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세영의 어쩌다] ‘아스달 연대기’ 해외 호평? 정신승리도 정도껏

입력 2019-06-13 16: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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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달 연대기’ 해외 호평? 정신승리도 정도껏

상상도 못한 ‘자평’이다. tvN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김원석)가 연일 쏟아지는 비판과 혹평을 외면한 채 다른 말을 한다.

최근 ‘아스달 연대기’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과 KPJ는 해외 반응을 ‘긁어모은’ 자료를 내놨다. ‘아스달 연대기’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통했다는 식의 내용이다. 해외에서도 작품에 대한 호의적인 반응만 골라 담았다. 이를 두고 국내 커뮤니티에서는 조롱이 쏟아진다. 영화 ‘베테랑’ 명대사로 꼽히는 ‘어이가 없네’부터 제작비 540억 원 ‘슈킹’(중간에 돈을 가로챘다는 의미)설까지 다양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제작진은 ‘아무말 대잔치’로 일관한다. 정작 챙겨야 할 완성도는 신경 쓰지 않은 채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서 놀랍다”고 말한다. 현재 4회까지 방영된 ‘아스달 연대기’에 차고 넘치는 허술함을 메우기는커녕 정신이 다른 곳에 팔렸다.

상고시대를 배경으로 한 판타지물인 ‘아스달 연대기’는 시대상을 전혀 반영하지 않는다. 배우들 연기부터 소품·대사까지 제각각이다. 일관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배우들의 경우, 누군가는 ‘톤 업’이고 누군가는 꾸준히 ‘톤 다운’이다. 같은 공간에서 대사를 주고 받지만, ‘텐션’의 일관성은 없다. 대사 처리방식도 문제다. 현대적인 어투를 쓰는 이가 있는 반면 조선시대 사극에서나 쓸 법한 톤은 ‘너는 너, 나는 나’ 식이다. 상고시대를 어디서 고증하고 판타지물로 대입했는지 이해할 수 없는 지점이다.

소품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디테일이랍시고 옥돌로 된 목걸이를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누군가는 현대적인 세공기술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차고 등장한다. 그것이 PPL인지 단순한 소품인지 헷갈릴 정도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만 없을 뿐, 현대적인 감각이 면면에서 느껴지는데 이걸 그냥 ‘판타지’라는 틀로 치부하고 넘어가도 될 문제인지 모호한 곳이 한 두곳이 아니다.

그런데도 제작진과 제작사는 7%대의 높은 시청률이라고 좋아한다. 무려 540억 원을 쏟아붓고 내놓은 성적인데도 말이다. 더욱이 쓴 돈에 비해 시청자들 반응은 연일 싸늘한데,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정신 승리’의 세계로 빠져들고 있다. 덕분에 주가도 지쳤는지 뛰어오르지 못하고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달 초 9만 원선까지 유지하던 기조는 사라진지 오래다. 6만 원대로 떨어지지 않으면 다행인 수준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파트1을 2회 분량 남겨둔 상황에서 곧바로 파트2가 시청자를 찾는다. 파트3 편성은 미정이다. 갈길이 먼데 ‘아스달 연대기’는 자화자찬에 바쁘다. 덕분에 투자자는 속터지고, 주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기대를 접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신차리지 않으면 ‘망스달’이라는 타이틀은 곧 수식어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한 방송관계자는 “‘아스달 연대기’ 문제는 제작진에게 가장 크게 있다. 제작사의 오만과 오판도 문제지만, 상황 수습도 못한 채 일만 벌려 놓은 제작진의 방만한 태도가 작품을 수렁에 빠트리고 있다”며 “이제라도 정신차리고 작품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외부 반응을 신경쓸 것이 아니라 작품이 편집본까지 완성도 높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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