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기생충’ 봉준호 “교수 집안 아들, 살인해야 ‘살인의 추억’ 찍나요?”
프로필만 보면, 봉준호 감독에게선 흔히 말하는 금수저, 엄친아의 향기가 난다. ‘그런 사람’이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그에 따른 사회 구조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궁금했다. 특히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표 자본주의 시리즈의 정점이라 할 만큼 노골적으로 빈부격차의 민낯을 그렸다.
봉준호 감독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만드는 것이 창작자가 할 일이다. 내가 살인을 하지 않고 [살인의 추억]을 찍었듯이”라고 말했다.
“저는 교수 집안 아들이에요. 기택(송강호 분)과 박사장(이선균 분) 중간 정도의 집안이죠. 친구, 친척 중에는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다양하게 있어요. 제가 보고 느끼고 상상한 영역이 있을 테죠. 자료 조사만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은 예를 들면, 기우(최우식 분)가 영화 초반에 부잣집에 과외를 하러 가거든요. 두 달 만에 잘렸지만 저도 부잣집 과외를 해본 적이 있어요. 아, 물론 저는 남자 중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 집이 복층 빌라였는데 90년대 초, 집에 사우나가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철문이 열리는 것도 신기했고요.”
빈부격차를 다룬 [설국열차]와의 비교를 묻는 질문에는 ‘더 현실적이다’라고 [기생충]을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2013년 [설국열차]를 찍고 서울에서 후반작업을 할 때 [기생충] 작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두 작품에 녹아든 봉준호 감독의 감성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기택이 눈을 가리고 ‘노 플랜(NO PLAN)’을 말하는 부분, 기우가 맞이한 결말 부분도 SF 장르인 [설국열차]보다 더 현실적인 슬픔을 직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목이 [기생충]이 아닌 [데칼코마니]였어요. 양쪽 모두 4인 두 가족이 대칭을 이루고 뒤섞이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의미죠. 가난한 가족의 시점이 중심에 자리하면서 제목을 [기생충]으로 바꿨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렇다고 ‘기생충’이 기택 가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부잣집이 ‘기생충’일 수도 있죠.”
이어 “갑질을 하고 살이 찐 일반적인 부자가 아닌 미묘한 부자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선균, 조여정이 잘 표현해줄 것이라 믿었다”며 “‘지하철 타는 냄새’ 같은 대사를 공적인 자리에서 하면 큰일 난다. 하지만 영화의 90%가 사적인 집을 배경으로 한다. 타인의 또는 다른 계층의 사생활을 현미경으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기생충]이 지닌 아슬아슬한 영화적 위험성을 언급했다.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 관객들 역시 각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기에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어떤 사람들은 덤덤하게 보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냥 재미있게 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지인들이 보내주는 문자로 반응을 보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글이 길더라. 공통된 의견은 ‘여운, 잔상이 오래간다’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도 내 영화를 좋아해준다”라고 각양각색 반응을 반겼다.
영화를 통해선 구현 가능한 장르적 재미를 최대로 느낄 수 있다. ‘시대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에 적절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칸 황금종려상 수상의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될 정도다. 봉준호 감독은 “나는 장르 영화감독이고, [기생충]에는 대중적인 내러티브가 섞여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에 없는 장르는 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영화를 가장 싫어한다.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하지 않나. 화끈거려서 못 견디겠다”는 말로 [기생충]에 다양한 장르가 혼합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장르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려는 사람이고요. 일부러 대중성과 저울질해서 영화를 만들진 않습니다. 하던 대로 한 것이에요.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고 하면, 관객들은 경험적으로 ‘난해할 것’이라는 반응을 하죠. 하지만 영화 [피아노]의 경우를 보면 수상을 했지만 대중적이잖아요. [기생충]이 그런 영화로 분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프로필만 보면, 봉준호 감독에게선 흔히 말하는 금수저, 엄친아의 향기가 난다. ‘그런 사람’이 [설국열차](2013) [옥자](2017) [기생충](2019)에 이르기까지 자본과 그에 따른 사회 구조 문제를 어떤 관점으로 보는지 궁금했다. 특히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표 자본주의 시리즈의 정점이라 할 만큼 노골적으로 빈부격차의 민낯을 그렸다.
