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②] ‘비스트’ 유재명 “연기 변화 고민할 시점, 아내=냉정한 작업자”
배우 유재명이 올해 tvN 드라마 ‘자백’, 영화 ‘비스트’를 통해 연달아 주인공으로 대중을 만난다. 그는 “연기적으로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노력해야하는 시점이죠. 물론 주연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주어진 분량만 소화하고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떨리더라도 해내야하는 자리잖아요. 캐릭터를 통해 비워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새롭게 채워 넣어야 하는데 갈수록 환기가 잘 되지 않네요. 취미를 가져보려고 고민 중이에요. 캠핑 장비를 사놓고 1년째 보고만 있습니다. (웃음) 비록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래도 스트레스가 없다면 삶의 동력도 없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야 하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유재명 역시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모든 작품에는 미학이 있다. 그래서 잘 해내고 싶다”고 재차 다짐했다.
기자에게는 병원 센터장, 검사 등 엘리트 캐릭터를 연기한 기억이 강렬하게 자리해 있다. 유재명은 “특별히 선호하는 캐릭터는 없다. 주어진 것을 소화할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JTBC 단막극 ‘탁구공’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다양한 인물을 거칠 때마다 배우로 사는 것이 힘들다가도 행복해진다. 대중과 소통했을 때의 감사함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극단 배우에서 상업영화 주연으로 자리, 또 지난해 10월 ‘비스트’ 촬영 시작 즈음에 결혼까지 했다. 유재명은 “지각인생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연기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을 뿐 결혼을 늦게 하진 않았다. 내 시기에 맞게 결혼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저에게 있어 좋은 작업자예요. 날카롭죠. 물론 좋은 부분을 많이 봐주려고 하지만요. 근데 제가 출연하는 것보다 다른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작품 활동에 있어서는 건강 보험 돼 있으니까 저는 조급해하지 않아요. 결혼을 기점으로 연기에 대한 마인드가 특별히 달라지지도 않았고요. 너무 가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좋은 작품만 지금 제 시기에 맞추고 싶습니다.”
영화 ‘비스트’에서 분한 한민태는 라이벌 형사 정한수 팀장(이상민)에 맞서는 강력 2팀 팀장이다.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 채고 1인자가 되기 위해 괴물이 돼 가는 인물이다. 유재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JTBC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이창준 캐릭터와 민태를 닮은꼴로 언급했다.
“민태의 핵심 감정은 질투심이죠. 성공욕이 없었다면 파국으로 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민태 역시 한수만큼이나 꼬여있는 인물이죠.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 정상인 듯 비정상적인 사람. 열등감일 수도 있겠어요. 이유 없이 그냥 한수가 싫은 것이고 자기 방어를 위해 한수를 받아들이지 않죠.”
이어 “나 역시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동기나 개연성이 마지막으로 비빌 언덕일 뿐”이라며 “그러나 민태를 역추적하고 그에게 ‘왜 그랬니?’라고 질문할수록 그는 ‘그러게?’라고 답할 것 같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민태는 나중에 꼰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비스트’ 시나리오를 읽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유재명은 민태를 이해하기보다는 민태 자체가 되려고 했다. 작품이 주는 막연한 느낌이 매력적이었고 불분명해 긴장감도 있었다. 유재명은 “‘비스트’는 용기 있는 작품”이라며 “과감하게 보여주지 않고 현재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 집중했다. 대중들과 소통하려고 선택한 방법은 낯설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친절했다면 서사가 강한 액션물에 머물렀을 테지만 ‘비스트’의 미학은 질문을 던진 용기에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끝으로 그는 “극한의 감정을 연기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살 부리듯 ‘힘들었다’고 할 때가 있다. 주변에서 인정해줄 때 쾌감을 느끼고 가장 행복하다”며 호흡을 맞춘 이성민의 열연 덕분에 덩달아 몰입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평생 지하 소극장에서 연극하면서 살 줄 알았어요. 누군가 나를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을 뿐, 영화배우가 되려고 특별한 노력을 하진 않았죠. 우연하게 영상 매체를 접하고 이렇게 살고 있어요. 예전부터 선배들과 ‘좋은 배우’에 대해 수많은 논쟁을 했었죠. 결론은 ‘제발 좀 묻지 말고 알아서 해!’였어요.(웃음) 지금 답을 해보자면 주어진 것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지혜로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6월26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배우 유재명이 올해 tvN 드라마 ‘자백’, 영화 ‘비스트’를 통해 연달아 주인공으로 대중을 만난다. 그는 “연기적으로 변화를 고민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상황을 분석했다.
