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①] ‘백두산’ 이병헌 “계속 보고픈 배우되고파, 하정우 유머엔 그러려니”

입력 2019-12-24 16: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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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①] ‘백두산’ 이병헌 “계속 보고픈 배우되고파, 하정우 유머엔 그러려니”

데뷔 30년, 완숙에 가까운 기술을 부릴 연차다. 관객 입장에서도 30년을 만나 온 연기자라면, 매너리즘이나 게으른 부분을 잡아내기 마련인데 배우 이병헌은 이번에도 예측 불가한 연기를 보여줬다.

이병헌의 연기는 클리셰 범벅인 재난 영화 ‘백두산’의 차별점이다. 그가 뻗어내는 감정선은 섬세했고, 이는 단순히 재난 영화로 ‘백두산’을 정의 내릴 수 없게 한 부분이었다.

“막상 연기를 하는 입장에서는 ‘어떤 평가를 들을까’라는 생각을 못해요. 그저 이 작품이 의도한 바가 무엇이고 이 캐릭터를 통해서 어떤 지점까지 가야하는지에 집중하죠. ‘창작자의 목표 점 안에서 잘 하자’는 생각만 하는 편이에요. 또 영화 규모에 대해서도 특별한 생각을 갖고 있지 않아요. 큰 영화라고 제 연기가 달라지진 않거든요. 제작사, 배급사까지 신경 쓰기 힘들잖아요. 작품을 선택할 때 이야기 안에서 내가 어떻게 잘 표현하고, 어떻게 잘 놀 수 있을지만 고민하죠.”


영화 ‘백두산’의 관전 포인트로 풍성한 볼거리와 하정우와의 케미를 언급했다. 우선 “CG, 배경이 중요한 영화”라며 “연기를 할 때는 내 주변에 어떤 상황이 있고, 어떤 리액션을 해야 하는 것을 감독과 조절하면서 해야한다. 감독 머릿 속에 있는 것들을 최대한 공유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실내 세트장 아니면 허허벌판에서 촬영했어요. 실내에는 먼지가 많았고 밖에 나가도 먼지가 많았고..(웃음) 종이 재인데도 숨쉬기가 힘들더라고요. 실제상황이면 오래 못 살 것 같았어요. 후반 작업 때문에 시사회 직전까지 저도 완성본을 못 봐서 떨렸거든요. 관객 입장에서 스케일에 놀랐죠. 초반 강남역 주변이 초토화되는 장면에서는 ‘영화가 힘 있게 시작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이어 8세 나이 차이를 극복하고 동생 하정우의 유머를 받아주는 형 입장이 된 데 대해선 “그냥 그러려니 한다”라고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병헌은 “하정우와 나의 유머 코드가 다르다. 언젠가는 사람들이 내 유머를 이해하리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하정우와의 브로맨스 못지 않게 이병헌이 분한 리준평의 존재감이 강렬하다. 그는 “의도 자체가 강렬함이었다”며 “첫 등장하는 모습에서부터 리준평 특유의 속내를 알 수 없는 성격을 보여주고자 했다. 남한 대원들도 놀라고, 관객들도 놀라야 했다”고 설명했다.

리준평이 구사하는 북한 사투리, 목포 사투리, 러시아,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익혔고 박력 있는 액션을 소화했다. “총 액션의 경우 소리 스트레스를 받는다. 파편 문제도 있고 나도 모르게 눈이 감기기도 해서 미리 놀라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 편”이라며 “실제로 ‘백두산’을 찍으면서 파편 때문에 손이 찢어졌었다. 일주일 정도 살색 밴드를 붙이고 촬영을 했다. 영화에도 나오니 숨은 그림 찾기를 해달라”라고 촬영 비화를 공유했다.

“저도 제 나이 들으면 깜짝 놀랄 때가 있는데(웃음) 확실히 액션을 할 때 예전과 다르죠. 힘들어 죽을 정도는 아니지만, 숨이 많이 차요. 몸이 빠르게 안 움직일 때도 있고요. 그냥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려고요. 심각하게 관리하진 않지만 꾸준히 운동하고 몸에 좋은 음식 먹고 있어요. 살이 찌면 밥 양만 줄이고 끼니를 거르지도 않죠. 전 무조건 삼시세끼!”


그러면서 “‘내가 언제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마음만큼은 영화 팬들이 제가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보고 싶다’는 기대감이 들 때까지 하겠다”고 각오했다.

“기대치를 유지하면서 배우 생활을 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이에요. 자칫하면 감사함을 모르고 넘어갈 수도 있고요. 올해, 그나마 쉴 수 있는 여유가 있었어요. ‘백두산’ 이후 연초부터 ‘남산의 부장들’로 관객들을 만나야하니 충분히 에너지를 비워내야 할 것입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할게요.”

영화 '백두산'은 남과 북 모두를 집어삼킬 초유의 재난인 백두산의 마지막 폭발을 막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절찬 상영중.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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