봉준호 감독은 “약자들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경험하지 않은 것을 경험한 것처럼 만드는 것이 창작자가 할 일이다. 내가 살인을 하지 않고 [살인의 추억]을 찍었듯이”라고 말했다.
“저는 교수 집안 아들이에요. 기택(송강호 분)과 박사장(이선균 분) 중간 정도의 집안이죠. 친구, 친척 중에는 가난한 사람부터 부자까지 다양하게 있어요. 제가 보고 느끼고 상상한 영역이 있을 테죠. 자료 조사만으로 시나리오를 쓰는 것은 아니니까요. 작은 예를 들면, 기우(최우식 분)가 영화 초반에 부잣집에 과외를 하러 가거든요. 두 달 만에 잘렸지만 저도 부잣집 과외를 해본 적이 있어요. 아, 물론 저는 남자 중학생을 가르쳤습니다. 그 집이 복층 빌라였는데 90년대 초, 집에 사우나가 있는 것에 충격을 받았어요. 철문이 열리는 것도 신기했고요.”
빈부격차를 다룬 [설국열차]와의 비교를 묻는 질문에는 ‘더 현실적이다’라고 [기생충]을 소개했다. 봉준호 감독에 따르면 2013년 [설국열차]를 찍고 서울에서 후반작업을 할 때 [기생충] 작업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두 작품에 녹아든 봉준호 감독의 감성이 비슷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기택이 눈을 가리고 ‘노 플랜(NO PLAN)’을 말하는 부분, 기우가 맞이한 결말 부분도 SF 장르인 [설국열차]보다 더 현실적인 슬픔을 직시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제목이 [기생충]이 아닌 [데칼코마니]였어요. 양쪽 모두 4인 두 가족이 대칭을 이루고 뒤섞이면서 이상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의미죠. 가난한 가족의 시점이 중심에 자리하면서 제목을 [기생충]으로 바꿨어요. 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그렇다고 ‘기생충’이 기택 가족만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노동의 관점에서 보면 부잣집이 ‘기생충’일 수도 있죠.”
이어 “갑질을 하고 살이 찐 일반적인 부자가 아닌 미묘한 부자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선균, 조여정이 잘 표현해줄 것이라 믿었다”며 “‘지하철 타는 냄새’ 같은 대사를 공적인 자리에서 하면 큰일 난다. 하지만 영화의 90%가 사적인 집을 배경으로 한다. 타인의 또는 다른 계층의 사생활을 현미경으로 보여주는 셈”이라고 [기생충]이 지닌 아슬아슬한 영화적 위험성을 언급했다.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들, 관객들 역시 각자의 입장에서 영화를 보기에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어떤 사람들은 덤덤하게 보지만, 어떤 사람들은 마냥 재미있게 보고, 또 어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린다. 관련해 봉준호 감독은 “지인들이 보내주는 문자로 반응을 보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글이 길더라. 공통된 의견은 ‘여운, 잔상이 오래간다’ ‘정서적으로 상처를 입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도 내 영화를 좋아해준다”라고 각양각색 반응을 반겼다.
영화를 통해선 구현 가능한 장르적 재미를 최대로 느낄 수 있다. ‘시대의 이야기를 다양한 장르에 적절하게 녹여냈다’는 점이 칸 황금종려상 수상의 가장 큰 이유로 분석될 정도다. 봉준호 감독은 “나는 장르 영화감독이고, [기생충]에는 대중적인 내러티브가 섞여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에 없는 장르는 뮤지컬이다.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영화를 가장 싫어한다.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하지 않나. 화끈거려서 못 견디겠다”는 말로 [기생충]에 다양한 장르가 혼합해 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냈다.
“장르의 아름다움을 찬양하려는 사람이고요. 일부러 대중성과 저울질해서 영화를 만들진 않습니다. 하던 대로 한 것이에요. 칸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고 하면, 관객들은 경험적으로 ‘난해할 것’이라는 반응을 하죠. 하지만 영화 [피아노]의 경우를 보면 수상을 했지만 대중적이잖아요. [기생충]이 그런 영화로 분류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