“노력해야하는 시점이죠. 물론 주연작을 연달아 선보이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주어진 분량만 소화하고 빠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떨리더라도 해내야하는 자리잖아요. 캐릭터를 통해 비워내려고 애를 많이 쓰고 있어요. 새롭게 채워 넣어야 하는데 갈수록 환기가 잘 되지 않네요. 취미를 가져보려고 고민 중이에요. 캠핑 장비를 사놓고 1년째 보고만 있습니다. (웃음) 비록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래도 스트레스가 없다면 삶의 동력도 없지 않을까요? 저에게는 주어진 역할을 잘 해내야 하는 목적이 있으니까요.”
긍정적으로 보면, 작품과 캐릭터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유재명 역시 “좋은 작품을 남길 수 있어서 감사하고 행복하다. 작품의 규모를 떠나서 모든 작품에는 미학이 있다. 그래서 잘 해내고 싶다”고 재차 다짐했다.
기자에게는 병원 센터장, 검사 등 엘리트 캐릭터를 연기한 기억이 강렬하게 자리해 있다. 유재명은 “특별히 선호하는 캐릭터는 없다. 주어진 것을 소화할 뿐이고, 개인적으로는 JTBC 단막극 ‘탁구공’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편”이라며 “다양한 인물을 거칠 때마다 배우로 사는 것이 힘들다가도 행복해진다. 대중과 소통했을 때의 감사함은 이루 다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극단 배우에서 상업영화 주연으로 자리, 또 지난해 10월 ‘비스트’ 촬영 시작 즈음에 결혼까지 했다. 유재명은 “지각인생이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아니라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연기를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을 뿐 결혼을 늦게 하진 않았다. 내 시기에 맞게 결혼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저에게 있어 좋은 작업자예요. 날카롭죠. 물론 좋은 부분을 많이 봐주려고 하지만요. 근데 제가 출연하는 것보다 다른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웃음) 작품 활동에 있어서는 건강 보험 돼 있으니까 저는 조급해하지 않아요. 결혼을 기점으로 연기에 대한 마인드가 특별히 달라지지도 않았고요. 너무 가난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도 않아요. 좋은 작품만 지금 제 시기에 맞추고 싶습니다.”
영화 ‘비스트’에서 분한 한민태는 라이벌 형사 정한수 팀장(이상민)에 맞서는 강력 2팀 팀장이다. 한수의 살인 은폐를 눈치 채고 1인자가 되기 위해 괴물이 돼 가는 인물이다. 유재명은 자신의 필모그래피 중 JTBC 드라마 ‘비밀의 숲’(2017) 이창준 캐릭터와 민태를 닮은꼴로 언급했다.
“민태의 핵심 감정은 질투심이죠. 성공욕이 없었다면 파국으로 가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민태 역시 한수만큼이나 꼬여있는 인물이죠.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는, 정상인 듯 비정상적인 사람. 열등감일 수도 있겠어요. 이유 없이 그냥 한수가 싫은 것이고 자기 방어를 위해 한수를 받아들이지 않죠.”
이어 “나 역시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질투심을 느낀다. 동기나 개연성이 마지막으로 비빌 언덕일 뿐”이라며 “그러나 민태를 역추적하고 그에게 ‘왜 그랬니?’라고 질문할수록 그는 ‘그러게?’라고 답할 것 같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민태는 나중에 꼰대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고 역할을 소개했다.
‘비스트’ 시나리오를 읽고 깊이를 가늠할 수 없었다는 유재명은 민태를 이해하기보다는 민태 자체가 되려고 했다. 작품이 주는 막연한 느낌이 매력적이었고 불분명해 긴장감도 있었다. 유재명은 “‘비스트’는 용기 있는 작품”이라며 “과감하게 보여주지 않고 현재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 집중했다. 대중들과 소통하려고 선택한 방법은 낯설게 다가가는 것이었다. 친절했다면 서사가 강한 액션물에 머물렀을 테지만 ‘비스트’의 미학은 질문을 던진 용기에 있다”라고 작품에 대한 만족감을 표현했다.
끝으로 그는 “극한의 감정을 연기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엄살 부리듯 ‘힘들었다’고 할 때가 있다. 주변에서 인정해줄 때 쾌감을 느끼고 가장 행복하다”며 호흡을 맞춘 이성민의 열연 덕분에 덩달아 몰입할 수 있었다고 감사해 했다.
“평생 지하 소극장에서 연극하면서 살 줄 알았어요. 누군가 나를 불러줬으면 하는 바람만 있었을 뿐, 영화배우가 되려고 특별한 노력을 하진 않았죠. 우연하게 영상 매체를 접하고 이렇게 살고 있어요. 예전부터 선배들과 ‘좋은 배우’에 대해 수많은 논쟁을 했었죠. 결론은 ‘제발 좀 묻지 말고 알아서 해!’였어요.(웃음) 지금 답을 해보자면 주어진 것을 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고, 그렇다면 지혜로워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 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물이다. 6월26일 개봉.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