다”며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분들에게 힘을 드리고 싶은데 오히려 제가 위로와 응원을 받는다”고 머쓱해 했다.
김영철은 매주 목요일이면 사람들의 이야기가 피어나는 “동네 기행”을 떠난다. 서울·경기·인천·포항·목포·군산 등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화·수요일은 목요일 촬영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체력을 축적하는 데 집중하는 날이다. “좋아하던 술은 아주 적게” 마시고 “등산”으로 체력 관리에 힘을 쓰고 있다.
“온종일 걷는 건 힘들지 않다. 걷다가 힘들면 멈추면 되니깐. 하지만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건 보통 에너지로는 부족하다. 상대가 어떤 이야기를 할지 항상 긴장해야하고, 재미없는 이야기는 상대 기분 나쁘지 않게 정리해야하는 등 편안하게 대화하는 것 같아도 뇌는 쉴 새 없이 돌고 있다. 하하! 말재주 없는 제가 짜여진 틀 안에서 하다 열린 공간으로 나오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김영철은 “부족한 게 많은 ‘놈’인데 가는 곳마다 반갑게 맞아준다”며 “TV 속 이미지가 좋게 ‘포장’되어 예전처럼 편하게 걸어 다니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좋으면 좋은 대로 화나면 화나는 대로 솔직한 감정으로 방송에 임하고 싶다”고 했다.
● 김영철
▲ 1953년 2월25일생 ▲ 1973년 민예극단 입단 ▲ 1977년 동양방송(TBC) 공채 18기 탤런트 ▲ 1987년 KBS 1TV ‘토지’·연기대상 우수연기상 ▲ 1991년 KBS 1TV ‘왕도’·연기대상 최우수연기상 ▲ 2000년 KBS 1TV ‘태조왕건’·연기대상 대상·한국방송대상 탤런트상 ▲ 2003년 SBS ‘야인시대’·연기대상 연속극부문 우수연기상 ▲ 2008년 ‘마이 파더’·춘사영화제 남우조연상 ▲ 2012년 KBS 1TV ‘별도 달도 따줄게’·연기대상 일일극부문 우수연기상 ▲ 2017년 KBS 2TV ‘아버지가 이상해’·연기대상 대상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