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기생충’ 최우식 “분량 말고! 역할 제안받고 놀라, 자신감↑”

입력 2019-06-06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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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기생충’ 최우식 “분량 말고! 역할 제안받고 놀라, 자신감↑”

배우 최우식이 시작한 영화 ‘기생충’의 분량 전쟁이 여전히 그를 괴롭히고(?) 있다. 앞서 최우식은 제작보고회에서 “이번에는 비중이 큰 역할로 칸에 간다. 떨린다. 지금도 긴장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해 선배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했었다. 오죽하면 관객들 중에도 ‘최우식 분량 보러 갑니다’라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인터뷰에서도 ‘분량’ 이야기가 나오자, 최우식은 녹취 중인 기자의 휴대전화를 붙잡고 “분량 말고!! 기자님 분량 말고요!!”라고 소리를 치며 확실하게 선을 그어 웃음을 줬다.

“분량 말고~ 제 역할을 확인하고는 놀랐어요. ‘내가 화자라니!’ 저는 기우 역할이라고만 듣고 어떤 인물인지는 구체적으로 몰랐었거든요. 시나리오를 보니까 제가 화자인 거예요. ‘아버지가 송강호고, 봉준호 감독 영화의 화자로서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을까’ 정말 많은 생각이 들었었죠. 그래서 ‘기생충’은 저에게 도전이었어요. 화자의 입장이기에 감정적인 선을 잘 유지해야했거든요. 새로운 경험이었죠.”


최우식이 직접 부른 ‘소주 한 잔’이 엔딩크레딧과 어우러져 영화에 대한 여운을 증폭시킨다. 최우식은 에필로그처럼 마지막까지 기우의 마음을 관객들에게 전달하고 싶었고, 기우의 감정으로 노래를 불렀다.

“에이~ 차트인을 하기보다는 저희끼리 노래방에서 많이 불러서 감독님이 저작권협회에 등록하기 위해 낸 18만원을 메우려고요. 최우식의 ‘소주 한 잔’이었다면 못 불렀을 텐데 저는 기우가 부르는 것처럼 연기를 한 것이에요. 시사회에서 제 노래가 흘러나오니까 부끄럽고 숨고 싶었지만, 기우의 마음을 전달할 수 있었잖아요. 그래서 노래를 듣고 기분이 좋았어요. 감독님이 관객들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죠.”

최우식은 “다양한 역할들이 엮여서 감정들도 휘몰아치니까 재미있었다. 기우를 연기하는 것이 즐거웠고 촬영 현장도 즐거웠다”며 “무엇보다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어서 연기자로서 좋은 기회였다”고 캐릭터의 매력으로 ‘얼굴’을 꼽았다.



“얼굴 색깔이 다양한 인물이에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는 마냥 밝은 노란색이었다가 연교 사모님(조여정 분)을 만났을 때는 콘크리트처럼 회색빛을 보이는 인물이요. 기우를 통해서 저 스스로도 처음보는 저의 얼굴이 있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체육관에서의 얼굴과 결말 부분의 얼굴을 좋아합니다. (웃음) 같은 작업이라도 봉준호 감독, 송강호와 함께 하니 새롭게 연기하게 되더라고요.”


최우식의 얼굴과 관련해, 이전에는 순수한 이미지를 바탕으로한 남친짤(다른 사람이 볼 때 남자 친구라고 오해해서 생각할 법한 훈훈한 남자연예인의 사진)의 대표주자였다. 그러나 연차가 쌓이면서 다양한 이미지를 만들어 갔고, 급기야 봉준호 감독에게선 ‘안쓰러운 얼굴’이라는 평가까지 들었다.

최우식은 “감독님이 나의 안쓰러움을 잘 파악했다. 선택받아서 영광이다. 빈약하고 꼬질한 이미지가 없었다면 ‘기생충’에 출연할 수 없었을 텐데, 안쓰러워 보이는 나에게 고맙다”며 “예전에는 순수한 이미지에 대해 ‘나는 순수하지 않다’고 답을 했었다. 그 말이 정말 이상하더라. 다양한 이미지에 도전하는 시기라 다행이다”라고 자신을 둘러싼 이미지에 대해 설명했다.

“일부러 이미지 메이킹을 하진 않아요. 운 좋게도 지금 새로운 이미지에 도전하는 시기라서 다행이죠. ‘마녀’(2018)에서는 샤워 많이 하는 사람처럼 생겼는데, ‘기생충’에서는 편안하게 등장해요. ‘기생충’ 덕분에 연기적으로나 인간적으로나 정말 많이 성장했고요. 스스로 얻은 것이 많아요. 거듭 말하지만, 저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드릴 수 있었다는 점이요.”

영화 속 기택(송강호 분)처럼 따로 계획을 짜서 살진 않는다. 최우식은 “원래는 계획적으로 사는 편이었는데 배우 일을 하면서부터는 그런 성향이 흐려졌다. 이 직업 자체가 어떻게 될지 모르고, 기대만큼 잘 안 될 때도 있기 때문”이라며 “상처를 덜 받기 위해 자기방어 식으로, 물 흐르듯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계획하지 않은 덕에 ‘기생충’을 통해 일어난 많은 경사가 최우식에게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기대하지 못한 기쁨이죠. 이미 황금종려상 수상이라는 결과가 나왔지만, 생각하지도 못했었거든요. 또 생각지도 못하게 ‘옥자’ 이후로 봉준호 감독에게서 두 번째 콜을 받았고요. 놀라움의 연속이에요. ‘기생충’이 기우 인생의 일부분을 보여주듯이, 저 역시 마찬가지죠. 감독님에게 처음 연락을 받고, 이 영화 홍보가 마무리될때까지 기억에 정말 많이 남을 거예요.”


영화 개봉 전 얻은 ‘최분량’이라는 별명이 영화 개봉 후에는 ‘최만개’로 바뀔 정도로 최우식은 호평받고 있다. 그는 “기세가 없는 편이라 큰 힘이 되는 말”이라며 “적어도 내가 좋은 궤도를 걷고 있다는 것을 확인 받아 의욕이 생긴다”고 영화 속 기우의 대사를 인용해 자신감을 나타냈다.

“‘기생충’을 통해 모든 면에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사람 자체가 기세가 없다보니 ‘거인’으로 청룡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들뜨기 보다는 자신감이 저기 아래에 있었거든요. 이번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함께 했다는 것 자체로 저는 감독님에게 어느 정도 답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내가 갈 길을 잘 가고 있구나’ 영화가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과 별개로 다음 작품도 과정을 즐길 줄 아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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